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곤니치와(1)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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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사이로 다다미의 건조하고 서늘한 기운이 올라왔다. 호텔 스피커에서 일본 전통 음악이 나왔다. 이름을 알 수 없는 현악기였다. 소리가 가늘고 간드러졌다. 옷장 속 개량 일본 전통복을 꺼내 입었다. 막부의 다이묘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 나는 조선의 후손인데.

내 일본관은 모순적이다. 나는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에 소설 토지와 아리랑을 읽었다. 내게 일본은 임진년에 왜란을 일으킨, 경술년에 국권을 빼앗은 나라다. 동시에 일본은 좋은 술을 빚고, 밥이 맛있고, 온천이 좋은 나라이기도 하다. 나는 도무지 일본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성에 갔다. 그날 일본의 폭염은 기록적이었다고 한다. 백색의 성은 이글거리는 햇빛을 받아 더 하얬다. 성의 상층부에는 호랑이와 학을 금으로 새겼다. 우리 말고도 한국인이 많았다. 조선의 후손들이 조선의 원흉 풍신수길의 성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인 것이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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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웃는 게 일류

도톤보리는 명동 시내 같았다. 명동에 중국 관광객이 많듯, 도톤보리에는 한국인이 많았다. 나는 오사카 가이드북에서 밥집을 엄선했다. 그렇게 간 음식점에는 한국인, 중국인만 있었다. 일본인은 없었다. 한국인은 안 가고 중국인만 오는 명동 음식점을 간 격이었다. 도톤보리에서 저녁을 세 번 먹었다. 그중 두 번은 실패였다.

돈키호테에서 한 병 남은 히비끼 위스키를 발견해 산 것이 오사카에서 몇 안 되는 좋은 기억이다. 그것 말고 좋았던 것은 글리코상 앞에서 사진을 남긴 것, 큰놈과 단둘이 덴포잔 대관람차를 탄 것, 범선 흉내 낸 배를 탄 것 정도다. 한여름에, 어르신들을 모시고, 아들들을 데리고, 맛없는 집을 찾아간 내 잘못이겠지만, 다시는 오사카에 가지 않을 것 같다.

일본에서의 일정이 오사카에서 끝나는 게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오사카 숙소에서 체크아웃하고 차를 빌렸다. 그리고 일본 중남부의 바닷가로 출발했다. 바로 가면 오사카에서 2시간 반쯤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가는 도중에 큰놈과 작은놈이 순서대로 똥을 싸대는 바람에 휴게소에 몇 번을 들렀다. 3시간 30분 걸려 우리가 도착한 이곳은.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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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기록적인 폭염이라니... 고생하셨겠어요. 밥이라도 맛있게 드셨어야 했는데 오사카의 기억이 안 좋을 만하네요. 그래도 히비끼 위스키(뭔지 모르지만) 득템하셨다니 다행입니다.^^ 다음 도착한 곳에서는 좋은 기억이셨길...

히귀한 피규어쯤 된답니다^^ 그만 중국인들 사이에 맛있기로 소문이 나는 바람에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네요. 제일 좋은 건 17년인데 저는 12년 등급의 히비끼를 구했어요. 그래도 맛있답니다 ㅋㅋ

다음에 간 곳은 좋았습니다!

일본은 AV의 나라이기도 하죠. 저 역시도 일본을 도무지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습니다. 별 의미는 없습니다. ㅋ

아아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최소한 '아무 것도 모른다고 대답해야 좋다'라는 그 무엇인가라는 정도는 알고 계시는 거 같군요. ㅎㅎ

경찰이세요? ㅋㅋㅋㅋ 넘나 예리하신 것

뭐냐. 다크 제이미. (@jamieinthedark) 보팅만 하고 사라짐... ㅋㅋㅋ

나 이분 넘 좋음

개인적으로 위스키는 모을때가 제일 행복한 기분이에요. 마시면 제 입맛에는 영....

