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죽음의 춤곡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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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빼고 다 셀럽


저는 3대 뭐, 4대 뭐 이런 거 안 좋아합니다. 이번 일본 오사카 여행 때 ‘3대 초밥집’, ‘3대 라멘집’에 갔다 망한 뒤로 더 싫어하게 됐어요. 그런 건 누가 정하는 건지.

음악계에도 3대 뭐, 4대 뭐 이런 게 참 많습니다. 3B도 있어요. 바흐, 베토벤, 브람스. MB도 아니고.

아니나 다를까,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란 것도 있어요. 흔히 베토벤, 멘델스존, 차이콥스키, 브람스의 것을 묶어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칭합니다. 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어서 익히 알고 있으시거나, 모르셔도 1악장 도입부를 들으시면 “아 이 음악” 하실 겁니다.

어떤 고매한 분이 고르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제일로 좋아하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은 쏙 빼놓았어요. 흥.


누구냐 넌


간략하게 작곡가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장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에서 나고 자랐어요. 핀란드의 국민작곡가쯤 되겠네요. 교향시 핀란디아, 교향곡 등 유명한 작품을 남겼고요. 오늘 말씀드릴 바이올린 협주곡(이하 시바협) 또한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납니다. 끝.(파워 간략)


듣자


제가 주절주절 떠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역시 들어보시는 것만 못 하겠죠. 시벨리우스는 시바협을 총 3개 악장으로 구성했어요.

1악장 시작부터 바이올린이 주제부를 연주합니다. 살갗이 삭풍에 에는 것 같아요. 소오름. 그러다 안개가 걷히고 얼음산이 나타나듯 오케스트라가 등장합니다. 가보지도 못한 핀란드의 설경을 상상해게 돼요. 서늘한데 또 격정적입니다. ‘차가운 열정’처럼 모순적 감정에 빠집니다.

2악장에서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녹음과 호수를 그리는 것 같습니다. 1악장의 삼엄함은 사라지고, 편안함, 관조, 서정성 따위만 남아요. 악장의 후반부로 갈수록 분위기가 고조됩니다. 격렬함과는 거리가 멀고요. 노을을 바라보는 느낌이랄까요.

불은 다시 3악장에서 타오릅니다. 시퍼런 불꽃. 3악장을 일컬어 누군가는 북극곰의 춤곡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죽음의 무곡이라고 했습니다. 독특한 리듬 때문인데요. 춤곡 같은 리듬이기는 한데. 묘하게 음침합니다. 저는 사실 곡의 마지막 악장에 집착합니다. 종장이 제 취향이 아니면 그 곡을 애정할 수가 없어요. 제가 시바협을 좋아하게 된 것도 8할은 3악장 때문일 겁니다.

3개 악장을 다 연주하는 데 30분쯤 걸립니다.

저는 이 곡을 제가 가장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야사 하이페츠의 것을 빼놓고 논하기 어렵습니다. 맥없는 오케스트라 연주가 눈에 천둥이 치도록 아쉽지만, 하이페츠의 연주만으로도 이 녹음을 으뜸을 칠 수밖엔 없게 돼요. 악명높은 카덴차들을 슥삭 해치우는 하이페츠는 사람 같지가 않습니다. 생긴 것도 좀 뱀파이어 같고.




정경화의 것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만, 제게는 조금 맥이 빠진달까요. 힘이 부치는 인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즐겨 듣지 않는 연주예요.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하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합니다.



여성 연주자 중에서는 안네 소피 무터의 것이 좋았어요. 무터의 운궁도, 드레스덴 국립 관현악단의 연주도 아주 파워풀하고 박력 넘칩니다. 무터의 것은 특히 1악장이 훌륭해요. 3악장에서는 조금 절뚝거립니다. 공교롭게도 이 녹음 역시 앙드레 프레빈이 지휘했어요.



이외에도 자네트 느뵈의 것이 역사적인 녹음으로 꼽힙니다만, 녹음이 너무 열악해요. 저는 느뵈의 연주에서 어떤 빛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연주하고 로제스트벤스키가 지휘한 것 또한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하이페츠에 비하면 거칠고 담백한 맛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맛은 아닙니다. 당대의 연주자 바딤 레핀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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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고급진 취미네요 ㅎㅎ

ㅋㅋ 진짜 고급진 취미라면 연주회장 다니고 발레 보고 이런 거 아닐까요. 저는 출퇴근길 이어폰으로 듣는 수준이라...

왠지 발레 직접 하시는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어떠신가요? 추천 드립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음악 듣는 것도 비슷한 고급진 취미 아닐까 생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쿨다운 할 때 요가하는데 그걸로 갈음해도 될까요

ㅋㅋㅋㅋ 오옷. 치마 입고 뛰시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왠지 순간적으로 ㅋㅋㅋㅋ

시벨리우스!!!!
어제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보다가 시벨리우스 곡이 나와서 반가웠는데 마침 포스팅 하셨네요.^^

오 드라마에 나왔군요. 클래식 음악에 관한 드라마는 아닌 거 같던데, 시벨리우스가 나왔다니 신기합니다^^

ㅋㅋ3B 오랜만이네요. 아무 것도 모르는 누군가가 브람스 대신 바그너를 넣어서 3B라고 했던 기억이ㅋㅋㅋ

시벨리우스 바협 좋죠. 하지만 전 겨울에 듣는 레퍼토리입니다. 너무 좋아요.

3비읍인가요 ㅋㅋ 브람스 의문의 1패.

저는 비올 때 듣는 곡, 무더울 때 보사노바 말고는 안 가리고 막 듣습니다. 잡식성...

3대 4대 그런건 거의 일본이나 한국에서 누가 만든거 같아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이런 것도 그냥 제일 유명하고 스케일 큰거 꼽아서 당연한 걸 갖고 허세 토막상식을 만든 것이듯이요.

외국에선 클래식 방송에서 막상 인기 바협 투표하면 연속으로 브루흐가 제일 많이 나오기도 했대요.

ㅋㅋ 이자크 펄만도 인터뷰에서 4대 바협 언급한 적이 있다더라고요. 다 좋은 곡이기는 한데 줄세우는 거 같아서 좀.

브루흐는 편하게 듣기에는 좋지만, 제겐 너무나 멜랑꼴리한 것.

브루흐는 무슨 가요 발라드만큼 감정적으로 들을 수도 있죠. 저는 펄만 연주도 거의 다 너무 감상적이에요. 하이페츠가 기준이라 그런가...:)

크으 그런 의미에서 하이페츠의 샤콘느나 들으면서 오늘의 업무를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빨리 퇴근하고 싶다...

저는 이상하게 들어도 들어도 시벨리우스는 귀가 안 익더라구요 ㅠㅠ 뭔가 고요하다가.. 졸고... (말러도...집중력 부족인게 분명합니다.ㅋㅋㅋ)

전 바협 중에서는 차이콥스키가 짱이라고 생각합니다 ㅋㅋ

차바협도 좋죠. 하지만 제 취향에는 마지막 악장이 너무 경쾌해서 좀 아쉽더라고요. 저도 시벨리우스옹 작품은 바협 말곤 자주 안 듣는 편입니다.

있어보이세요 ㅎㅎ
전 음악은 힙합만 좋아해서 요.

와우 힙합이야말로 가장 핫한 음악 아닙니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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