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장 참여] 깊은 기억속의 첫사랑

in #kr-writing7 years ago

안녕하세요 @kimsungmin 입니다.


깊은 기억속에 있는 첫사랑의 기억을 끄집어 내어
글 을 쓰기 시작한다. 30년 정도가 지난 기억이라
다 떠올릴 수 는 없지만 그녀의 따뜻했 던 마음만은
아직도 또렷이 기억이 난다. 이제 30년만에, 그녀를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때는 1987년, 그 해는 많은 사건이 있었던 해 이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최루탄에 의한 이한열 사망,
이 일이 도화선이 된 6월 민주화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던 시기였다.

특히,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은 친구들간에서도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울분을 터트렸지만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 도 없었다. 그저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해 야 되는 상황이다.

이런 난리통에 중3인 나에겐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 당시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서는 학력고사라는 시험을
치려야 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고입학력고사.

내가 선택 할 수 학교는 두 곳, 나머지는 그 시절 말대로
똥통 학교다. 1st 남자학교는 그 당시 서울대를 비롯해서
인 서울 대학에 많은 학생을 보낸다는 1류 고등학교,
2nd 남녀공학은 전두환이 설립한 신생 학교로 선생이나
시설이 다른데에 비해 좋은 학교다.

담임 : 어디갈래?
나 : 1st 남자학교에 형이 다녀서 가고 싶습니다.
담임 : 흠.. 쪼금 애매한데.. 떨어지면 2차 학교 가거나 1년더
공부 해야 되는거 알지? 괜찮겠어?
나 : (확 쫄린다) 아.. 그럼
담임 :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는게 어떠겠니?
나 : ....
담임 : 그렇게 하자? 응?
나 : 네..
담임 : 오케이, 나가봐~

이렇게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되라" 라는 말에
2nd 남녀공학으로 학교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지금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난 1st 남자학교를 갈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학력고사는 치르고 당당히 2nd 남녀공학
학교로 어렵지 않게 가게 된다.

중학교도 남자학교를 다닌 나에게는 주변에 여자라곤
교회누나가 전부 였는데, 처음에 학교를 갔을때 무척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행히 남녀가 같은 반은 아니고
건물 반 나눠서 반은 여자반, 반은 남자반이었다.

교문을 통과할 때 여학생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멀끔히 쳐다본다. 분명 창가에 있는 여학생들은 날라리
일꺼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유유히 교문을 통과한다.
나를 보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반을 배정받고 반장 등을 선출하고 분주히 고1 시절이
시작되었다. 학급미화라고 해서 학급에 게시판이나
관물대 등 미화 작업을 학기 초에 해야한다.
내가 특별히 신경쓸 부분은 아니었지만 중학교때 친구와
같은반이되어 그 친구 일을 도와주면서 학교가 끝나고
저녘까지 남아서 학급미화 작업을 도와주었다.

친구 : 아 이런 풀이 다 떨어졌네.
나 : 그럼 어떻해?
친구 : 흠, 혹시 다른반 하는 애들 있을 꺼야 찾아서 빌려다 줘
나 : 그래
(교실을 나왔지만 불이 다 꺼진 상태였고 여자반에 불이 하나
켜져 있었다. 살짝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나 : 안녕~ 푸 풀 좀 빌려 줄래?
여학생 : 그래 쓰고 갖다줘.
나 : 그래.

이것이 나의 남여공학 학창시절에 여학생과의 첫 대화였다.
또한 나의 첫사랑과의 첫 만남 이기되 하였다. 우히히

이렇게 첫 말문을 튼 나는 일주일 정도 계속 진행했던
학급미화시간이 재미가 있었다. 괜히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이것 저것 도와주는 척 하면서 미화는 신경 안쓰고
여학생얼굴을 어떻게 한 번 더 볼까만 고민하고 있었다.

학급미화가 마무리 됬지만 그 여학생의 모습은 자꾸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가 좋은 소식을 하나 들고
온다. 그 때 학급미화를 하던 여학생들하고 3대3 미팅을
하자는 것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 이었다.

약속장소는 빵집, 좀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 당시 커피숍을
많이 다니던 시절 이었는데 빵집이라니 가오 빠지게 시리.
하지만 빵집이든 어디든 자리가 문제가 아니었다.

당일날 꽃단장을 하고 빵집에 들어서자마자 허걱~~ 뭐야
이건 내가 찍은 여학생 대신 이상한 여학생이 앉아 있엇다.

미안해 그 친구 미팅 안한다고 해서 땜빵했어. 하긴 그당시
핸드폰이 있던 시절도 아니고 약속 이후의 상황을 알 길이
만무했다. 빵 만 먹고 시간만 죽이다 집으로 돌아왔다.

