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10. 구피와 어항, 그리고 신(神)과 일상.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한때 무협지를 탐독하며, 이기어검술과 허공답보를 꿈꾸었던 @valueup입니다. 아 실제, 태극권과 단전호흡을 조금 배우기도 했네요.. 허나 지금은 바쁜 일정을 핑계로 퇴보한 본인과 일갈하실 스승님이 두려워 다시 근방에도 못가고 있습니다.(설마 스팀잇을 하시지는 않겠지요?! ^^;;)

꼬꼬마 아이일때 저보다 훨씬 오래 사셨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면 한번씩 호기심에 여쭈었던 질문이 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는 진짜오래오래 사셨잖아~ 그럼 귀신 실제로 본적있떠? 그럼 우리편 신은? 사람들이 옛날부터 이리 오래오래 절가고 교회가고 하는건 어쨌든 뭔가뭔가 있는거 아냐?! 근데, 있으면 왜케 복잡하게 나쁜사람들도 걍 잘살게 냅두는거야?? 다들 괴팍한 심술꾸러기들이야?!!...

오늘은 저의 소소한 일상을 즐기다 문득 되살아난 신에 대한 생각을 논해 볼까합니다..

생각대문.jpg


구피와 어항

나이가 들면서 무언가를 기르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큰 동물은, 동물이 저를 키워야 할 것같은 생각에, 저~기 제 프로필 사진에 보이는 식물과 작은 물고기들 뭐 아직은 그정도입니다.

두달 전부터는 삭막한 컴퓨터 근처 바로옆에 지인에게서 분양받은 구피 물고기 19마리(2마리는 운명했습니다..T.T)를 어항에 넣어 기르고 있는데요, 이녀석들이 완전 귀요미들입니다. ^^ 차트와 숫자에 지칠 때 잠시 눈을 가벼이 돌려, 요리조리 오물쪼물하며 헤엄치는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지더라구요..

참으로 신기한게, 제가 아침이 되어 먹이를 주려고 씨익~ 위에서 쳐다보면 귀신같이 알고는 득달같이 주변으로 모입니다. 예의 다같이 뻐~끔뻐~끔하면서요..^^ 그렇게 제가 옛다 많이들 먹어~ 하면서 사료를 주면 신나서 나눠 먹습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흩어지지요..ㅎ

분명히, 어릴 때는 다같이 멸치보다 작은 아이들이였는데, 어느새 무리에서 유난히 큰 녀석들 둘이 생겼습니다. 꼬리에 점이 있어서 저는 큰꼬점이,작은 꼬점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녀석들이 가만보면, 애기들 밥먹을 때 툭툭 치면서 방해도 하고, 밥안먹을 때도 한번씩 괴롭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충돌을 자주합니다. 아놔~! 요 사고뭉치 피래미 같은 녀석들이!! ㅋㅋ

현재 스팀잇에서 저는 플랑크톤 수준의 치어이지만 녀석들에게는 신과 다름이 없습니다. 먹을 것도 제가 주고, 마음만 먹으면(절~대 먹지 않습니다만), 단체로 하수구 지옥행을(으~ 상상만으로도 끔찍합니다..) 접하게 할 수도 있지요. 이런 생사여탈권과 독점적 먹이부여권?을 쥔채 작은 유희를 즐기고 있는 저에게, 그들은 그저 옆에 있음으로서 그자체로 의미가 있는 친구이자 가족같은 뭐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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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끔 원래 먹이를 주는 시간외에도 몇번씩 별미인 장구벌레 말린 것을 줄 때가 있습니다. 바로 분명히 미친듯이 지느러미에 땀나듯 돌아다니는데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결국은 꼬점이 2인방에 치여서 힘없이 헤매이는 녀석들을 볼때, 꼬점이에 대한 강렬한 격리 심뽀가 떠오르면서, 몇몇 아이들만 챙겨줍니다. 헌데도 안타깝게 녀석들은(못먹어서 눈이 안보이는지..T.T) 주변에 먹이가 왔는지 조차 인지하지못하고 엄한 바위와 투명하게 막힌 어항들만 또다시 매우 성실히 뻐끔뻐금 입으로 청소하며 지나칩니다..