아아 저는 워낙 위스키를 좋아해서 말입니다 ㅋㅋ 모으는 것도 좋고 마시는 것도 좋고. 좋고좋고~ ㅋ

헉 히비키...

언젠가 17년산을 맛보고 싶습니다. 인간의 욕심이란... ㅋㅋ

사진. 얼핏보니 머리에 일장기 꽂을 줄 알았어요. ㅋㅋ 악세사리 같네요

ㅋㅋㅋㅋ

액세서리 맞습니... 농담입니다.

저도 사진 올리고 그런 생각 했는데 딱 캐치하셨군요. 예리하신 분.

대가족이 일본으로 여행을 가셨네요~
@afinesword님은 오사카성 앞에서 절대로 기가 죽지 않으시네요~
멋집니다.

예 너무너무 더웠답니다. ㅋㅋ 사무실이 쾌적하고 좋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네요
애증의 존재
역사를 보면 화가 나지만 음식,영화,언어 같은 것은 매우 호감ㅋㅋ

오사카 10년 전쯤 갔었는데 추억 돋는 포스팅이었습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속 시원하게 사죄하면 털고 갈 수 있을텐데. 저쪽에서 저러고 있으니 영 뒷맛이 씁쓸합니다.

ㅋ 진짜 막부의 다이묘 같을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일본을 도무지 객관적으로 보지 못해요. 아베를 보며 손을 벌벌 떨다가도 일본영화 책 읽을 땐 하트 뿅뿅 ㅎㅎ 정치인이 죽인 나라를 예술인들이 살리고 있어요 진심 ㅎㅎ 저는 큰애 11개월 되었을 때 항공사 마일리지로 공짜 티켓이 나와서 일하며 애키우느라 수고했다 자축하며 혼자 오사카로 여행갔었어요. 도톤부리에서 만났던 그 아이들은 잘 지내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정치인이 죽인 나라를 예술인들이 살리고 있어요

아 정말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저도 일본 소설 중에 좋게 본 것이 적지 않네요. 혼자 가셨다니! 혼자 가면 도톤부리 괜찮을 것 같은데요? ㅋㅋ

제가 느끼는 일본도 모순적이죠 ㅎㅎㅎ어려서는 만화가 좋았고 커서는 영화가 좋고, 물론 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오사카성 앞에 서 계시니 풍신수길 영혼 발도 못 디딜듯 합니다. 자주 가셔야죠. 마지막이라니...마지막에는 현기증나게 하는 클로징이라니 ㅠㅠ

저는 북두신권, 드래곤볼, 슬램덩크를 좋아했어요. 이터널님은 무슨 만화를 좋아하셨나요? 원피스라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ㅋㅋ

오사카... 모르겠습니다. 일본 여행은 또 갈 것 같긴 한데. 굳이 오사카는... ㅋ

북두신권.....은 잘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세대 차이가...
사실 일본만화로 뭉뚱그렸지만...저는 드래곤볼 세대이고 슬램덩크 세대이지만 슬램덩크만 본 특이 케이스에요 ㅎㅎㅎ원피스는...그만큼 덕질은 안해봤습니다. 어릴때와 다르게 덕질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오사카...저는 가보고 싶습니다. 먼훗날 다 큰 아들과 함께 술마시러 ㅎㅎㅎ

북두신권이랑 드라곤볼이랑 별로 세대 차이 안 나거든요?(버럭)
왠지 이터널님이랑 묶여 가고 싶어서... ㅋㅋ

다 큰 아늘놈과 오사카는 괜찮을 것 같네요. 저처럼 한여름에만 안 가시면 됩니다 ㅋㅋ

저도 북두신권 좋아합니다. 남자라면 역시 북두 아닙니까. 그러고보니 북두신권도 사요나라군요.

넌 이미 죽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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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아침부터 피가 뜨거워지네요. 날도 더운데.

조선의 경복궁에도...

경복궁은 매일 봐서유 ㅋㅋ 종로서 출입할 땐 산책도 가곤 했는데. 날 좀 선선해지면 지하 헬스장서 좀 탈출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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