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5가지 기본자세

in #kr7 years ago

글을 잘 쓰려면 우선 글 쓰는 것이 어렵지 않아야 합니다. 뭘 써야지 하고 생각을 하고, 그것을 쓰려면 뭐가 필요한지를 생각해서, 기억을 떠올리든 검색을 하든 해서 글감을 모으고, 그것을 이리저리 순서를 주고 연결합니다.

글 쓰는 게 조금 쉬워지고 재미있어지기까지 하면 문득 뭐든 막 쓰고 싶어지고, 빨리 쓰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는 상태가 되기도 하는데 이때를 비로소 "글을 잘 쓰는" 단계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이런 것이 혹시 선천적인 것일까요?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씨도 원래는 글 쓰는 게 젬병이었는데 어떡하다 사사 만드는 일을 떠맡게 되면서 본의 아니게 글쓰기 실력이 늘었다고 합니다.

글쓰기방법

글 쓰는 일이라면 머리부터 아파오는 분들이 많을텐데 그걸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글 쓰는 게 좀 더 쉬워지고, 재미있어지게 할 수 있는 지침을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그 지침을 "5가지 기본 자세"라고 이름 붙여봤습니다.


1. 뭔가 새로 알게 되는 것을 즐거워 한다.

저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조건을 딱 하나만 고르라면 "많이 알아야 한다"를 꼽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슨 <대통령의 글쓰기> 같은 책을 쓸 것도 아니고 위대한 문학 작품이나 심오한 논설문을 쓸 것도 아니니, 우리가 쓰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부분만 잘 알고 있으면 되겠죠.

그런데 많이 알아야 된다고 해서 공부를 해야한다면 그것부터 머리가 아파지겠죠? 그래서 게임하듯이, 탐험하듯이 뭔가를 하나하나 알아내고 찾아내는 기분을 가지면 "뭔가 많이 아는 것"이 좀 더 쉬워집니다.

가장 먼저 우리의 고객에 대해서 알아야겠죠?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고객들의 글을 살펴보면서,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을 살살 찾아보는 거죠.

그리고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살펴봅니다. 내 제품의 장점이 뭔지 특징이 뭔지를 살펴보면서 역시 "아, 그렇구나, 내 물건이라서 몰랐는데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는 것을 찾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관련 정보들을 찾는데 그냥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낸다는 기분으로 정보들을 찾다보면 "뭔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첫 번째 단계는 완성입니다.


2. 나를 드러내는 것을 뻔뻔스러워 한다.

글쓰기가 어려운 것은 많은 부분 글을 읽을 사람들을 의식하기 때문입니다. 망신 당하기 싫고, 지적받기 싫고, 칭찬받고 싶고, 뜨거운 반응을 얻고 싶은 두려움과 욕심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냥 지르는 겁니다. 누가 뭐라 그러든, 내용이 뭐든, 말이 되든 안 되든, 그냥 글자만 써지면 쓰는 겁니다. 그리고 나의 생활과 내면과 하는 일과 어제, 오늘, 요즘 생긴 일들, 막연히 생각나는 것들, 이런 것들 그냥 쓰는 겁니다. 생각나는 게 없으면 쓰지 말구요.

뭘 이런 얘기까지 쓰나 하는 것도 막 씁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의 내면이나, 생각이나, 생활이나, 과거사들을 노출시키는 것을 은근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일종의 노출증이죠. 어떤 글이든, 카피든, 포스팅이든, 그냥 일상글이든 뭐든 간에 뭔가를 드러내는 것을 어색해하지 말고 드러내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3. 글을 쓰지 말고 정보의 뭉치를 글자로 옮긴다.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어려워집니다. 리드가 있고, 본문이 있고, 결말이 있고, 주어가 있고, 술어가 있고, 재미있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하고, 뭐 이렇게 생각이 돌아가게 되면 어려워집니다.

이런 "진짜 글"은 나중에 쓰기로 하고, 의미가 있건 없건 "정보의 뭉치"를 머리 속에 있는 것이든, 밖에서 찾은 것이든 그냥 글자로 옮깁니다.

'자전거'라는 주제어가 생각나면 구글에서 검색을 해봅니다. "요즘 이런 자전거가 인기다" 이런 글이 있으면 그걸 보고 그냥 옮깁니다. 베끼는 것과 옮기는 것은 다르지만, 일단 베껴도 좋습니다.

copy paste

하다 못해 카피 앤 페이스트를 해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그래도 아주 바쁘거나 귀찮지 않으면 타자라도 쳐서 옮기면 그냥 복붙보다는 좀 더 낫겠죠. 그러면서 조금씩 고쳐보는 것은 더 좋겠구요.

아무 거나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내용이 있으면 요약을 하든, 보완을 하든, 수정을 하든, 아니면 그대로 베끼든 옮겨 적습니다. 중요한 것은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드는 내용"입니다.

재미도 없고 뜻도 없는 걸 그냥 옮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겠죠? "재미있는 게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정보들을 살피고, "아, 이게 재미있겠네"라고 깨닫는 것이 글쓰기를 위한 매우 근본적인 훈련입니다.

여기서 '재미있다'는 건 깔깔 웃음이 나오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아시죠? 새로운 내용이나, 몰랐던 내용이나, 유익한 내용 같은 걸 말하는 겁니다.