그러다 어느날.. 제가 준 먹이들이 가라앉아 묘하게도 바닥 어딘가 몇몇 곳에 모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이들이 열심히 바닥에서 뻐끔뻐끔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 작은 부분들이라 꼬점이들은 먹으려해도 입이 닿지 않았습니다. 괜시리 순간, 바보처럼 끊임없이 열심히 움직였던 아이들이 더 기특하고 찡하고 그랬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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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과 일상

신의 존재유무와 그 형태는, 옛부터 지식인들에게 매우 흥미있는 소재이자, 여전히 정의 내리기 힘든 미지의 영역입니다.

과거, 절대권력의 영험한 신과 서슬퍼런 복수의 악귀들은 자연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을 제공하며 인간들이 함부로 악행을 짓지 안고 선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자 존재의 근원이기도 하였습니다.

허나, 과학의 발전과 자연에 대한 연구결과로 팩트라고 부르는 일련의 지식들이 축적되고 알려지면서, 우리 인간들의 신에 대한 믿음은 과거보다는 매우 옅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응 일식도 월식도 유성도 붉은 빛의 북두칠성도 시간에 맞추어 그저 일어나는 과학적 변화이고 결과일 뿐이지 신의의지가 아니야라고 당연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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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과거처럼 기적과 인과응보를 믿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이 창조한 결과물의 신인 '돈신'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며, 그 새로운 신과 영접하기 위해 함께 숨쉬며 살아온 인간을 무참히 해하는 인면수심의 범죄들도 만연하고 있습니다.

전쟁과 범죄를 일으키는 국가와 단체 그리고 개인들에 대한 원망은 인간들의 법과 제도의 허술함, 자본주의 체제의 태생적 한계 등에 대한 원망을 넘어 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으로 치닿기도 합니다. 대체 정말 신이 있긴있는거야? 그런데 왜 저들을 그냥 저렇게 잘살게 놔두는거야?! 있다면 직무유기 아니야?!라며..

특히 최근에는 신의 형태가 꼭 절대적 존재자의 형태가 아닌, 우리 인간들의 행동 결과가 정교하게 모인 에너지의 축적과 폭발이라는 설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과거 관계의 결과물들이 쌓여(시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정확하게 현재의 행동들에 영향을 주고, 그 현재의 결과가 다시 미래를 만들어간다는..그러기에 자유의지를 지닌 각인간 한명 한명의 생각과 행동의 유무형 집합체가 곧 인간들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는 신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지요.

다만, 이들 결과물의 방향성은 과거처럼 꼭 선함을 향해 달려가지는 않는다는 점. 스스로 만든 신으로 인해 파멸을 향해 달려갈수도 있는, 신개념 시바신의 숭배자들이 그 외연을 숨긴채 확대하고 변모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과거 전통적인 신에 대한 관념과는 그 궤를 조금 달리합니다. 무척이나 인간 스스로의 존재감을 높이 해석한 신에 대한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신은 여전히 존재하되, 그 신이 좀 바쁘시다. 왜냐하면, 너희 인간들이 워낙에 복잡하게 일들을 벌여놔서 처리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어. 마치 비트코인 트랜잭션의 증가로 실시간 전송이 어려운 병목현상이 발생하듯이 말이야. 허나, 반드시 꼭 정해진 주소로 전송은 완료된다. 허니 보채지 말고 기다려. 너희 행동은 반드시 그에 합당한 결과를 나을 것이다.

또한, 너희의 생에서의 업보는 지구에서의 생 그이상으로 펼쳐질 시간과 공간에서 정확하게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상벌이 정해질 것이니 함부로 나의 존재를 의심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서 사리만 채우는 경거망동을 하지 말지어다. 너희의 전 우주적 삶은 아직 시작도 안한 치어와 같은것이야. 차세대 인간 발명품이라는 암호화폐보다 더 좋은 실시간 업경에 우리도 너희를 다기록 중이다잉~?!