미팅이 끝나고 두 커플이 사귀기 시작했다. 얼마지난 후에,
그래도 의리있는 친구들이 미팅에 나오지 않은 여학생을
불러내서 나와의 만남의 주선해 주었다. 그 당시 기억으로
정말 공원에서 등돌리고 서서 계속 한동안 말도없이 손가락만
찌르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6명이 처음 놀러간 곳은 월미도, 동해 바다 여행을 통해
더욱 친해지면서 나는 그녀에게 더욱 더 가까이 가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정 이었다. 정 과의 만남 이후로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행복 그 차제 였다. 정말 마음이 따뜻한 정 이었다.

한가지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사실 80년대 당시 학교 선생님의
체벌은 당연지사라 생각했던 시절. 우리학교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2 때의 일이다. 우리학교에는 만우절날 전통으로 남자반
여자반이 반씩 바꿔서 수업을 받는 합반을 한다.
그 해 만우절에도 당연히 우리는 바꿀 반을 모색하다 절반의
자리가 비어있는 1학년 여자반을 선택해서 무작정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반 담임이 들어온다. 아 된장, 미친개라 불리는
음악선생이다.

미친개는 무조건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다. 어쩔수 없이 우리는
반을 나오게 되지만 분을 못참았던 친구가 한마디 던진다 "씨x"
헉.. 근데 미친개가 들어버렸다. 야 이xx들 다 따라나와!!

그렇게 해서 우리는 교문앞 화단으로 모두 불러나가게 되었다.
욕한놈 누구냐고 나오라는 소리에 우리는 침묵을 했고 그때부터,
고강도의 체벌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마대자루, 아 재수도 없지
내가 일빠네, 15대로 기억난다. 너무 아팠지만 많은 학생들이
창밖으로 다 쳐다보고 있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엇다.
"그만해요~~" 라는 소리도 조금은 들렸던 것 도 같다.

이빠는 욕을 했던 친구 미친개가 알았나 그 친구 체벌중에
마대자루가 부러진다. "안되겠구먼 다시 따라와" 이렇게 해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 건물 후문쪽 으로 가게 된다.
곡갱이 방망이로의 장비 교체로 체벌은 약 1시간정도 이어졌다.

그때 건물 뒤로 가면서 2층 창가를 슬쩍 올려다 봤는데.
정 이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 정 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 생생히 기억이 난다. 정말 슬픈눈의 소녀 였던것 같다.

따뜻한 마음의 정 은 매일 손편지를 나에게 전달했다.
뭐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일상과 하소연 정도, 가끔씩은
소심한 애정표현 ㅎㅎ, 책상서랍 하나가 꽉 찰 정도 였다.

그렇게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고2 가을 수학여행이
다가왔다. 가서 정 과의 만남을 기대하면서 수학여행길에
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 정 이 보이지 않았다.
몸이 아파서 수학여행을 못 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수학여행을 마치자 마가 그녀의 병원으로 향했다. 약간 수척한
모습에 병원복을 입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슨말을 할지 몰랏다. 정 이 먼저 말을 꺼냈다.
자기는 몸이 안좋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곧 고3이 되는 제가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그만
만나자는 이별 선언을 한다. 자기도 치료에 집중해야 된다고...

순식간에 그녀와 지냈던 시간이 한장면씩 지나간다.
뽀뽀 만을 허용했던 정, 큰 데모가 있는 날이면 버스가
다니지 않는다 그럴때는 그녀와 손수건 하나씩 들고 손을
잡고 집까지 뛰어갔던 기억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월미도를
찾으며 바람을 쐬던 기억도, 편지를 읽으며 미소를 지었던
내 자신의 모습도 순간 사라져 버린다.
난 그 날 이후 고교시절에 더이상 여자친구를 만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고3 이 되어 대입학력고사를 준비하던 시절.
친구가 소식을 전한다. 정이 2학년 2학기로 다시 들어왔데.
몇 개월동안 들어보는 이름 이지만 순각 깜짝 놀랐다.
하지만, 다시 만남을 갖지는 못했다. 그녀도 그녀의 생활이
있을테니까, 멀리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저 바라만 볼 뿐...

이것이 그녀를 본 마지막 순간 이었다. 나는 너를 기억하는데,
그녀는 나를 아직 기억할까? ㅎㅎ 헛웃음이 나온다.


백일장을 열어주신 @marginshort님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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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ungmin 님 이야기 정말로 잘 읽었습니다...
옛날 감정생기고 옛기억도 나고...
그 당시에 제 모습이랑 오버랩되기도 하고...
저도 고등학생이 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이번 백일장에서 꼭 우승하셔서 이글을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합니다.

