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베토벤 피아노의 최고봉2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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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는 자, 복 있을진저


베토벤 피아노 음악의 또 하나의 정점 디아벨리 주제에 의한 33개의 변주곡(op.120)에 대해 쓴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과 함께 변주곡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곡이기도 하다.

얼마 안 되는 나름의 [음악] 시리즈를 끌어오면서 이렇게 감상하기 어려운 곡은 없었다. 규모가 크고 형식이 중구난방인 구석이 있어 집중이 안 됐다. 역시 연주자, 청자 모두에게 인기가 덜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주제부와 33개의 변주로 이뤄진다. 변주가 너무 심해 주제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이게 변주곡이 맞나 싶다. 유머러스했다가, 감자기 심각해졌다가, 다시 익살을 부리는 식이다. 천변만화한다.

음악학자 도널드 J. 그라우트는 저서 ‘서양 음악사’에서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해 “숭고한 것과 기괴한 것이 공존하며, 심원한 것과 매우 소박한 것이 공존한다”고 평가했다. 다중이... 참으로 옳은 표현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참고 꾸역꾸역 계속하여 들으면서 보석같은 부분을 발견했다. 특히 29번 변주곡부터 시작하는 피날레의 아름다움은 함머클라비어 3악장에 견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리슨


디아벨리 변주곡은 베토벤의 다른 곡에 비해 녹음도 많지 않다. 나는 리뷰하려고 10여종의 앨범을 들었다. 그중에 좋았던 녹음 4종을 소개한다. 취향 탓인지 함머클라비어에서도 언급했던 폴리니, 리히터가 또 들어갔다. 양해를 구한다. 이하 연주자 가나다순.

  • 그리고리 소콜로프
    베토벤을 이렇게 연주해도 될까. 그리고리 소콜로프는 베토벤의 디아벨리를 마치 쇼팽처럼 쳐 버린다. 건반을 어루만질 때에도, 세게 두드릴 때에도 어떤 멜랑꼴리함이 녹아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나는 호!

  •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디아벨리는 엄격하다. 그는 감상을 제거하고 곡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것 같다. 테크닉의 완벽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른바 가장 ‘베토벤적’ 연주가 아닐까. 청자에 따라 조금 딱딱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 스뱌토슬라프 리히터
    스뱌토슬라프 리히터는 왕자처럼 당당하고 전사처럼 사납다. 한음 한음 힘있게 내리치고, 격렬하게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기운이 넘쳐서 아다지오에서조차 터질 것처럼 팽팽하다. 그러다가 절정에서는 쾅, 터뜨려버린다.


개인적으로 1986년 암스테르담 연주를 더 좋아하나, 유튜브에 없어 같은 해 프라하 녹음으로 갈음함

  • 클라우디오 아라우
    피아노 음색에 물기가 가득하다. 클라우디오 아라우의 디아벨리는 폴리니와 소콜로프의 사이에 있다. 품격있고 우하하다. 아름답다. 로맨티시즘이 과하지 않아 더 좋다. 파워풀한 맛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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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문외한이라.. 지금 한번 들어보았는데도 불구하고 난해하군요 ㅎㅎ

흑흑... 사골 우려내듯 듣고 또 듣고 하다보면 갑자기 오 좋은데! 하게 되는 순간이... 위에도 썼지만, 영 듣기 안 좋으시면 마지막 5개 변주곡부터 들어보심은 어떨는지요.

포스팅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개곡(두번째는 안 나와요...)을 비교해서 들어봤는데요, 전 클라우디오 아라우에 한표할랍니다 ㅎㅎㅎ 전 품격있고 우아한걸로! ㅋㅋㅋ

재차 확인했는데 저는 돼요. 국가별 설정 같은 게 차이가 있는 걸까요. 재생이 안 된다니 아쉽습니다...

