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이제는 만날 수 없는 너에게 닿기를

in #kr-writing7 years ago

백일장이 돌아와서 기쁜 뇽입니다 ㅠ,ㅠ!!!
이번엔 다행히 막차 참여를 할 수 있겠네요 ㅋㅋ
다양한 주제가 참 많았지만... 그래도 역시 눈에 바로 들어온건
사랑 이었습니다..!

미련이 남았다기 보단 그 때의 제가 그리워서,
그리고 고맙다는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기에
백일장을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를 외치는 심정으로 적어려보합니다
편지 형식으로 적어보는 글이라 오글오글 거릴 수도 있지만 ㅋㅋ
즐겁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0 (제일 재밌는게 남 연애구경이라잖아요 (소근

#1

19살의 봄. 연애는 고사하고 하루하루 참고 견디며 살아가던 그 때
내가 평범하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더라면,
절대 만나지 못했을 너와 나는 어쩌면
붉은 실 하나 쯤은 손가락에 이어져 있지 않았을까

20살 재수생 언니 오빠들 틈에서 말 한 번 섞지 않고 조용히
학업에만 열중했던 한 달, 늘 같이 앉던 동갑 친구가 그 날 지각을 했고
내 옆에 앉았던 파마머리 오빠는 감기에 걸린 내게 휴지를 챙겨줬고
이 날을 계기로 재수학원의 막내가 되어 언니 오빠들의 관심과 챙김을
받게 되었다. 그 많고 많은 재수학원 중 하필 그 학원에
그 수 많은 자리 중 하필 그 자리에 앉은 파마오빠와 나는
소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조용히 공부만 하려는 내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뭐 나쁘지 않았다
그 날도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밖에서 파마머리 오빠를
찾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 바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 너.
작은 키에 개구리를 닮은 큰 입 전혀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외모에
기괴한 웃음소리가 독특했던 너. 남의 반에 성큼성큼 들어와서
파마오빠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게 인사를 건냈다.

어색한 인사가 오갔지만 이 때만 해도 낯가림 심한 내향성 인간인
내게 자기 소개를 하고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보는 네가 신기했다
접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너였기에 더 이상 볼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스터디 그룹이 생겼다.

이 후 자연스레 같은 문과 반 사람들보다 너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음악은 너와 나의 관계를 좁혀주었다.
그 많은 밴드와 가수 중에 둘 다 같은 밴드를 좋아할 건 또 뭐람.

그러다 여느 때와 똑같이 공부를 하고 있던 주말 밤
그 날 따라 집에 아무도 없던 그 시간 한 번도 온 적 없던 네 전화가 왔고
너는 조심스레 너의 마음을 이야기 했었다.

중요한 시기에 서로 더 의지가 되는 관계가 되고 싶다고
스터디에 있던 사람들에게 호감을 조금씩 다 느꼈지만
자기 마음을 돌아보니 나를 좋아하고 있다고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공부하는 데 방해될까봐 그냥 고백하는 거라고 힘들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된다고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건 내가 좋다는네 말 그 한 마디뿐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너는 그 때도 네 마음이 더 중요했던 것 같지만
5월의 그 때 나는 이미 너의 많은 것들에 아니 어쩌면 너 자체에
콩깎지가 씌여져있었고 고백을 받아들였다.

그 후로도 달라진 거라곤 늦은 밤 공부가 끝나고 늘 자기 집에서 20, 30분은 버스로 더 가야하는
우리 동네까지 데려다 준 것과 손을 잡고 다녔다는 것 정도지만
원래도 서울권 대학에 붙었으나 더 높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한 너와
고2 과정부터 혼자 공부했던 나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나는 더 치열하게 공부를 했다.

지금 생각하면 고마운 일이었다 너와 만난건, 너와 만나지 않았더라면
너와 같은 서울권 학교를 가고 싶지 않았더라면 수능 때까지 못 버텼을지도 모르니까
집에서조차 고3이라고 특별 대우가 없었던 내게
너는 늘 날 특별한 사람으로 대우해줬으니까

그렇게 수능을 치르고, 나는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수도권 대학에 갔고
너는 재수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 때 너의 마음이 어땠을 지 나는 전혀 듣지 못했다
그저 내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했다는 것. 내 평소 모의고사 성적보다
수능성적이 월등히 높았다는 것 그 사실에만 취해 네가 어땠을 지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나도, 너도 어렸으니까

