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의 흐름에서 이해한 비타민C

in #kr-youth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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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씨가 의약품이에요?’

비타민C는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비타민C는 의약품인 동시에 식품 첨가물이며, 식품의 재료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비타민C는 기껏해야 구하기 쉬운 영양제 혹은 과일에 많은 성분 정도로 인식된다. 이런 비타민C가 과거에는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했다는 것을 믿기 힘들 정도이다.

콜라겐은 세 줄의 펩타이드가 얽혀 있는 섬유 구조이다. 이 삼중 나선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프롤린이라는 아미노산에 산소 하나가 붙어 수소결합력으로 나선 구조가 풀어지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이 산소를 붙이는 반응을 비타민C가 도와준다. 그래서 비타민C를 적정량 섭취하지 못할 경우 산소가 결합하지 못해 콜라겐 섬유가 약해지고 혈관이 약해져 잇몸이 헐고 벌어져 출혈이 생기는 것이 괴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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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Diagnose and Treat Scurvy by Chris M. Matsko, M.D.

과거 고등 과학을 공부할 때 비타민C의 결핍증은 괴혈병이라고 암기한 이과생들이 많을 것이다. 잇몸이 물러지고 입 안에서 피가 나는 것이 증상인 것도 그때 배워 알고 있다. 그런데 괴혈병이 한때 활개를 치며 사람을 죽인 병인 것은 전혀 알지 못한다. 15세기부터 시작되어 새로운 대륙을 찾아 떠나던 대항해 시대에 뱃사람들이 죽음의 두려움에 떨게 만든 병이 바로 괴혈병이다. 바다에 오랜 시간 머물러야하는 뱃사람들 중 갑자기 만난 거센 파도에 배가 뒤집힌다거나, 배끼리의 전투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괴혈병에 걸려 죽은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영국 해군은 1000명 가까이 괴혈병으로 죽었고, 왜 죽는지 그 원인과 해결책을 알 수 없던 해군은 그저 많은 병사를 뽑아 바다로 데려갈 뿐이었다. 심지어 그 원인을 육지에서부터 공수해온 식량이 썩어 균이 창궐했기때문이라고 믿으며 배 위에 전염병이 생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히포크라테스는 모든 질병의 원인을 ‘체액설’에서 찾았다. 체액설에서는 환자가 외부로부터 어떤 해로운 물질을 섭취했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것이지 필요한 물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또, 당시 썩 좋지 않았던 대기가 전염병의 원인이 되며 이 역시 외부에서 들어온 공기가 해로운 물질이라 인식되어 체액설을 뒷받침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괴혈병이 내 몸의 필수적인 것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인식을 전혀 갖지 못한다. 그저 뭔가 바다에 있는 나쁜 것이 몸으로 들어와 생긴 병이라 여겼을 뿐이다.

이에 반하는 가설을 제시한 사람은 영국 해군 소속의 제임스 린드이다. 제임스는 괴혈병에 이미 걸려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모아 평소와 같은 일반식을 먹이는 대조군, 일반식대신 사과즙을 먹인 실험군1, 오렌지와 레몬을 실험군2를 두고 경과를 살핀다. 그 결과 오렌지와 레몬을 먹은 실험군2는 병이 완치되었고, 사과즙을 먹인 경우에는 미미하게 회복하였으나 대조군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자신의 시험결과에 따라 제임스 린드는 ‘감귤류가 괴혈병의 특효약이다’고 주장한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만큼 정확한 말도 없다. 당시에는 오랜 항해에 대비하는 식량으로 감귤류의 과일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괴혈병으로 죽는 해군이 많을 것이라 덧붙이며, 더 진행된 실험의 결과 과일과 채소 위주의 식단이 괴혈병을 예방해준다는 것을 알게된다. 아마도 영국이 많은 대륙에 식민지를 두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괴혈병을 정복한 제임스 린드의 실험이 있지 않았나 싶다.

