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의 일기

in #kr8 years ago (edited)

고등학교 시절, 내가 제일 좋아했던 축구를 하다 눈을 다쳤다. 정말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나는 양쪽 눈을 붕대로 가렸다. 의사는 한 쪽 눈이 실명할 거라고 말했고, 어머니는 펑펑 우셨다. 며칠 동안 멍하니 신세를 한탄하다가..... 나는 앞으로 ... 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단 생각을 했다.

흙 수저에 공부도 젬병이고.. 성격도 욱하고... 모난 것이 많았던 나였다... 그냥 막연하게... 생각만 했다...

세월이 흘렀고.. 그 막연한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나는 특수교사가 되었다.

나는 무늬만 특수교사였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매번 장학금을 받아야 해서... 돌대가리가 도서관에 살다 보니, 어느덧 수석 졸업과 임용 합격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저 헛똑똑이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만났다. 남들은 장애아, 장애 학생, 특수교육대상자라 불렀다. 나는 그렇게 부르는 게 싫었다. 내 머리가 아무리 돌대가리에.. 허빵 교사지만... 그러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내가 어린 시절 받아온 "가난"이란 상처보다.. 수 백배 많은 상처를.. 아이들이 받아온 것이 보였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 꽃>


어제는 남교사들, 사회복무요원들이 함께 일했다. 체육관 공사로.. 물리치료실과 교실 등을 이동해야했다. 특수학교라 학기 중엔 다른 학생들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책상 한 개를 옮기는 것도 불가능했다. 요즘 학교는 남교사가 몇 명 없다. 사회복무요원들은 착하고 잘 도와주었으나 어려서 그런지 일하는 건 서툴렀다.

물리치료실에 침대, 하지 근육 운동용 나무 계단, 헬스기구, 러닝머신, 매트 다수를 옮겼다. 다시 물리치료실로 큰 옷장 12개, 대형 TV와 TV 장, 의자와 책상, 신발장 등을 옮겼다. 3층 교사 연구실에 책상 8개를 완전히 해체하고 캐비닛 8개를 빼내고.. 청소하고.. 다시 중학교 교실로 만들었다.. 그렇게.. 교실 3~4개를 없애고 다시 만들었다... 체육관 옥상에 수년 묵은.. 책상이며.. 부서진 교구장 등.. 거의 한 트럭 이상의 짐을 옥상에서.. 1층 분리수거장으로 옮겼다.

교사라면 무조건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건.. 정치인이나.. 의사.. 판사.. 변호사.. 모든 직업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한 직장에서도 편하자고 하면 팅팅 놀면서 돈 버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일 복이 따라오는 사람도 있다.

국영수 주요 과목 교사라면 모를까.. 우리 식구 네 명... 노후 보장이 어려우신 양가 부모님들까지.. 앞으로 막막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있는 친구들이야 아파트라도.. 자동차라도 받았지.. 대출금 갚고... 보험료 내고.... 집사람이 보내주는...내 용돈은 한 달 20만 원이다.

금요일.... 20만 원 중에... 다른 학교로 발령이 나서 가신 분들에게 4만 원짜리 꽃다발 2개를 선물했다... 교장 선생님 퇴임에는 많은 교사들이 축하를 해주고.. 꽃다발을 주셨지만.... 나는 그냥... 현장에서.. 현장 속에서 고생하신 분들에게.. 나라도 이렇게... 위로와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 8만 원을 기분 좋게 쓰고, 12만 원 남았다.

어제... 하루 종일 함께 무거운 짐을 날랐던 사회복무요원에게 통닭을 사주었다. 그래도 나름 특수학교에 발령받은 젊은 청년들에게.... 싫은 소리 없이 잘 도와주어.. 기특한 마음을 칭찬해 주고 싶었다. 내 용돈은 0원이 되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집사람한텐 좀 꾸중을 들을 것 같다.

나는 승진할 수 있는 능력도 되지 않고, 건강상의 문제로 승진을 접었다... 그저 나는 특수학교가.. 특수교육이.. 특수교사들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하고 싶었다. 나는 거의 일주일째 짐을 옮기고 있다. 허리도 많이 아프지만.. 내가 조금 더 움직이면.. 우리 급별 특수교사 선생님들과.. 다른 특수교사 선생님들이 조금이라도 쉴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좋아했던 나는... 직접 골을 넣는 것보다.. "어시스트"를 더 좋아했다. 나의 도움으로 골을 넣는 사람들이 기뻐하면...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럼.. 골 하나에 두 명이 행복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원봉사, 특수교사, 특수교육에 더 관심을 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골 하나에, 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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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응원합니다. 세상은 이런 숨어서 자신의 일을 하시는 분들이 만들어가는 거겠죠.

응원하는 마음으로 팔로우, 보팅하고 갑니다^^

어시왕..... 가즈앗!!!

응원합니다! 선생님!🤠👍🏻

네.. 정말 공감합니다 이제 복지를 이런곳에 많이 투자해야겠죠 .. 부위 균등을 ♡

아침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늘 엄마는 희생이 전부라 생각하며 요즘 신세한탄이 일상이었는데... 엄마의 역할은 어시스트 였던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다시 좋은 마음 초긍정마음이 될순 없겠지만 충분한 도움이 된 글을 읽어 오늘 아침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좋은하루되세요^^

abc티처님 같은 분들 덕분에 사회가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직접적인 도움은 안 되겠지만...

항상 응원하고 좋은 일들만 생기시길 바랄게여..^^ 힘내세요....

남을 위해 희생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군요.
혼자만의 밥그릇을 챙기기위해 아둥바둥하는 제 모습이 우습기도 하구요.
많은걸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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