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인종차별을 겪으면서.

in #kr7 years ago (edited)

되뇌어 보면 인종차별의 시작은 언어의 장벽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언어를 알지 못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크나큰 불리로 작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언어의 장벽과 관계없이 선입견 때문에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은 단순히 무지에서 비롯되어 쉽게 넘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지 못해서 차별을 당하는 것은 자신이 철저히 타자화 되는 경험이라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다닌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영어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또 막중한 다짐으로 타지의 땅을 밟았으나 그게 참 쉽지 않더군요. 이런 저를 살갑게 대해주는 사람들도 있었고 매몰차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성적이 들어가는 공동프로젝트를 옆 사람과 짝지어서 해오라고 할 때면 누구 할 것 없이 정말 모세의 기적처럼 저를 중점으로 양옆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죠 (정말 놀라운 경험 이었습니다 ㅎㅎ). 그 당시엔 정말 서러웠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살갑게 대해줬던 작은 성의나마 보여 줬던 것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렸을 때는 이러한 소외됨을 순전히 인종차별이라고 치부했던 것 같습니다.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닌 것 같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아시아인’ 이라는 프레임으로 저를 해석했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저의 실체는 장벽 뒤에 가려졌으니까요. 그랬기에 인종차별이라는 경험은 편견을 조장하는 사회와 문화에 항거하는 동시에 하루아침에 ‘한국어’ 라는 집을 잃어버리고 타지에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야 하는 이주민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이 이외에도 또 다른 경험이라면 정말 끈끈한 관계는 찾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나라의 문화와 관습이나 시간적 배경이 달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고 또 서로에게 언제든 도와줄 관계를 만들 수는 있었지만 타지에서 적응하면서 빚은 페르소나를 벗고 그 친구 앞에서 정말 편안하게 같이 찌개를 끓여먹을 수 있을 친구는 만나기 힘들었습니다.

아마 타지에서 생활을 한번쯤은 해보셨거나 타지에서 생활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이러한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집을 떠나 행복한 사람도 있고 슬픈 사람도 있듯 위에 써 내려간 저의 경험도 아마 굉장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타지로서의 긴 여정을 걸은 모든 분들에게 단단하게 베긴 굳은살은 항상 ‘타자’라는 징표로서 남아 있겠지요.

많은 분들이 차별을 겪고 타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썼지만 아마 대한민국 내에서도 이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 믿습니다. 어쩌면 일기 식으로 쓴 이야기 한 편 일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타자화 되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걷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편안한 말동무가 되고 싶은 마음에 써 보았습니다. 괜히 더 외딴길로 새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지치더라도 웃을 수 있으시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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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저는 짧은 여행 말고는 없던터라.. 직접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언어에서 오는 장벽을 이해 할 수 있을 듯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인종차별은 언어에서 왔다.. 맞는것 같습니다... 상대방과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으니

서로 불신이 쌓이고 오해가 쌓이고... 또 그럴까봐 많이 웃고 양보하고 하다보니

호의를 권리로 알아 무시하고.. 악순환이 되는거 같아요...

경험에서 나오는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말씀하신데로 악순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영어권에서 1년 남짓 잠시 지내면서 겪었던 경험이네요. 말씀처럼 그 당시에는 나를 쳐다보는 눈빛만으로도 자격지심을 가지고 제 스스로 멀리하려 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마 저를 안타깝고 도와주고 이해하려는 눈빛이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저는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또, 그래서 저는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친구들에게 잘해주려고 많이 노력해요. 물론, 이게 저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멀리에서 훗날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의미있고 유익한 경험을 하루하루 하고 계시네요.
actapeta님 화이팅입니다!! 편하게 일상을 공유할 멋진 친구분들이 더 많아지시길 응원합니다.

정말 공감합니다.....
처음 때가 정말 색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길마님은 참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중국 친구중에 하나가 오래도록 한국에 살다가 집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집 주인이 deposit으로 가지고 있던 돈 500만원을 떼어먹으려고 하더라구요.
남자친구인양 전화해서 고소한다고 난리난리쳐서 30분만에 받아줬던 기억도 있네요.
한국에도 참 나쁜 사람들 많아요~
actapeta님.. 친구도 많이 만드시면 좋겠지만... 억울한 일 안당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음... 요즘 우리나라 대학들에서 중국 유학생들을 많이 유치하는데,
조별 과제를 할 때 교수님이 임의로 조를 짜서 중국인 유학생이 포함되면
조 변경을 요구하는 한국 학생들이 많다고 해요~

아무래도 평생 쓰고 말해온 모국어와는 다른 말로 공부를 하는 게 쉽지는 않겠죠.
한때의 소외됨을 인종차별이 아니라 언어에 따른 어려움으로 이해해 가시는 모습이 멋집니다. 응원합니다.

아무래도 실이 가는 부분이 있으면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두 오랜 유학생활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ㅜㅜ 제 이야기같은 글이네요. 화이팅해요!

감사합니다.. 화이팅 입니다!

저는 '인종'차별은 겪지는 않았지만.. '사람'차별(?)은 겪어봤어요. 해외에서 살 때.
아무래도 제가 처음보는 낯선 사람이어서 다들 우물쭈물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도 그때 다들 어려서 제가 좀 말을 못해도 바디랭귀지로 소통하기도 하고.. 그래서 결국 지금은 좋은 친구들로 지내고 있어요 :)
그렇지만 잠시동안이라도 '타자'가 되었던 경험은 아직까지 좀 씁쓸하게 남아있네요.

저도 제목에 인종차별이라고 적긴 했는데
뒤돌아 보니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잘 어울리지 않았던거 같아요.
좋은 친구들로 지내고 있으면 다행인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쩔 수 없는일 에서 노력이 있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일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뭐 저는 일년 남짓 살아봤지만요.

계속 적응하려다 보면 괜찮아 지는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외국인과 셰어 하우스 생활할 때는 다들 좋은 사람만 만났었는데(아마 성인이라서 그렇겠죠?)

흠.. 실제로 텔레그램에서 외국인과 대화하다보면 아예 동양인을 무시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짜 그런거 보면 답답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솔직히 사람이라면 다른 나라 국가 사람 안 좋아할 수 있는 거 인정하는데 그걸 꼭 티를 내야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이 있는것 같아요...
많이 안타깝습니다..

저는 인종차별은 없는 베트남에서 살고 있지만,
언어의 답답함은 절실히 느끼며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저도 영어권에서 잠시 살았던 경험과 지금의 생활을 생각해보면,
언어라는게 그 문화에 완전히 빠져야 되는 것이라
시간이 걸리고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언어와 몰이해는 정말 가까운 곳에 있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 다른 나라에 가게 되는 경우라면 언어를 배우는 것이
편리한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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