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전람회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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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태양이 이글대는 날엔 동토의 음악을 들읍시다. 그러면 조금 시원해질지도 모르니까요. 시벨리우스도 좋고, 차이콥스키도 좋죠. 더 진한 무소르그스키는 어떨까요.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는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만, 몰라도 상관 없어요.

그가 세상에 남긴, 러시아 갬성 충만한 작품 중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곡 ‘전람회의 그림’을 소개해 드리려고 해요. 원곡은 피아노 독주곡인데, 모리스 라벨이 관현악곡으로 편곡해서 소위 ‘잭팟’을 터뜨렸습니다. 관현악 버전도 좋지만 저는 원곡이 더 좋더라고요. 해서 오늘은 피아노 독주곡으로만 선곡했습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프롬나드’로 시작합니다. 프롬나드란 산책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작곡가가 전람회의 작품과 작품 사이를 오가는 모습을 그린 것이죠. 마치 간주곡처럼 전람회의 그림 중간에 변주돼 삽입됩니다. 전체 곡에 통일성을 주지요. 에브게니 키신의 것으로 준비했습니다.




제1곡은 ‘난쟁이’입니다. 난쟁이 꼽추가 비척거리며 걷는 모습을 리듬으로 묘사했다고 합니다. 음산하고, 우울하며, 불안한 느낌을 줍니다. 해학 같은 건 없는 무시무시한 난쟁이에요. 저는 영화 ‘나이트메어’의 악역 프레디 크루거를 떠올렸습니다. 바이런 재니스가 연주합니다.



제4곡 ‘비들로’는 소가 끄는, 큰 바퀴가 달린 달구지라고 해요. 커다란 소 한 마리가 저 멀리서 힘겹게 마차를 끌고 옵니다. 소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요. 비장한 가운데 애조가 깃들어 있습니다. 저 소는 무얼 싣고 어디로 가는 걸까요. 이런 생각을 하면 진혼곡 같은 느낌마저 받아요. 피아니스트 이보 포고렐리치입니다.



제9곡에는 ‘닭발 위의 오두막’이라는 묘한 제목이 붙어 있어요. 닭발이 달린 기괴한 모습의 오두막, 마녀가 사는 오두막을 묘사한 곡이라고 합니다. 도입부에서 피아노가 쿵쾅쿵쾅, 요상 망측한 오두막의 외관을 형상화합니다. 그러다가 빗자루를 탄 마녀가 문을 열고 나와 제멋대로 비행합니다. 마녀의 비행처럼 음표가 정신없이 쏟아집니다.

휴지부 없이 곧바로 저 유명한 제10곡 키예프의 대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뚝 솟은 건축물이 떠오르는 장대한 곡입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곡이기도 하고요. 대문이라는데, 저는 성당 같은 고딕 건축물을 떠올렸어요. 피아노의 화음이 부서질 땐 색색으로 빛나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그렸습니다.

9곡과 10곡은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스뱌토슬라프 리히터의 연주로 들어보시죠. 둘 다 좋아하는 저로서는 둘 중의 한 명만 소개하기가 고역이거든요. 일반적으로는 리히터의 연주가 이 곡의 레퍼런스로 꼽히기는 합니다. 저는 리히터를 들을 땐 “역시 이쪽이 좀 더 드라마틱하지 않나” 하다가 호로비츠를 들으면 또 “그렇지, 역시 호로비츠지”하곤 말아요. 여러분들 귀에는 어떨지 궁금합니다. 위에 2개(순서대로 9곡, 10곡)가 호로비츠, 아래 2개가 리히터입니다. 둘 다 50년대 모노럴 실황 녹음이라 음질은 그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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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모를때는 좋은 걸 소개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지요...

덕분에 새롭지만 덕분에 잘 들었습니다. ^^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무지한 분야라서 제가 감사합니다. ^^ ㅋㅋ

오랜만입니다. 칼님! 간만에 와서 좋은 음악 감상할게요. 늘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재생을 눌렀더니 다 안돼요. 에잇! 이 거지같은 인터넷 ㅠㅠ 첫번째 난쟁이만 들었어요. 나중에 다시 와서 듣고 갈게요! 무소르그스키

아아 못 들으신다니 속상합니다... 댁에는 잘 돌아가신 거죠? 계신 곳은 좀 덜 더운지 모르겠어요. 입추가 지났으니 이곳도 이제 선선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곡은...테마 하나가 주가 되는 류의 영화음악의 조상 성격을 가진 게 아닐까도 가끔 생각해요. 전 특히 비들로 너무 좋아합니다.

와 그런 생각은 못 했는데, 제이미님 말씀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비들로 좋죠. 도입부가 머리에 맴돕니다. 오늘은 관현약 버전으로 들어봐야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곡은 첼리비다케 정도의 템포 좋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봐야겠네요. ㅎㅎ

아이폰에 카라얀 것 밖에 없어서 아까 들었는데... 왜 제겐 관현약 편곡이 더 맥빠지게 들리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첼리 것도 들어봐야겠어요.

저도 이 곡은 원곡, 그중 역시 리히터 연주가 좋은데 관현악 편곡은 나쁘게 말하면 힘이 빠져있고 그 자체로 좀 뭐랄까, 서유럽적으로 세련되어진 맛이 있달까요. ㅎㅎ

다 색채의 마술사 라벨님 때문...

그래도 카라얀은 그 중에서도 너무 매끈해요. 영상은 멋있긴 하네요 흥 ㅎㅎ

으~~좋습니다!!!!!!

들들님 덕분에 좋은 곡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너무 익숙한 곡입니다. 오디오로 다시 들어 봐야 겠어요.

아아 집에서 스피커로 제가 듣고 싶은 음악 들어본 게 언젠지 모르겠습니다. 집안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죄다 만화 주제곡이거나, 동요라서요. 이것 또한 지나가겠지요. 또 그리워지겠지요...

역시, 호로비츠죠^^;

아아 저는 호로비츠와 리히터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불멸의 거장들 앞에서, .... 그저 쪼그라 듭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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