만일 위처럼 신은 여전히 늘 그랬듯 존재한다면, 지금의 우리네 인간의 삶을 함부로 가벼이 여기며 근시안적인 생각과 태도로 대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스팀잇보다 우수한 초월적 업경에 (생각까지도 모두)기록이 되고 있다고 느낀다면, 더더욱 조심하고 성실히 살아야겠지요.

바쁜와중에 우리를 힐끗보실 그분께서 바보처럼 본인의 길을 묵묵히 가면서 당장 빛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바닥에 깔린 스스로의 먹이를 찾으려 애쓰는 인간을 본다면, 기특하고 갸륵해서라도 지성이면 감천이라 장구벌레와 같은 행운을 주시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툭툭 말과 행동으로 누군가를 아프게하고 해한다면 그 결과는 저의 꼬점이에 대한 격리심뽀 그것보다는 훨씬 강력하게 작용할 것 같습니다.

시스템신.jpg

2.

신은 어차피 그/그녀를 본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사제들에 의해 조작되어 창조된 것이야. 과거 방식으로 인간이 발명한 하나의 정교한 시스템이였던 것이지. 오래 해먹었는데, 과학이니 탐사니 점점 밑바닥이 들어나서, 걍 새로운 신을 하나더 오랫동안 인간들위에 군림했던 또다른 인간들이 만들었어. 돈신. 그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글로벌하게 교육하고 주입했으니 자세히 설명안해도 알지?

헌데 요즘 평범한 인간들이 또 인터넷이니 정보공유니 하면서 우리 전통적 돈신에게까지도 저항하네. 우리말 잘듣고 같이 해먹던 애들한테도 촛불까지 들고 단체로 집단지성이니 진정한 민주주의와 따뜻한 자본주의니 뭐니 하면서 다가오고 있어. 시스템적인 접근이라 살짝 골치 아픈데, 걍 새판 짤려구~. 뭐 늘그랬듯 우린 새로운 신을 창조할 것이니깐. 솔직히 집단지성 어쩌구 너희들 땜에 살짝 쫄리긴 하다. 예전보다 더 빨리 조직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야..

만일, 절대적인 존재의 신이 아닌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를 지배해온 이데올로기까지 모두 인간이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본인의 선택과 결과 역시 우리 인간이 짊어져야할 숙제일 것입니다.

본인의 이익을 위해 타인을 해하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되는 사회와 시스템의 철학이 만연하게 지배하는 공간이라면, 결국 이익의 피라미드상 최정점에 있는 이들을 위한 삶이거나 모두가 파멸을 맞이하게 될 자멸의 결과만이 기다리게 되겠지요. 그러하기에 더욱 열심히 성실히 살면서도 인간적인 삶, 소외되고 차별받는 삶이 아닌 따스하고 함께할수 있는 삶을 우리스스로가 만들어가도록 노력해야 할것입니다. 우리에게 행운을 던져줄 신은 이제 우리 인간들 밖에 없는 것일테니까요.

절대적인 신이 있든 없든. 결국 우리들은 제3의 존재에 의해서든 스스로에 의해서든, 그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게 되는 순간을 맞이할 것 같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삶에 해를 끼치면서 살아가는 악행은 지양하며, 본인의 가치 상승을 위해 노력하되, 본인과 함께 살아갈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도 함께 돌아보는 인간다움과 사회정의에 대한 참여정신이, 구피와 같은 물고기보다는 진화했다고 (착각?)하는, 우리들이 갖추어야할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자유의지를 지니고 일상의 행복에 성실히 집중하되, 타인에게 도움을, 혹은 적어도 피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 주변과 더불어, '착하게 진화'해 나가는 것이 신의 존재유무 그 어느쪽이든 관계없는 현명한 삶의 태도가 아닐까..하고 감히 구피와 어항을 보며, 신과 함께 일상 속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어머나 다 쓰고나니, 결국 착하게 살라는 평범하기 짝이없는 인문학적 구어로 약을 판셈이네요..으갸갸갸^^;;)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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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하시는 모습들이 평안해 보이네요.
좋은 글 잘보았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kimsungtae님. 물고기들 밥주면서 잠시 묵상에 빠지곤 하는 그런 일상이였습니다. 말씀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보내십시오~^^

