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e-Saw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은 쓸쓸했다. 즐거운 며칠을 보내고 나면 주기처럼 쓸쓸함이 찾아온다. 그럼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그 감정에 깊게 파고들기도 한다. 쓸쓸한 음악을 듣다가, 전에 남긴 메모 하나를 보게 됐다.

솔로 전 리하모니 아름다움
마지막엔 미칠 것 같음
호흡이 느껴짐
베이스 너무 로맨틱

아마도 어떤 곡을 듣고 급하게 쓴 것 같은데, 그게 무슨 곡인지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의 Thumbs up 플레이리스트(어디서 들어본 것 같군)를 뒤졌다. 메모의 뉘앙스가 재즈인 것 같아 재즈만, 그리고 뒷부분만 들었다.

그랬더니 금방 나왔다.


< Bill Evans Trio - See-Saw >

빌 에반스 트리오(Bill Evans Trio)와 스탄 겟츠(Stan Getz)가 피쳐링으로 함께한 앨범에 수록된 곡인데, 태그 정리가 잘못됐는지 아티스트 이름에 스탄 겟츠만 올라가 있었다. 놀라운 건 이 곡이 좋아 메모까지 했으면서, 섹소폰 연주자인 스탄 겟츠의 연주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곡에 섹소폰은 나오지도 않는다. 게다가, 코드 리하모니까지 들었으면서도 피아니스트에 대해 전혀 생 해보지 않았다. 아마도 스탄 겟츠라는 이름이 너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지금 들으니 그냥 빌 에반스인데...


이 곡에서 베이스가 유독 좋았던 것 같은데, 찾아보니 에디 고메즈(Eddie Gómez)였다. 빌 에반스와 함께한 베이시스트라 하면 모두 스콧 라파로(Scott LaFaro)를 떠올리겠지만 나는 스콧 라파로보다 에디 고메즈를 더 좋아한다. 스콧 라파로가 죽고 난 후의 빌 에반스를 더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오랜만에 에디 고메즈와 빌 에반스의 연주를 듣는 게 반가웠다. 그것도 빌 에반스인 줄 모르고, 에디 고메즈인 줄 모르고 들어서 더 좋았다.

이 곡의 매력은 끝에 있다. 뒤에서 갑자기 박자가 느려지는데, 그때 빌 에반스와 에디 고메즈가 함께 왈츠를 추는 기분이 든다. 몇 번을 다시 들어도 여전히 마지막엔 미칠 것 같다.


실은 마음이 쓸쓸해 쓸쓸한 글을 쓰고 있었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갖은 슬픈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는데, 이 곡을 듣자마자 금세 기분이 풀려 버렸다. 좀 유치하지만, 이 곡을 들으면서 내 감정이 시소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행복해져 버렸지만, 괜히 아쉬운 마음에 아까 듣던 쓸쓸한 곡도 같이 올린다.

<Pat Metheny - Always and forev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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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건 반드시 내려가고 내려간건 또 올라가니, 시소는 적절하네요 ^^
빌에반스 저도 참 좋아합니다 ㅎ
스탄 게츠 보다는 존 콜트레인이긴 하지만요 ㅋ

@travelwalker님도 재즈를 좋아하셨나요?! 완전 몰랐는데요. 저도 스탄 게츠보다 존 콜트레인이긴 하지만, 가끔 존 콜트레인보다 주트 심스일 때가 있습니다. 오홋 반갑네요 :)

^^ 제가 오디오를 하니 음악을 들어야 하죠 ㅎ
클래식이 주종이긴 한데 재즈도 좋아합니다. ㅋ

재즈 좋아하신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재즈가 주종이고 클래식도 좋아합니다만 ㅎ

그러시군요 ^^ 반갑습니다.
언제 음악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네요 ㅋ

오디오얘기도 좋습니다! ㅎ

이제 보니... 빌리 홀리데이에 대해 얘기해놓고도 잊고 있었군요... 이놈의 기억력 ㅋㅋㅋㅋ 가끔 좋아하는 곡들도 올려주셔요!

즐겁게 일하다가 그 일이 끝나고 나면 찾아오는 쓸쓸함을 경험하는 중이시군요. 근데 마지막 곡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다니.. 저는 되려 쓸쓸해지려 하는데 말이죠...

위에 있는 빌 에반스의 곡이 기분 좋아지는 곡이고, 아래 곡이 쓸쓸해지는 곡이었어요. 역시 사람의 느낌은 비슷비슷하죠? ㅋㅋㅋ 불쑥불쑥 찾아오는 쓸쓸함이 반갑기도 하고 싫기도 하고 그러네요.

이런게 재즈군요. 즐거움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쓸쓸함이란... 재즈는 이런 감정을 조심스럽게 매만지기 좋은것 같네요. ab7b13님 덕분에 제 음악의 영역이 확장되는 느낌입니다^^

숨길 수 없는 쓸쓸함을 느끼셨군요? 빌 에반스의 연주는 참 아름답지만 항상 어딘가 우수에 젖은 듯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좋게 들으셨다니 무척 기쁩니다. 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루님 안녕-! 방금까지 유툽 스트리밍 라디오로 Jazz 곡 듣고 있다가 중지하고 'See-Saw'로 바꿔 틀었어요 ㅎㅎ 으아_ 진짜 아름다운 호흡이에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에디 고메즈와 스콧 라파로의 베이스를 따로따로 들어봐야겠어요 ㅎㅎㅎㅎㅎ 팻 매쓰니의 음악은 하염 없이 침잠하네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쯤 따뜻한 이불 속에서 듣고 싶은 곡이에요 ㅎㅎㅎㅎㅎ

p.s 무슨 일인지,
빌에반스라는 이름이 순간적으로 '발-란스'처럼 읽혔어요 :-)

ㅎㅎ 읽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채린님의 댓글이네요! 듣던 곡까지 중단하고 들으셨다니, 그리고 좋으셨다니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팻 메쓰니의 곡은 어둑어둑할 때 들으면 좋은 것 같습니다. 너무 쓸쓸해지는게 문제기도 하지만요. 빌에반스를 빠르게 말하니, 어쩐지 발란스가 되는 것도 같고요? ㅎㅎ

지금은 좀 나아지셨나 몰라요. 음악 잘 듣고 갑니다.

감사해요! 음악을 들으면서 금방 나아졌답니다. 에빵님도 차분하고 따뜻한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흑흑 펫 메쓰니곡 너무 슬퍼요 ㅠㅠ

맨날 쿵빡쿵빡 스네어 다 박살내는 비트만 듣다가 브러시질 소리 들으니까 마음이 차분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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