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 부리는 때가 있다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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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지금 나에게 제일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없이 자보는 거요.

아이 엄마가 되기 전에는 시체놀이가 취미인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허리가 아플 때까지 자 본적이 언제였나 싶다. 짧은 연휴를 보내고 직장에 복귀하는 출근길 오늘은 또 얼마나 많은 업무에 시달려야하나 싶어 아침에 진정코 출근하기가 싫더니만 점심 먹으러 갈 시간도 없이 일하고는 좋은 소리도 못 듣고 파김치가 되어 퇴근했다.

문제는 이렇게 늦게 퇴근해서 들어오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고작 2시간도 못 되는 시간동안 세상에 둘도 없는 착한 엄마가 되어주어야 하건만 신체적 피곤함이 나의 정신을 지배해 버릴 때가 있다.

가뜩이나 미운 3살(24개월~36개월)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 따님 덕분에 욱하는 성질 머리가 나올려다 참았다. 둘째 낳기전에 육아서를 꽤 읽은 덕분에 아이들이 이유없이 떼를 부리는 시기가 따로 있다는 정도는 머리로 익혔다. 특히 만24개월부터는 자아 정체성과 자아 의식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한단다.

이제 34개월인 우리 딸은 요즘 뭐든지 자기 마음대로이다. 아침마다 바쁜 엄마는 아랑곳없이 옷도 핑크색이 아니면 안 입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양말도 예쁜 것을 찾는다. 오늘 아침에도 굳이 양말을 본인이 신겠다고 하면서 엄마가 해주겠다고 하면 고 작은 입으로 "싫어"를 연발한다. 뭐든지 "내가 할꺼야~"를 외치며 "싫어"라는 말을 쓰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 본인이 누르겠다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혹여
오빠가 누르기라도 하면 눈물 바람을 하고, 책 더 보겠다는 걸 자야할 시간이라고 재우려 들면 울어 제끼는 바람에 결국 1~2권 더 보고 자는 것으로 협상을 하고나서야 상황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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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질질 끌고 올 것을 자기가 든다고 고집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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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핑크색만 고집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엄마, 아빠가 잘 대처하지 않으면 아이가 사춘기가 되었을 때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무조건적인 야단과 윽박지름, 목소리를 높이는 행동은 아이의 올바른 훈육과
자아정체성 형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시기는 자아가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자립심을 키워줘야 한다. 그 대신 하면 안되는 행동과 해야하는 행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고 엄마, 아빠는 일관되게 아이의 행동에 칭찬을 해 주거나 제재를 가해야 한다.

이 시기 자아정체성과 자립심을 키워가며 자신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한 아이는 사춘기가 되었을 때 자신에게 직면한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와 대화를 피하거나 반항적인 아이가 되기 쉽단다.

아침이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가, 유치원에 데려다 줄 때마다 고 작은 입술로 엄마 귀에 대고 속닥속닥 사랑을 속삭여주는 아이가 사춘기 반항심에 엄마랑 대화를 단절하고 엄마 마음에 상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아리는 것 같다.

부디 그런 상황에 직면하지 않도록 오늘도 현명하게 아이를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욱하는 나의 성질을 다스리며 어울리지도 않게 천사 가면을 써 본다.

그래도 그렇지..엄마가 정성스레 만들어 준 간식은 적어도 몇번은 먹어줘야하는거 아니야!! 힘들게 만들어 줬고만. 참자.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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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침시간에 고집부리면 정말 힘들죠. 이제 6살이된 우리딸도 핑크집착이 장난이 아니고.. 옷 입힐때는 정말 힘들어요. 어떨때는 정말 욱할때가 많은데..
똑같은 행동에도 반응이 다르게 나오는 건.. 문제인것 같네요. 이글을 보며 반성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34개월때는 그나마 예쁜것 같습니다
초딩 5학년되니까 또 다른 만만치 않은 아픔이 다가오네요 요즘 사춘기가 빨라서요^^

사회에서 힘들게 멘탈 탈탈 털리고 오지만 않으면 엄마도 피곤하지 않고, 좋은 것만 들어서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좋은 말만 하고, 여유를 가지고 윽박지르지도 않고, 더욱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텐데. 사람의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으며 엄마라고 해서 특별히 나은 것은 아닐 텐데, 육아란 참 힘들군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사회생활과 각종 스트레스 때문에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드실 때면 '엄마도 엄마 보고싶어' 저에게 하소연하시곤 했죠. 아이를 키워보면 그맘을 이해하려나요.

해피언니...
해이도 지금 32개월이라 상황이 비슷하네요.
핑크병은 없지만 양말은 혼자 신겠다 고집부려요.

그리고 오늘 제게 오더니..
"엄마! '싫어'라고 말해봐"
그러길래 제가 "싫어"라고 했더니.......
저보고 싫으면 시집가래요 ㅠㅠㅠㅠ

싫으면 시집가.... 하아....
래이 유치원에서 유행하고 있는 말인가봅니다 ㅋㅋㅋ

ㅋㅋㅋ 요즘 우리 시은이 유치원에서는 치~뿡이 유행인가봐요. 고작 네살짜리 입에서 치..뿡이라니..요즘 아이들은 진짜 빠른가봐요~ 그죠??

싫으면 시집가는 옛날 옛적 유행어인데 그게 유치원까지 퍼져나가다니...

저도 이 유행어가 아직까지 유행이라니 깜놀했어요. 오빠가 유치원에서 배워와서 동생에게 전수해주었답니다 ㅋㅋㅋㅋ (이런건 참 빨리도 흡수하는 동생!)

악 ㅋㅋㅋㅋ 어떡해 ㅠㅠ 래이헤이나님은 고민이실텐데 전 왜이렇게 귀엽게만 느껴지죠 ㅋㅋㅋ싫으면 시집가... 엄마 이미 시집가셨다...

둘째가 그 시기가 온거 같아요~ㅠㅠ
현명하게 대체할수있도록 맘 먹어야겠어요 ㅎㅎ
즐밤되세요~^^

저나이때는 자아정체성 확립을 위해 자립적으로 행동하게끔 도와줘야 되는군요. 잘못된 육아가 사춘기까지 영향을 준다니...제대로 알고있어야 겠어요 ㅠ
워킹맘님 덕분에 좋은 육아상식을 배워갑니닷

당사자가 아닌 저는 핑크사랑이 마냥 귀여워 보이는....
자녀 양육은 참 힘든것 같습니다
힘내라는 말보다는 오늘도 편안한 밤이 되시길 바랍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지막 웃겼네요. 저도 언젠가 결혼하고 예쁜 아이가 생긴다면 정말 착하게 잘키우고 싶은데 문제는 그게 제 마음대로 안된다는 거겟죠?? 흑흑....저도 멋진아빠가 되보고 싶다눈 생각하네요.!

저는 한번씩 아이와 트러블이 심했던날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이눈에 비친 엄마가 그렇게나 제멋대로 행동하더라구요ㅜㅜ 전 밥안먹음서 아이만 먹으라하고ㅎ 엄마는 양말도 양치도 옷도 다 맘대로 하면서 정작 아이에게 양말도 양치도 옷도 다 엄마뜻대로... 별게 아닌데 ㅎㅎ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참 상황이^----^ ㅋㅋ 심오한 그들의세계!! 어려워요^^

워킹맘은 모두 공감할 원없이 자기 ..
한달에 한번은 아내에게 혼자만의 여행 보내주는 정책이 나오길 바래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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