비타민C의 구조를 명확하게 밝혀내고 포도당을 환원하여 비타민C를 합성해내는데에 성공한 영국의 과학자 월터는 비타민C의 섭취가 결핍증인 괴혈병scurvy에 저항한다는 의미로 그 이름을 Ascorbic acid라고 짓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노벨 화학상을 타게 된다. 그 후 비타민C의 속성이 밝혀지고 대량생산과 보급이 가능해지며 비타민C를 신봉하여 메가도즈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과다복용에 따른 특별한 효과도, 딱히 큰 부작용도 없지만.

우리 인간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주요 영양소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특정 미량화합물이 있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이제는 모든 것을 너무 많이 섭취하는 탓에 비타민C의 중요성을 잊기도 하지만 한때는 이 미량의 원소가 생사를 가르기도 했다는 것을 알아두자. 그리고 이 미량원소가 세계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것도, 더 빨리 발견되었다면 역사적으로 큰 변화가 생길수 있었을 것이란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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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항해에서 생기는 괴혈병에는 "라임주스" 가 치료약이죠.. 과학적으로도 그렇군요!

(이런 전문적인 글에 대항해시대 게임에 나오는 이야기 해서 죄송합니다)

대항해시대? 하고 바로 이해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그 라임주스 이야기도 쓸라고 있는데! 라이미라고 부르는 라임주스를 약으로 먹어서 미국인들이 영국인을 조롱할때 라이미라고 부르기도 한대요 ㅋㅋㅋ

막강한 영국해군을 뒷받침했던것이 비타민씨라니 너무 재밌네요

아스코로빈 산 ^^ 스팀잇에 비타민 C 같은 피기님의 포스팅이네요 ㅎ

헉 과찬이십니다 ㅋㅋㅋ 제가 없으면 여기 병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도망가지 않고 남아서 꾸준히 글을 서야겠군요!

전문성이 뿜뿜하는 글이군요-! ㅎㅎ 비타민c가 부족하면 괴혈병이 생긴다는 것을 그저 외워서 알게 됐을 뿐이었는데 그 원리를 알게 되니 머리가 지끈지끈하면서도 뭔가 명쾌한 기분!!

한때는 비타민씨가 사람을 말려죽였다는 걸 알고 나니 비타민 꼼꼼히 챙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론: 일단 뭐든 많이 먹어야 겠다!

일단 뭐든 많이 먹어야 겠다!

네???

와 비타민씨가 이렇게 중요한것이라니! 우리나라는 고춧가루를 많이 써서 괜찮은것입니까? ㅋㅋ

우리나라는 만병통치약 김치의 민족이니까 아프지 않습니다! (아무말....)

비타민 C 는 지금 너무 대중적으로 잘 알려졌는데, 이런 역사가 숨겨져 있었군요... 신기합니다... 이런 공부를 하는 좋은 부업을 두셨네요 ㅎㅎ

ㅎㅎㅎ 실은 주업이실 겁니다. ^^

아직은 업이 아니라 학생이니까 요로케 흥미있는 (아님 말고) 내용을 쓸 수 있었네요! 과일 챙겨드시고 계신거죠!?

괴혈병으로 사망에 이를수도 있군요.ㄷㄷ
저는 종합비타민 하루에 한 알씩 챙겨먹습니다. :D

어떻게 보면 괴혈병으로 인해 출혈이 멈추지 않아죽은거죠! 몸을 아끼는 한손님.. 하지만 뭐든 더 드세요

멋있따 피기펫.
언니라고 부르고 싶다.
ㅇㅅㅇㅅ??

노노 불가능합니다 돌아가세요 ㅇㅅaㅇ

히융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녜엥..

안그래도 요즘 다시 건강식품 탐색중입니닷 ㅋ

우리나라에서 사신다면 약국에서만 파는 일반의약품 영양제를 사세요! 마트같은 곳에서는 건강기능식품밖에 살 수 없는데 의약품의 경우 함량과 효능에서 더 뛰어나요. 아니면 직구가 답! ㅋㅋㅋ

이젠 비타민 결핍증은 거의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예전에는 그런 일이 있었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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