그래도 같은 지역에 있는 대학에 있었고 서로 꾸준히 연락을 했지만
2년이나 참아서 간 대학교였고 활발하고 사람좋아하는 너는
대학에 완전히 적응해버리고 나는 너를 따라 노력했지만 늘 역부족이었다
싸움의 주제는 늘 왜 너는 네 생각만 하냐로 마무리 됐고
1년 반, 너와 나의 학교 중간 지점인 대교 위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네가 준 물건들 모두 그 대교 위에 던져버리고 동아리 방으로 돌아와
펑펑 울고, 위로받고 그렇게 흔한 사랑이야기로 우리는 끝이 났다

하지만 내게 너는 계속 남아있다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내가 대담해지고 도전적이게 된 것은
너에게 배운 것이니까,
못생겨서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날 꾸밀 생각조차 안하던 내게
외모가 다가 아님을 몸소 보여줬고,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도록
조언도 해주고 쇼핑메이트가 되어줬던 너 덕에 자신감이 생겼으니까

물론 다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니지만, 너와 두 세 번 더 만나고 헤어지고
정말 너를 정리하고 더 이상 만나지 않을 거라 다짐한 그 밤
너에게서 마지막 연락이 온 그 밤. 고마웠던 마음은 하나도 전하지 못하고
다신 연락하지 말고 네 연락이 무섭고 싫다고 했던 그 밤,
말하지 못했던 마지막 말,
내게 소중한 사람이 되어줘서 고마웠고 순수하게 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내 마음에만 집중했던 그런 감정을 경험하게 해줘서 고마웠노라고.

언젠가 마주친다면 너에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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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미 훌륭한 상담심리학자이신 뇽님을 보다가 대입준비 때의 이야기를 들으니 뭔가 매칭이 잘 안됩니다.. 검고출신이셨군요 ^^ 제 스무살때 여자친구도 지방에서 올라온 검고출신의 애교많은 친구였는데..

아 눈물좀 닦고.. ㅋㅋ 암튼, 저 무렵의 사랑이 뭔가 이루어질 수 없어보이고, 고난과 시련이 닥쳐오는 것 같은 그런 시기라 그런지 저쯤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애틋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끝이나더군요.

저도 그랬고, 뇽님도 그랬고 ㅎㅎ 아마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의지하는 버팀목으로서도 사랑을 시작했기에 영원할 수 없었지 않나 저는 생각해봅니다.

사랑하면 의지하게 되는건 맞지만 의지하기 위해 사랑하면 서로의 사랑에 부담만 늘어갈 뿐일테니까요.. 아무래도 수험생과 같은 힘든시기에 싹튼 사랑이 대입이후 점차 의지할 곳이 필요없어지면 식어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뇽님의 경우는 좀 다른것도 같습니다. 뭐 제가 상대의 마음도 모르니 그냥 추측해볼 뿐이지만 뇽님은 마주보길 바라셨고, 상대분은 같이보길 바라셨기에 그런게 아닐까요?

뭐, 어떤 경우가 됐든 그분이 뇽님의 마음에 남아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아무리 사랑했어도 그와 사랑했었다는 자취만 흐릿하게 남는 경우가 많은데, 뇽님은 그분이 이미 마음깊이 아로새겨져 성격의 일부를 형성하게 되었으니까요.


오늘 마지막 백일장 글이 이렇게 끝나니 마음이 말캉거리네요..ㅋㅋ 저 이거 끝나고 상담좀 받아야겠습니다.. 글들 주제가 하늘과 땅을 오가다보니 백일장 글들마다 제 감정상태가 변합니다..ㅋㅋ 이러다가 몸보다 정신이 먼저 맛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ㅎㅎ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빛나는 감상평 덕에 글이 더 반짝반짝해지는 것 같네요 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 감정동화 하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ㅠㅠㅋㅋ 백일장 끝나고 맛있는거라도 드시며 멘탈 회복하시길 ㅠㅠㅋㅋ!! 백일장 열어주셔서 늘 감사드려요 (о´∀`о)

뇽님에게 이런 이야기가 있었군요! 첫 연애랑 것이 서툴기도 하고 상처도 많이 주고 받지만 그 만큼 배우는 것도 많고 더 아련히 남는 것 같습니다. 공감하고 갑니다 :)

후후 이런 날도 있었군요..(아련...) 정말 처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은 상당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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