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커피 한 잔 #4] 전광수 커피, 뜻밖의 독서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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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현에 볼 일이 있었습니다.

외출할 일이 있으면 그 근처 카페를 미리 찾아본 후에 커피를 맛보러 가곤 합니다.
명동에는 제가 좋아하는 프랜차이즈 전광수 커피가 있어 오게 되었어요.

전광수 커피는 드립 커피 전문점으로 유명한데 이곳 커피가 제 입맛에 잘 맞습니다.
생각보다 지점이 많지 않아 전광수 커피가 있는 동네에 가면 꼭 들르곤 합니다.

커피를 마시러 오는 곳이다 보니 갈 때마다 커피를 추천받아요.
이번엔 묵직하면서 산미가 많지 않은 커피를 부탁드렸더니 사이폰 커피를 추천해주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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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와 장인의 숨결이라는 조금 난해한 이름의 커피를 추천받았는데요.
장인의 숨결에 제가 좋아하는 원두가 많아 장인의 숨결로 결정!
전광수 커피는 커피 추천을 부탁드릴 때 늘 차가운 걸 먹을지, 따듯한 걸 먹을지 여쭤봐 주신답니다.
늘 차가운 커피만 마셔서 그런지 더욱 반가운 질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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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수 커피는 커피 내리는 걸 직접 볼 수 있는 바 자리가 있습니다.
처음엔 부끄러워 못 앉았는데 오늘은 용기 내 앉아 보았어요!
사이폰 커피 추출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보기에 예쁘고 신기했습니다.

원래는 일이 밀려있어 커피 한 잔만 빨리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려 했어요.
그런데 커피를 기다리며 매장을 둘러보던 중 매장 가운데 있는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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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카페에서 하는 일 중 독서를 가장 좋아합니다.
어디든 그 공간에 책만 있으면 그냥 기분이 좋아지곤 하는데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책들이 너무너무 반갑더라고요.
그래서 일을 미루고, 가장 얇은 책 한 권을 들고 자리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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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니 커피가 나와 있더군요.
오늘의 책, 시도니가브리엘 콜레트의 여명과 함께 찍어봤어요.
커피 맛은 늘 그렇듯 중간 이상은 갑니다. 커피 맛이 정말 좋았어요.
저번엔 콜롬비아를 마셨었는데 이것도 정말 맛있더라고요!
맛있는 커피와 치즈 케이크를 앞에 두고 독서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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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책을 읽으면 하루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는 게 좋아요.
카페에 있는 책을 읽으면 시간에 쫓겨 정신없게 읽게 되지만, 그렇기에 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참 좋습니다.

얘기하는 김에 조금 더 보태자면, 북 카페보다는 개인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해요.
전혀 책이 없을 것 같던 곳에 무심한 듯 놓여있는 몇 권의 책을 사랑합니다.
비치된 책 목록을 보며 주인분의 성향을 추측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랍니다.

늘 읽을 책을 가지고는 다니지만, 늘 가지고 다니기에 잘 읽지 않게 돼요.
카페에서 불현듯 만나는 책들이 훨씬 더 반갑고 즐겁습니다.
지금 여기, 이 시간이 아니면 읽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책 읽을 생각을 전혀 못 해 키보드를 두고 왔습니다.
오랜만에 손으로 글귀를 적는데 왜 이렇게 팔도 아프고 쓸 것도 많은지요. ㅠㅠ
노트도 안 가져와 다이어리에 꾸역꾸역 글씨를 적었네요.
그래도 꿋꿋이 다 읽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하루 책 한 권은 읽었다는 위로가 되네요.

불안한 백수 라이프지만, 백수이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이 여유가 참 소중해요.
오늘 읽었던 짧은 구절 하나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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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 사도니가브리엘 콜레트 - 여명 /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언젠가는 과거의 사랑을 기쁘게 추억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지나간 모든 기억들을 다 찬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의 혼란도, 싸움도, 즐거웠던 날들도, 고독도······ 잔인한 사월, 무섭게 부는 사월의 바람, 갈색 싹의 끈끈한 부분에 붙어있는 사월의 벌, 활짝 핀 사월의 살구꽃 향기, 이 모든 것들은 내 앞에 또다시 봄을 가져올 것이다. 춤을 추던, 눈물 흘리던, 무분별하게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던 나의 삶에 끼어든 그 사월의 봄을······ 16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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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라..
글쟁이들이 좋아하는 아이템이네요.

지나가다 들려서 책도 읽고 시원한 커피도 한잔하면 너무 좋을 곳이네요^^ 느낌 좋아요~

전광수 커피 저도 가봐야겠네요.
분위기도 좋고, 맛있는 커피와 책도 읽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네요 ^^
비도 오는데 좋은 시간 되셨을 것 같습니다~잘보고 갑니다.

잔인한 사월, 무섭게 부는 사월의 바람, 갈색 싹의 끈끈한 부분에 붙어있는 사월의 벌, 활짝 핀 사월의 살구꽃 향기, 이 모든 것들은 내 앞에 또다시 봄을 가져올 것이다. 춤을 추던, 눈물 흘리던, 무분별하게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던 나의 삶에 끼어든 그 사월의 봄...prince의 sometimes, it snows in April. 이 음악이 생각나는 구절이네요. 진짜 이 음악에 딱인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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