물론 깔깔 웃음이 나오는 것도 포함됩니다. 재미있겠다 싶은 내용을 찾는 순간, 1번에서 말씀 드린 "뭔가 알게 되는 것을 즐거워하는" 경험을 한 번씩 거치게 됩니다.


4.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본다.

1번과 3번을 하려면 당연히 다른 글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데 "새로운 것을 아는 것", 혹은 "정보의 뭉치"를 찾기 위해 다른 글을 보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편하게 보는 글까지 포함해서 다른 사람의 글을 하나라도 더 보려고 해야 합니다.

read

요즘 SNS가 좋은 게 그거죠? 그냥 들어가기만 해도 친구들이 자기 글을 올리든 신문기사를 공유하든 읽을 거리를 마구 올려줍니다. 그럼 뭐든 재미있겠다 싶은 것을 진득하게 읽어봅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노력이 필요합니다.

제 경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는데 보는 건 하나도 없고 뭐 있나 스크롤만 하다가 시간 다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지 말고 뭐든 붙잡고 읽어봅니다.

그러면 정말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마음이 뿌듯한 글이 있겠죠? 그러면 생각을 해봅니다. 이 글은 왜 재미있지? 뭐가 유익하지? 내가 왜 이 글을 읽고 뿌듯해지는 거지?

글쓰기란, 느낌을 생각으로 바꿔서 글자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왜 재미있는지, 뭐가 유익한지, 뭐가 나를 뿌듯하게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바로 느낌을 생각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그럼 비유가 기가 막히거나, 재미있는 속담을 썼다거나, 너무 실감나는 예화를 썼다거나, 어휘가 고급지다거나 하는 것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그럼 감탄만 하지 말고, 혹은 나도 이렇게 좀 써봤으면 하고 부러워만 하지 말고, 이때부터는 나도 이렇게 써야지 하면서 욕심을 가져봅니다. 욕심을 가지게 되면 글 쓰는 게 재미있어지는 가장 기초적인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5. 메모하고 기록한다.

4번에서 찾은 재미있는 부분, 즉 비유가 재미있다거나, 속담이 기발하다거나, 예화가 실감난다거나, 리드나 결말이 너무 멋지다거나, 어떤 개념이 새롭다거나, "침묵의 나선 이론"이나 "있어보이는 이론이나 법칙 같은 게 있다거나 하면 그것을 그냥 넘겨보지 말고 어디다가 기록을 합니다.

이외수 선생의 <글쓰기의 공중부양>이라는 (제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글쓰기 책을 보면 "단어 채집"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주제나 상황을 정해놓고 관련되거나 연상되는 어휘를 닥치는대로 모아보는 거죠. 이것은 "표현 채집", "재미있는 요소 채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글을 보다가 재미있는 것들이 보이면 비공개 카페에다가 모아둡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시작부터 당황한 나는 준비한 자료를 구구단 외듯이 기관총처럼 쏟아냈다"
"다 큰 사내가 어머니가 숟가락에 올려주는 생선살을 새모이 받아먹듯 낼름낼름 해치우고 나서야 자리를 뜰 수 있었다.”


이런 표현 재밌죠? 그럼 눈에 보이는 대로 옮겨 놓습니다.


이상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한 5가지 기본 자세를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만 하면 생각이 풀리고 욕심이 생겨서 글을 쓴다는 것이 조금씩 조금씩 재미있어 집니다.

그러면 "글쓰기를 위한 5가지 비결" 이런 것을 봐도 금방금방 머리에, 가슴에, 몸에 착착 붙게 될겁니다.

글쓴이 : 고일석(마케팅 글쓰기 전문가)


스팀잇 외부의 좋은 글을 원저자의 허락하에 옮깁니다. 리스팀 팔로우 보팅은 큐레이션에 힘이 됩니다.


Sort:  

저도 방금 @actnow 님의 글을 붙잡고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이 글을 옮기면서 짧게 줄이느라 붙잡고 읽었습니다. ^^

4. 다른 사람의 글을 많이 본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고, 일단 뭔가를 배워야 써먹으니 그런거 같아요

본문에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많이 따라 써봐야 될거 같아요 ^^

저도 열심히 따라써보기 해야겠습니다.

전 소심한 성격이라 이 항목이 필요한 것 같네요..
[2. 나를 드러내는 것을 뻔뻔스러워 한다.]
저한테 필요한 글인데 감사합니다. ^^

저는 뭔가 낯간지러운 느낌이...들더라구요.

이 글을 읽고 좀 더 뻔뻔하게 용기내어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직 저도 글 쓰는 게 익숙하지가 않아 많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좋은 글 읽어보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ㅎ
감사합니다!!

스팀잇의 클리셰같은 '잘 읽히는 글의 특징' 과 같은 테크닉을 가르치는 글을 생각하며 들어왔다가 감동받고 갑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너무좋네요.

예시로 나온 기관총과 새모이가ㅋㅋㅋ
댓글 쓰는중에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군요
마치 새 한마리가 제 머릿속에서 기관총을 쏘듯이 부리로 쪼며
이글을 기억해
이글을 기억해
하고 세뇌 시키는 듯 합니다.
멋진 정보 감사해요

바로 써먹는 놀라운 활용능력이십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7
TRX 0.16
JST 0.030
BTC 60582.22
ETH 2368.10
USDT 1.00
SBD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