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Thumbs Up 플레이리스트 #12 > 여름을 나게 해준 재즈곡
이번 여름은 추위를 많이 타는 저도 견디기 힘든, 무척이나 지독한 더위였습니다. 뙤약볕과 함께 걷다 보면 저도 모르게 예민해져 평소보다 더 선곡에 신경을 썼어요. 조금이라도 처지는 곡이 나오면 더위가 배로 느껴져 최대한 덜 더운 음악을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아직 여름이 지나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이 입추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그래서 선선한 바람도 불어 오는듯해 이 플레이리스트를 준비했어요.
어쩌다 보니,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죄다 피아노곡입니다. 가장 더운 악기가 피아노라고 생각하다가도, 기타나 색소폰 연주를 들을 용기는 안 나서 또 피아노만 주구장창 들었네요.
< Bill Evans -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
여름에 피해야 할 재즈 피아니스트 순위를 매겨야 한다면 1위로 놓고 싶을 정도로 더운 빌 에반스의 연주입니다. 이 곡은 오래, 그리고 많이 들었기 때문에 원곡을 전혀 떠올리지 않았는데요. 문득 생각해 보니, 유명한 캐롤이더라고요.
트리오 연주기 때문에 솔로 앨범보다는 훨씬 덜 덥습니다. 그리고 빌에반스의 연주와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면 겨울이 성큼 다가온 듯해요.
< Thelonious Monk - I Hadn't Anyone Till You >
갈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몽크입니다. 몽크의 투박한 터치를 듣고 있으면, 몽크도 저와 같이 더워하는 기분이 들어요. 더위에 지쳐 퉁명스럽게 연주하는 그런 기분이에요.
저도 몽크와 같이 피아노를 꾹꾹 누르는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몽크의 연주에 빠져들게 됩니다.
< Buddy DeFranco - Poor Butterfly >
제게 색소폰은 정말 정말 더운 악기입니다. 또 트럼펫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피아노만 듣다 보면 피아노마저 덥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때 버디 디프랑코를 듣습니다. 버디 디프랑코의 클라리넷 연주는 부담스럽지 않게,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요.
원래 좋아하는 스탠다드 곡인데 거기에 일당백 데이브 맥케나의 피아노 연주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 이번 여름 가장 많이 들은 곡이에요.
< The Bad Plus - Heart Of Glass >
가장 뜨거운 시간에 나가야 할 때, 또 나가서 걸어야 할 때는 이 곡만 들었습니다. 다른 곡들은 더운걸 감안해도 들을 만 하다는 정도였다면, 이 곡은 실제로 더위를 식혀주는 곡이었어요. 극한의 더위와 어울리는 강렬한 연주.
생각해 보니, 배드 플러스의 곡들이 더위 상쇄용으로 좋은 것 같네요.
< The Bad Plus - Big Eater >
< Chet Baker -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밖에선 들을 엄두도 못 내는 더운 목소리지만, (에어컨을 틀어) 적당히 더운 여름밤에는 무척 잘 어울린답니다. 체트 베이커라는 이유만으로 트럼펫 소리도 마냥 좋게만 들리는 곡.
가만히 가사를 듣고 있으면 몸 이곳저곳이 못 견딜 정도로 간지러워져요.
여름밤에 잘어울린다는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을 듣고있습니다. 밑에 노래부터 하나씩 조금씩 들어보려했는데, 요거 하나 듣자마자 계속 듣게 되네요. 음악 추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