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들고 있지 않아도 도움이 필요하다.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actapeta 입니다.

오늘은 군대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누구나 한번쯤은 지원해볼만한 카투사를 나왔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들 꿀이라 생각해 친구들끼리 치맥을 하다가도 군대 이야기가 나오면 너는 치킨먹지 말고 치킨무만 먹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장난을 치곤하지요 ㅋㅋ.

아무쪼록 저는 카투사 중에서도 전방 부근에서 근무를 했는데요. 훈련도 자주 나가고, PT (Physical Training)도 빡세고, 군기도 꽉 잡힌 그런 보직에 있었습니다. 저는 불평은 해도 워낙에 적응은 빠른 편이라 처음은 힘들었으나 틈틈이 선임들과 친해졌고 또 지치지 않게 쉴 줄 아는 요량도 금방 터득했습니다.

후임 생활을 오래 한 터라 저는 상병 2호봉쯤에 첫 후임을 받았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둥절한 신병을 데리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일도 차근차근 알려주고, 또 미군들에게도 정성스레 소개해 줬습니다. 아직 많이 낯설 것 같아 한 첫 1~2주간을 작업에서도 빼주고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줬습니다. 처음에 너무 많이 풀어준게 화근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병이 될 때 까지도  따로 시켜야만 일을 하고 그마저도 잘 하지 못했습니다. 작업이 생겨서 하나 둘 다 밖으로 나갈 때도 혼자 멀뚱히 서 있다가 미군 동료가 Hey! What are you doing? Let's go! 하면 느지막이 나가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그 날은 작업을 하기 전에 교육을 받았던 날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 교육을 진행할 때는 미육군에서 나온 파워포인트를 중점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Q&A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그날은 카투사인 제 후임도 참여시키고픈 마음에 미군 병장이 질문을 했는데 당황한 나머지 답을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답을 못하던 그 순간 방안에 있던 모든 미군들이 제 후임을 쳐다봤는데 그 순간 막중한 압박감과 함께 모멸감을 느꼈다고 고했습니다. 평소에도 영어를 못하는 데에서 오는 설움이 교육이 끝나고 작업에 나가서 일을 하는 도중 폭발해 화장실의 문을 부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사건 이후로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일도 남들처럼 그렇게 빡세게 하지 않고, 카투사인지라 배식도 괜찮게 나오고, 항상 물어보면 군 생활이 할 만하다 말했던 후임 이였습니다. 그래서 이 친구는 큰 도움이 필요 없겠구나! 라고 생각해  도움을 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이건 짐을 짊어지지 않은 사람이건 누구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는 건 마찬가지인데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사회에서도 직장도 괜찮고 주변 문제도 없어 보이고 사는 게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 여럿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항상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괜찮은지 밥은 잘 먹고 다니는지 물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사정이 있어 남들과 같은 명절을 보내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혹시나 모를 그 분들에게 따뜻한 한마디 전해주는 게 어떨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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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네!! 잘 둘어봐야겠어요

저도 카투사 지원했는데 안되더군요..
어디든 자기만의 고충이 있는거겠죠

카투사 나왔다고 치킨무만 먹으라니..
짓궂군요 ㅎㅎ

상병 2호봉이 되서야 후임을 받으셨다니..
그동안 마음고생이 좀 심하셨겠어요.
저도 군복무시절 소대후임 그리고 중대후임들에게 왠만하면 싫은소리 하지 않고 잘 챙겨주기만 하는 편이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과했었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스팀잇에서 카투사 분은 처음 뵙는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

카투사도 PT는 미군 스탠다드 맞춰서 빡세죠..

전방이라고 하셨는데,
그럼 2ID?? :)

맞습니다 2ID 입니다 ㅋㅋ
저도 여기서 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반갑습니다 ㅋㅋㅋㅋ
친구들은 장난으로 이야기 하는건데
반응 잘 해주면 분위기도 살고 해서 재미있게 주고받습니다 ㅋㅋ

그렇군요 ^^
친한 친구들 사이에 장난이야 쿨하죠 뭐ㅎㅎ

와.. 2ID시군요 ~
같은 사단 분을 스팀잇에서 뵐 줄이야 ㅋㅋ

혹시 캠프 어디에 계셨어요?
저는 캠프 케이시요 ~
Manchu ~ Whoa ~ xD

그렇겠네요. 자기보다 좋은 조건에 있다고해서 불편한 부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지요. 또 때로는 자기보다 좋은 조건에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배부른 소리라고 이해해주려하지 않는 경향도 있지요.

절대적인 것들도 있겠지만..
상대적인 것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음.... 잘할꺼다라고 미리 재든하는게 위험하다는것을 알았네요.... 진짜 잘하고ㅜ있는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고ㅜ생각합니다

맞아요 다른사람눈에 어떻게 보이든 각자들만의 이야기가 있는법이죠!ღ'ᴗ'ღ

와.. 다른걸 떠나서 저도 상병 2호봉때까지 거진 막내였는데.. 진짜 꼬인 군번줄이야 말로 진정한 적폐입니다!! 누군 캐꿀빨고!! 누군 코생만하고!!

저도 입버릇처럼 "괜찮아, 괜찮아" 라고 말하는 편인데, 실제론 안 괜찮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주위사람들의 "괜찮다"는 말에는 두번 생각하지 않고, '진짜 괜찮나보다..'하고 넘어갔어요 ㅜㅜ 명절을 맞이해서 저도 주위 사람들 챙기고 오랜만에 인사도 해야겠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저 때는 왜 카투사 갈 생각을 많이 못했을까요. 명절 연휴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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