아라우옹 좋으셨다니 뿌듯합니다. 여윽시 에빵님의 이미지에 딱 맞네요. 저는 아라우옹의 리스트를 특히 좋아합니다!

교양이 쌓여지는 포스팅!

앗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닷!!

200킬로 역기로 스쿼트 하는 분에게 듣는 베토벤 이야기가 진정성있게 다가옵니다 ㅎㅎ 기자분이라 그런지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군요. 듣고 들어서 발견한 보석같은 부분... 저걸 다 들어야 발견할 수 있는건가요ㅜ

여러번 들으셔야 발견... 끄트머리 변주곡 5개만 발췌해서 들으셔도 좋을 거예요. 워낙 아름다워서 좀 듣기 편하실 겁니다.

올려주신 음악을 다 들어보려면 몇 시간이 걸리니까, 일부는 오늘 듣고 나머지는 내일 아침에 운동하면서 듣겠습니다 :D

엇 운동할 때 들으시면 축축 처질지도... 요가나 필라테스 하신다면 괜찮을수도 있겠지만요.

동적인 운동 하신다면 요즘 핫하다는 BTS를!

BTS 말만 들었지 얼굴이랑 노래는 하나도 모르겠어요 ...

저도 하도 난리라 들어봤는데... 이제 꼰대가 다 됐나보다 싶어 속상...

어제 소콜로프랑 리히터 연주들었고, 오늘 아침 일찍 피트니스 갔다가 끝나고 공원 산책하면서 나머지 곡들 들었어요 ! 아무래도 어제는 일하면서 리히터 연주 듣고 퇴근해서 이것 저것 하면서 소콜로프 연주를 들어서인지 음악에 집중을 잘 못했는데, 오늘은 울창한 나무 사이를 걸으면서 기타 백색소음 없이 들어서인지 폴리니와 아라우 연주가 진짜 좋더라구요 ㅠㅠ 칼님 덕분에 우아한 산책을 할 수 있었어요 +_+

와 보람찹니다. 들어주시고 이렇게 글 남겨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저도 오늘은 아라우를 들으면서 지하철 탑승객 사이를 걸으면서 퇴근하겠습니다. 아 근데 언제 퇴근하지...

오늘 현충일인데 ...... 공휴일 빨간날이라고 달력에 적혀있는데 .... ㅠㅠㅠㅠㅠ 칼님 토닥토닥...

어제 출근한 덕분에 오늘 출근에도 휴일 후유증이 전혀 없습니다! 신난다...

요가할 때도 힘들듯요 ㅎ 이미 비틀고 꺾고 난린데 음악까지 쳐지면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듯 ㅜ

아아 저는 요가 흉내만 내는데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은 거 들으면서 하면 좋더라고요. 무아의 경지에 빠지는...

역시 길이의 압박으로 아직 다 들어보진 못했어요. 소콜로프와 리히터는 자신만의 표현을 하셔서 저는 주제 선율이 들리는 아라우가 좋네요. 근데 말씀하신대로 파워풀함이 적어서 베토벤이라기는 좀 아쉬운데, 왤까요!!! 폴리니 비디오는 안 나옵니다. ㅠ. ㅠ 제일 궁금한데 말이죠!!
그나저나 악보 보면서 들으니까 재밌어요. 피아노 콩쿨 준비할 때 기분? ㅋㅋㅋㅋㅋ

이상하네요... 흑흑. 왠지 폴리니가 리동무님 취향에 딱일 것 같은데!

악보를 못 보는 저로서는 공감 못할 즐거움이네요. 부러워라...
제 눈엔 '음 악보군' 끝

뭔지는 모르지만 피아노 잘치네요.ㅋㅋㅋ

ㅋㅋㅋ 그렇죠 한명 한명 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라서요.

칼님....ㅜㅜ
제겐 너무 어려운 클래식 음악입니다.ㅜㅜ

흑흑... 다음주엔 조금 더 들으시기 편할 만한 곡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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