작은 아이들도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군요! 저도 스팀잇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 계속 헤매고 있는데 언젠가 작고 힘없는 구피처럼 방법을 찾는 날이 오겠죠? ㅎㅎㅎ ^^
그리고 신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타인과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착하게 진화'해 나가는 것에 동의합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앗.. @zzoya님 진정한 치어가 여기 이렇게 파닥파닥 글쓰고 있는것 보이시면서~ 꼬점이처럼 툭툭치구~ 왜이러세요?! ㅎㅎ 길어서 읽으시기 쫌 그르셨을텐데 동의의 의견까지.. 감사합니다..^^ 날은 추워도 마음은 따스한 저녁되세요~!

앗 저 꼬점이정도는 된건가요?^^;; ㅋㅋㅋㅋㅋㅋ
흥미로운 주제라 재밌게 읽었습니다. @valueup님도 따뜻한 저녁 되세요^^

ㅋㅋㅋ 말씀감사합니다. 덕분에 벌써 키보드에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

부족한 글이 아니라, 엄청 솔깃하게 재미있는 글인데요.어항속 물고기들을 통해서,
그들의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인간과 신의 관계를 조명하신 설명이 너무너무 재밌어요.

안녕하세요 @yangmok701님. 인문학적 통찰력이 높으신 님께서 솔깃하셨다니 괜시리 그른가~하고 어항을 한번 더 바라보게됩니다. 지속적으로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밤 되십시오~^^

신의 존재나 자유의지 같은 걸 상정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선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 모두가 모두에게 선한 스팀잇이 되었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안녕하세요 @coldbeec님. 맞습니다. 그에 대한 상정없이도 선한 삶을 사시는 많은 분들이 있지요.. 이는 어항과 저 그리고 꼬점이 사이의 행사할수없던 실력행사?에 대한 사고의 결과물입니다..ㅎㅎ 스팀잇의 선한 자정작용과 변증법적 발전은 저도 믿습니다. 편안한 밤되십시오~^^

저도 열심히 살고 있으니 어느날 장구벌레가 뙇! 나타나지 않는지 잘 살펴봐야겠네요. 뻐끔 뻐끔~ :)

ㅋㅋ 아니 왜이러세요 @bree1042 꼬점이님. 저야말로 뻐끔뻐끔*2만배를 행해도 부족할 지경입니다.(시간이 너무부족해서 아쉽습니다..) 감성과 지성을 아우르시는 다양한 글 잘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툭툭 치지 말구 같이 헤엄쳐요~히힛 ^^ 감사합니다!

저 착한 꼬점이에요. ^^;;

우왕 그러시군요~ 뻐~끔뻐~끔 꼬~물꼬~물~~^^

철학적인 글이네요. 전 신이 있다고 믿는 입장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서 믿는 바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 아닐까요?

안녕하세요 @solnamu님 옳으신 말씀입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행동에 의해 삶의 방향이 결정되는 순간들도 가득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저녁도 따스한 신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차카게 살아라, 현재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귀결은 항상 그쪽이더라구요. 저도 와룡생의 군협지로 무협세계에 입문한 광팬입니다.
노자의 천망회회소이불실 (天網恢恢疏而不失, 天网恢恢疏而不失) 문구를 항상 간직하며, 자식들에게는 정직이 왜 최상의 가치인가를 납득시켜주려는 가장입니다. 공감이 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strawbs님.. 선하고 정직한 귀결에 공감합니다. 또한 노자의 귀한 말씀으로 절후한 내공을 전해주시니 고이 잘 간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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