아이고 좋은 말씀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재주가 저도 일반인이라 좀 더 재미있고 멋스럽게 표현을 해야 되는데 쉽지가 않네요.. 두세번 확인하면서 표현을 어떻게 하면 편하게 보실까 고민했는데.. 이게 한계입니다. ㅎㅎ 잘 봐 주시니까 고마울 따름입니다. ^^

c'est quelle ville ?

말미 전 까지 미소지으며 읽어 내려가다가 마지막에 먹먹해 지내요ㅜㅜ 정이라는 그분 소식 궁금하네요 아픈거는 다 나은건가요?

아 네 재주없게 쓴 글 잘 읽어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복학생이 된 거 보니 아픈건 나은듯 한데요.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정말 알지 못합니다~~ ㅎㅎ

황순원 소나기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저도 예전 그시절이 떠올라 아련하네요 으으으으으

아 ㅎㅎ 그렇군요. 소나기 참 오랜만에 듣네요. 감사합니다.

학창시절때는 진짜 그때의 풋풋한 사랑이 있는것 같아요 ㅎㅅㅎ 말그대로 완전 순수~!! 가끔 그립네요 >.<

네 ㅎㅎ 순진무궁이었죠. 감사합니다.

아니 근데 죄없는 손가락은 왜 자꾸만 찔러 대때유 ㅎㅎㅎ
아흐~ 떨려떨려 역시 순순했던 시절얘기가 떨리긴 더 떨려요 ㅎㅎ

아 ㅎㅎ 글쎄요 처음이라 그랬나요. 쑥스럽습니다.

희미한 기억속에......?????
정말 또렷이 기억 납니다.............흘흘흘

마음만은 그렇지 않을까요 ㅎㅎ

ㅎㅎ 성민님의 소통과 정성이 그녀를 움직였다는 내용이 빠진거같군요..그러게요 그녀가 저를기억할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아내분이 보시면 안되겠습니다

아 등록하고 바로 자러 갔어야 됬는데.. 쑥스럽네요.. ㅎㅎ 몇일 동안 최대한 포스팅을 많이해서 글을 아래로 쭉 내려야 겠어요..

와 정말 고등학생때로 되돌아간 그런 느낌을 받네요.. 엄청나게 잘쓰시는데 왜그리 걱정하셨나요! 작문이 수준급에 이르르면 이렇게 사람을 타임워프 시켜주던데, 이미 그런 경지이십니다 ㅎㅎ

한편의 풋풋한 첫사랑 영화같습니다. 영화 건축학 개론 처럼요 ㅎㅎ 남자들은 첫사랑만큼은 평생을 간직하다고 간다죠. 그게 건축학 개론 흥행의 비결이기도 했구요. 물론 애인이나 아내분들은 열이쫌 받겠지만...

절절한 첫사랑 이야기 잘보고갑니다 ㅎㅎ 역시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에게 따뜻한 글이 나온다는걸 체감하고 갑니다~

아 marginshort님 또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와이프 보기전에 다른 포스팅으로 메꾸라이 해야겠습니다. 좌불안석 입니다. 그래도 항상 좋은 말씀 해주시니 감사 할 따름 입니다합. ㅎㅎ

정말 진심입니다 ! ^^ 예전에 건축학 개론이 개봉했을때 여자친구와 보러갔었는데 다보고 눈이 그렁그렁해져있으니 "왜 첫사랑 생각나?" 하고 뭐라하더라구요..ㅋㅋㅋ 저도 애인의 첫사랑이 질투나고 싫으니 이해는 갔습니다..ㅋㅋ 부지런히 포스팅을 해서 밀어내시긴 해야겠습니다!ㅋㅋㅋㅋ

저야말로 항상 좋은 포스팅으로 제가 가보지못한곳, 하지못했던 생각과 경험을 들려주시니 매번 감사드립니다 ^^

네 ㅎㅎ 좋은 말씀 해 주시니 감사히 들을께요. 오늘부터 밀어내기에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ㅋㅋ

왠지...ㅎㅎㅎ 소설책 한권 읽는 느낌이에요!!^^
학창시절의 순수함과 풋풋함이 느껴지네요 :)
오늘같이 날이 흐리고 비가오는 날이랑 뭔가 잘 어울리는데요?^^

아 네 글솜씨가 그리 좋은편은 아닌데 잘 읽어 주셨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글 엄청 잘 쓰시는데요?
님의 경험 풍경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입니다-0-

아.. 그런가요?? 설마 저에게도 글쓰기 재능이 ... (아닌걸로요) twinbraid님께서 잘 봐주셔서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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