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의 제주 생활 - 4.3을 앓다(3) : 역사의 시작

in #kr6 years ago (edited)

4.3 70년, 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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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관덕정입니다.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지금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는 제주의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가장 유명한 광장이고요. 공항에서 제주 구시가지로 진입하는 길목에 있어서 찾기도 쉽습니다. 관덕정은 제주 목관아 앞에 있는 정자로, 1969년에 대대적으로 복원되었고 완전한 해체 및 복원은 2006년에 끝났습니다. 목관아는 쉽게 말하면 제주의 행정과 법치를 담당했던 포도청 같은 곳인데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2002년에 새로 복원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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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위키트리)

복원 이전에는 이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일제가 도로를 내면서 처마가 걸린다는 이유로 처마 끝을 무단으로 잘라내어 버리는 바람에 이런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고 하네요. 관덕정은 제주의 역사를 끌어 안고 있는 곳입니다. 유배를 왔었던 광해군의 시신이 이곳에 안치되었다가 육지로 보내졌고, 영화로도 유명한 '이재수의 난' 이 있었을 때 이재수가 천주교인 수백명을 처형한 장소도 이곳입니다. 그리고 4.3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여기가 모든 것의 도화선이 된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4.3이 발생하기 1년 전인 1947년 3월 1일, 제주에서는 '3.1 만세 운동 28주년 기념 제주도 대회'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제주 각지에서 기념식을 가진 도민들이 관덕정을 향해 모여들었는데 이들은 '3.1 정신을 계승하여 자주 독립 국가를 건설하자'라고 외치며 거리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6살 아이가 기마 경찰이 탄 말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군중의 야유와 돌팔매질이 시작되자 경찰이 군중을 향해 발포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이 발포로 제주도민 6명이 사망했고, 제주는 육지의 집중적인 관리 대상이 되기 시작했던 것이죠.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경찰은 이것을 '경찰서 습격 사건'이라고 호도했으며, 이날부터 제주에는 통행금지령이 내려졌고 육지에서 수백명의 경찰이 파견되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다음해 4월 3일까지 제주의 분위기는 일촉 즉발의 상황으로 치달아 갑니다.

4.3의 도화선, 제주 '3.1사건' 70년만에 말문 열다!

관덕정 길 건너 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다음 목적지인 화북 곤을동 마을로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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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으로는 20분, 버스로는 35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올레 18길이 이어진 곳이기 때문에 동문시장, 제주항과 사라봉을 거쳐 도보로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곤을동 마을은 4.3 당시 주민은 학살되고 마을이 모두 전소되어 잃어버린 마을터로 남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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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 마을 가는 길에도 노란 유채는 아름답게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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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을동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안내문입니다. 이 안내문을 읽을 땐 그저 '아, 여기서도 사람이 많이 죽었구나' 정도로만 생각할 수 있는데 남아 있는 마을터를 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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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그저 초가집 돌담 사이 올레였을 길이 깨끗하게 포장되어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만큼 좁은 돌담길입니다. 제주는 담이 낮아서 이웃끼리 얼마든지 서로 정담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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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 안쪽 노란 풀밭이 전부 초가집이 있던 장소입니다. 뒤로는 바위 절벽, 앞으로는 바다. 풍랑이라도 치면 고스란히 뒤집어 쓸 수 밖에 없었던 가난하고 초라한 마을이라는 게 한 눈에 보이죠. 관광객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이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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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좌측에 제주항이 생겨서 저런 모습이 되었지만, 예전엔 아무것도 없는 바닷가였겠죠. 절벽에 가려서 한라산조차 보이지 않는 이 바닷마을 사람을 다 끄집어 내어 죽여야 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7년 전, 제주에 처음 여행와서 올레 18길을 걸었을 땐 저도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어제 이곳을 걸으면서 여기가 7년 전에 제가 지나간 거기라는 걸 이제서야 깨달았죠. 동광리를 찾아갔을 때처럼 마음은 한없이 무겁고, 학살터에 서린 서늘하고 슬픈 느낌은 이곳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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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하천은 평소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입니다. 육지의 하천과 모양이 많이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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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나오는 길에 만난 중학교 정문 앞 현수막입니다.
전 제주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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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에 여행 왔을 때도 이 현수막을 보고 '제주에선 아이들을 키워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뒀었죠.

제주의 아픔을 나누는 것도 제가 제주를 사랑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하며
이 연재를 계속해 나가려고 합니다.

뜨거운 응원 부탁합니다.

댓글과 보팅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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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바리놈들 집을 저지경으로 만들어 놓다니...

잘라내고 임시 기둥 받쳐 놓은 꼴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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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이 글과 사진으로 잘 전달이 되네요. 아픔이 큰 만큼 사랑으로 보다듬어 주어야겠습니다.
저도 제주가 참 좋거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제주의 곳곳을 찾아가보고 알려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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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잊혀진 역사이자 숨겨진 역사,. 밝혀야만 하는 부끄러운 역사지요.

네네... 그래서 발로 뛰어 곳곳으로 찾아가보고 있습니다. 스팀잇에서라도 더 열심히 알려보고 싶어요.

제주사진만으로도 힐링이 되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과 사진 부탁드려요!

네.. 마이님.. 인테리어는 잘 되어가고 있나요?

힘들지만 보람이있습니다.. 히히
이번주에 이사예요 이사하고나면 손볼데가 많아질것같아요
조명 도색 장판 이렇게 마쳤으니 이제 소소하게 배치하고 수리하고 수정해야죠!

ㅋㅋ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장 거대한 모델링 ㅋ

정말 제주는 아프지만 살기 좋은 곳 같습니다. 아들내미가 비행기를 타고 싶다고 해서 지난해에 다녀왔었는데 저 곳을 지나쳤는지 어쨌는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아마도 버스 잘못 갈아타며 스쳤던 곳 같습니다. 그냥 목적지 대충 정해놓고 아들과 무작정 걷다가 모 학교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 먹고 싶다고 해서 둘이 앉아 편의점 사장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면서 여긴 정말 좋은 곳이구나.. 뭐 그런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요.

다음에 오시면 저랑 노시는 겁니다. 아드님도요 ㅎㅎ

오오오오~ 좋아요~!!!!

4.3의 시발점인 말굽 사건이 있었던 곳이 바로 이곳 관덕정이군요.. 제주도에 여러번 가봤지만 역시 모르고 가면 지나치게마련이네요. 공항에 가깝기도하니 다음 제주 방문 때는 한 번 들러봐야겠어요!!

관덕정은 서울 동대문처럼 시내 복판에 공기처럼 늘 있어서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쓰죠. ^^ 하지만 그런만큼 여러 역사적 사건이 있었더라고요. 지나가면서라도 한번씩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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