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구락부] 설악산 종주 (2)

in #kr7 years ago (edited)

이번에 선택한 등산 코스는 설악산 종주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2.jpg

  • 비선대 -> 양폭대피소 -> 희운각대피소 -> 소청봉 ->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소청봉 -> 희운각대피소(1박)
  • 희운각대피소 -> 1275봉 -> 마등령(공룡능선) -> 오세암 -> 영시암 -> 백담대피소 -> 백담사 -> 버스 정류장

나와 D군이 1박 2일 동안 완주한 코스 시간을 계산해봤는데, 정확히 1350분 그러니까 22시간이 조금 넘는다. 눈이 내렸으니, 실제 소요 시간은 저기서 0.3정도를 곱해서 더해주는게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처음부터 무리엿다. 물론 지난 번 지리산 등반 때도 눈이 내렸고 그때는 별 문제가 없었다만 일단 그때는 대설특보 때문에 도중에 등반을 중단했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크게 동요할만한 요소가 없었다.

이번 등반 때는 잘 만나고 있던 여자애와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았고 창피하지만 난 그 문제 때문에 반 제정신이 아니었다. 여자 문제는 늘 내 아킬레스 건이다. 씩씩한 쾌남의 등반기를 기대한다면 여기서 그만 읽어라.

아마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등산을 가지 않았을 것이다만, 이미 친구가 가자는 말에 승낙을 해놓은 상태였고 등산 용품까지 잔뜩 질러놓은 상태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었다.

IMG_4718.jpg
D군과 함께 구매한 오스프리 가방 세트

"야, 나 갑자기 만나던 애랑 연락이 안 되. 등산 안 가면 안되겠니?"

이렇게 말할 수는 없잖아.....

한편으로는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심리적으로 전보다 강해진 면이 있을가. 이딴 사소한 문제 따위는 제껴두고 등산이나 호젓히 즐기며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달라진 나에 대한 기대가 있었지.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건 없었다. 빌어먹을.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당초 시간 소요가 큰 공룡능선을 먼저 올라가고, 대청봉을 다음 날 올라갈 생각이었다만 심난해서 잠을 설치다가 늦잠을 잔 덕분에 코스를 바꾸어야 했다. 공룡능선 코스 소요 시간은 최소 11시간이다. 아침 8시에 출발해서는 정해진 시각까지 대피소에 갈 수 없다. 그래서 대청봉을 먼저 올라가는 것으로 코스를 변경했다.

덕분에 친구 D군에게 욕을 바가지로 얻어 드셨다.

  • 2011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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