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in #kr7 years ago (edited)

어린시절... 새해가 되면 아침이면 떡국을 먹고 어른들께 세배를 했다. 어른들께서 주신 세뱃돈으로무엇을 살까? 얼마나 많은 세뱃돈을 받을까? 며칠전부터 계산을 하며 기대하고... 설레었다.

친척 동생들이 모이면, 우리는 축구공 하나 들고 운동장으로.. 놀이터로.. 향했다. 같이 축구도 하고... 과자도 사먹으로 갔다. 집에서는 어른들께 배운 화투도 재미삼아 쳐보고.. 윷놀이도 해보고..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많이 있으니까..

북적하니.. 소란스런 그 느낌이 좋았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사람사는 그 시끄러움이 허용되었다..

그러다.. 하나 둘 작은 집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며.. 사촌동생들의 집에서 이혼을 했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하나 둘.... 작은 어머니들이.. 명절이며.. 제사에 나오지 않게 되었다..

가난해도 그렇게 밝고, 장난끼 많던 동생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어딘가 주눅들어 있고.. 어딘가.. 자신감이 없어보였다... 몇 명 남지 않은 동생들과 함께..우리는 이제.. PC방이나 가게 되었다..

사회도 비슷했다.. 함께 어울리되.. 서로 상처받지 않는... 간편한 이별공식이 성립되는 만남이.. 암묵적으로 권장하는 사회로 변해갔다.

나는 어른들을 원망했다.. 개뿔도 없는 것은 우리 집이나.. 작은 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경상도식... 가부장적.. 엄한 분위기를 그렇게도 주장하며.. 고작.. 가정 하나 지키지 못한 어른들.. 특히... 작은 아버지들이 한심해 보였다.

남자가 주방에 어떻게??? .............. 가정을 지키려면 들어가면 안되나?? 고작 그 자존심 하나 지키고자..... 목소리를 높이려다.... 고지식한 그 사고방식 때문에... 그 상처는 동생들이 그대로 받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은 변하지 않았다.

자녀들을 명절에 데려와..... 아직도.. 비교를 한다... 자식자랑을 한다.. 자식자랑에서 뒤처진 동생들은... 명함 내밀기도 민망하고 부끄러워....... 이제.. 큰 집에 오지 않는다...

설날이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다..

정말 몇 년 후엔 이렇게 되어 버릴 것 같다. 누구의 탓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절대로 절대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결심했고.. 결심했지만.... 요즘... 내가 어떻게 해야... 우리 가정을 안전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된다.

나는 어떤 아빠.. 어떤 가장이 되어야 할까?

앞으로 우리 가족의 명절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고 행복하고 유익한 명절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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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다들 그런가보군요ㅎㅎ

저희도 그렇네요..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한가봐요ㅠ

제 친구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저는 해외에 오래 나와 있어서 명절에 둔감해 진지 좀 됐는데 어느샌가 한국도 명절이라고 칼같이 모이는 건 아니라고... 추석 때 일우 놀러온 친구가 설에는 호주라고 갈거라고 하더군요...

다들 명절 피하고 싶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에 명절날 추억이 많은데 어느때부터인가 그런 분위기가 사라졌네요. 왜 그럴까요? ㅜㅜ

지금까지 이어져온 유교문화의 좋은 점만 남기고 폐해는 버리면 좋겠는데 말이죠. 고민을 하는 자체가 좋은 현상이 아닐까 합니다~ 늘 행복하고 좋은 가정이 되시길~

정말 씁쓸하네요..

에구ㅜㅠ
저희집은 조부모님 댁에서 매번 명절을 보내다가
조부모님 돌아가시고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냅니다.

매번 한복 입고 강강수월래 했던 사촌동생들이 시집 가서 애엄마가 되었네요.

작년 설에는 연휴가 짧아서 저도 안 내려갔었어요.
아부지께서 내려오지 말라셨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와서는
'아빠가 그러더니 막상 명절 되니 외로워 하시더라' 고 ㅜㅠ

그냥 우리끼리도 모이기 참 힘드네요~
도란도란 다같이 늦잠이나 자고 맛난거나 먹어야겠어요.

저희도 설에 사람들이 안오고 저도 뭐 딱히 없어서 친척집에 안가게 되네요. 즐겁게 모여야 하는데 어느순간 압박감만 오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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