[술] 사알못, 그대에게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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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내가 마셔본 사케라 봐야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나도 사잘알(사케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자격은 없다. 그래도 나보다 더한 사알못(사케 알지 못하는 사람)에세 술 한 병쯤은 추천할 수 있다. 가격이 적당하고 맛도 준수한 녀석이다.

월계관 준마이 750(이하 월계관 준마이)이다. 어지간한 술꾼이라면 들어보았을, 마셔도 보았을 녀석이다. 너무 비싸지 않고 품질이 준수하다. 너무 달지 않다. 소주에 익숙한 우리 입에도 잘 맞는다. 입문용 사케라 할 만하다.

짙은 녹색병 안에서 월계관 준마이가 찰랑댄다. 술병을 열어 잔에 기울이면 거의 무색에 가까운, 아주 옅은 노란빛 액체가 쏟아진다. 술도가는 월계관 준마이를 상온에 두고 먹거나, 약간 차갑게 마시라고 추천한다.

상온에 둔 월계관 준마이에서는 누룩향이 섞인 은은한 향이 난다. 첫맛은 시큼하다. 달큰하고 신선한 과일맛이 뒤따른다. 목구멍의 직전에서 다시 시어진다. 꽤 시다. 알코올 기운도 제법 올라온다.

부드럽게 넘어간다고 막 마시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월계관 준마이의 알코올 도수는 15.6%다. 요즘 도수가 낮은 소주와 비슷하다. 하지만 목넘김은 완전히 다르다. 소주는 짜릿하지만, 월계관 준마이는 미끄러진다.

감칠맛은 다소 아쉽다. 그래도 가격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하다. 더 기대하면 도둑놈 심보이겠지. 준마이급 사케에서 감칠맛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감칠맛이 좋은 사케는 입에 착착 감기는데 월계관 준마이는 그렇지는 않다.

차게 식은 월계관 준마이는 덜 향기롭다. 선명했던 신맛이 희미해진다. 은근했던 단맛마저 거의 자취를 감춘다. 상대적으로 신선한 과일의 풍미가 도드라진다. 목넘김이 더 부드럽다. 알코올 기운도 순하다. 좋다.

월계관 준마이가 입에 맞으면 정미율(쌀을 깎아낸 정도)이 더 높은 준마이 긴조, 그보다 더 정미율이 높은 준마이 다이긴조급 사케를 맛보자. 정미율이 높을수록 술에서 잡내가 사라진다고 한다. 물론 가격도 높아진다.

일본 술인데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량 생산한다. 덕분에 가격이 싸졌다. 750㎖에 약 1만 5000원이다. 쌀과 누룩, 정제수 외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는다. 정미율은 70%다. 다시 사 마실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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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술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하고 있네요 ㅎ...

저는 소주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사람이라...

그래도 이 술은 본 적이 있는 것 같네요 +_+;

겨울에 청주 데워 먹어도 좋지요. 청주집이 월계관 포스터가 많이 걸려있어서 눈에 익으신 것 같습니다.

제 기준에서 가격이 있는 사케를 마셔봤더니 술술 잘 넘어가더군요. (식당에서 한 병 9만원정도 하는 것이었는데..)
그 이후 한번씩 사케가 생각납니다..

식당에서 잔으로 많이 파는 것이 월계관인가요..?

역시 비싼 것이 좋고 비싼 것이 맛있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인 듯 하옵니다.
보통 식당에서 잔으로 파는 것은 국산 청주 '백화수복'입니다.

백화수복이군요! 그럼 마트에서 작은 병으로도 파는 월계관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제가 제일 자주 먹던 사케입니다. 이번에 5병쯤 사오려고 했는데 아무데서도 안팔아서 ㅠㅠ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조를 사오려해도 동네 홈플러스에서 사라져서 ㅠㅠ
사케를 좋아하는데 일본 방사능 이후로 진짜 거의 저거만 마셨어요 ㅋㅋㅋㅋㅋㅋ 주위 사람들도 저랑 술마시러가면 알아서 주문해주신다는..
안그래도 이동네에 싼 사케가 사라져서 슬픈데(최소 6만원 이상짜리만 남았어요) 이런 포스팅이라뇨 ㅠㅠㅠㅠㅠ

저희 집에 지금 월계관 준마이 반병쯤 남아있어요. 제가 대신 마셔드리겠습니다 ㅋㅋ

...

죄송합니다...

그게 남을 수 있다니요..

술 먹고 싶지만... 패스

ㅋㅋ 왜요 왜 패스하십니까. 드세요!

일단 나오기 시작한 복근 쫌만 더 만들고요...

알코올만 흡입할 줄 알았더라면 .... 하는게 평생의 한이지요...

그렇게 좋다는 음주를(적당해야 겠지만요.^^), 평생의 즐거움을 하나 없이 사는 기분이랄까요? ^^ ㅋㅋㅋㅋ

술 못 드시는 체질이신가봐요. 저는 가끔 제가 술을 안 마셨으면 그 에너지와 그 돈과 그 시간으로 뭔가 더 의미있는 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래서 술 못 드시는 분들 보면 부럽습니다!

헐 -- 저는 제가 술을 마셨으면 그래서 친해질 사람들과 그래서 번 돈으로 훨씬 잘 먹고 잘 살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해서 술드시는 분들이 부럽습니다. !!!!! ^^

앗 저도 좋아하는 쥰마이750!!

오오 좀처럼 술을 즐기지 않으시는 아나볼릭님의 입맛까지 빼앗다니!

술에 대해 일가견이 있으신듯 합니다. 그냥 아무꺼나 마시다 보니... 신기하네요.

일가견까지는 아니옵니다. 워낙 좋아하여 이것저것 마시다보니... ^^;

일본술을 미국에서 만드는게 정말 신기했던 술이죠ㅎㅎ

ㅎㅎ 저희 부부가 젤로 애정하는 사케네요~~
댓병 사다놓으면 마시고 남으면 음식용으로
쓰임새도 좋아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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