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스팀 안 산 흑두루미 읎쟤?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그냥 의식의 흐름에 따라 적을 글입니다)

#1
제목 어그로는 미안하지는 않고 조금 창피하다. 하지만 나는 저 말투가 마음에 든다. 살짝 아니 많이 ㅄ같으면서도 타인을 타이르고 선도하려는 듯한, 그리고 세부내용은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은 모종의 확실한 근거를 소유하여 그 행동을 한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의문형이 꼭 나 같다. 모질이인데 모질이 아닌 것처럼 보이려고 해서 나같고, 속이 다 보이는데 속이 안 보이려고 애써서 나 같다. 그냥 나 같다. 그 간의 내 글을 살펴 보았는데 어떤 건 지적(으로 보이려고 애를 쓰고), 몇 개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듯이 나대고), 나머지는 안 통하는 감성글 정도이다. 모두 내가 맞고 모두 내가 아니다. 평생에 걸쳐서 받는 오해는 '잘난척쟁이'라는 칭호인데 여기서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은 있을 듯 하다. 객관적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남들이 (그렇게까지 열심히는) 안하는 행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매진했을 뿐, (ex. 놀았다. 여자 많이 만났다. 되든 안 되든 글을 적었다) 스스로 내세울만한 요소는 없다. 그렇다고 내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아니다. 모든 이의 정체가 그 정도의 복잡성은 가지고 있겠지만 나 역시 누군가에게 한 두 가지 근거로 쉽게 파악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게 내 인생을 내가 긍정하도록 만드는 유일에 가까운 자랑이다.

#2
스팀달러를 샀다. 물론 고팍스에서 샀다. 왜냐하면 나는 백수라서 기업은행이나 농협 계좌 개설이 제한적이다. 입출금이 (금액상한없이) 자유로운 계좌를 소유할 수 있는 (나에게) 유일한 방법은 3개월 간 전기요금을 해당 계좌로 자동 납부 하는 것인데 자존심 상해서 안 했다. 기업은행이나 농협 계좌를 만들 수 없음은 빗썸이나 업비트 계좌를 등록할 수 없음과 같은 의미이다. 물론 계좌가 있어도 신규 유입은 안 된다. 내가 국민은행 계좌나 카카오 계좌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는 몇 군데 없다. 그 중에 고팍스가 스팀잇과 같이 웹툰 공모전을 한다고 몇 달 전부터 홍보를 하길래 고팍스에 계좌를 등록해 두었다. 이 것도 몇 달전에.

문제는 스달을 샀다는 것이다. 어차피 파워업이 목적이었는데 스팀을 샀어야 하는 것을.. 스달을 사고 스팀잇으로 옮긴 뒤 스팀으로 바꾸고 파워업을 했다. 아무래도 손해가 있었겠지만 나는 그야말로 이런 손해에는 무딘(척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다. 물론 내가 번 돈으로 산 게 아니고 부모님께 받은 돈으로 샀지만.. 스달을 사고 파워업을 하여 풀보팅이 가능해지는 500스파를 달성했다.

#3
마음 먹은 다이어트를 못 하고 있다. 식욕을 참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는가? 나는 다이어트 자극 사진으로 여성들이 주로 쓰는 여성사진을 사용한다. 근육질 남성의 사진은 내가 저렇게 될 가능성을 비추어 봤을 때 너무 무의미 하고, 차라리 여성들이 다이어트 자극 사진으로 애용하는 여성 사진을 보면

'나 왠지 살 다 빼면 쟤랑 사귈 수 있을 것 같아'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핸드폰 배경화면도 좀 야한 여인들의 사진인데 어딜 가면 가끔 오해를 받는다. 내 핸드폰 배경을 보고

'이 새키 핸드폰에까지 저런 거 해둔 걸 보면 이상한 사람 아닌가..?'

가끔 시선 속에 이런 문장이 담겨 있는 듯 하여 당황스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의 다이어트 동기부여는 너의 오해보다 훨씬 중요하니까. 핸드폰 배경을 스샷 찍었는데 못 올리겠다. 야하다. 수영복을 입고 계시기는 한데 그래도 야하다. 한글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다운 보팅을 당할 수도 있으니 올릴 수 없다. 나중에 나를 실제로 만나시는 분들께 직접 보여드리겠다. 영원히 바꿀 생각이 없는 사진이니까!

#4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주제와 여러 소재를 엮는 일이다. (참고로 이 포스팅은 주제라고 할 것이 딱히 없다.) 주제와 관련된 내 언어를 줄글로 풀어쓰기는 그야말로 쉽다. 문제는 그 언어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나 핵심 문장은 나에게만 명확하다는 점이다. 가끔 나와 비슷한, '글에 대한 호흡'을 가지신 분들은 그 글조차도 좋게 읽을 수 있지만 필자가 매번 그런 요행을 바랄 수 없다. 그래서 일상의 사례나 50%만이라도 공감할 수 있는 소재가 글에 활용되어야 하는데 구하기도 어렵고 막상 적어 놓으면 주제와 또 따로 놀기도 한다.

글을 씀은 그 자체로 매번 도전이다. 이번에는 잘 엮을 수 있을까? 잘 엮었느냐 아니냐가 그 글의 보상액과 직결 되지는 않지만, 행여 글에 대한 반응이 안 좋아도 내가 스스로 그 글을 자랑스러워할만한 계기는 된다. 이 점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어떤 이들은 글의 가격(보상액을 가격이라고 부른다. 나 혼자)이 낮으면 자괴감이 드시는 듯 해서 하는 말인데, 글의 가치에 대한 기준은 자의적일수록 좋다.

가격이 낮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글이 아니며 가격이 우연히 높아도 그 것이 꼭 글의 가치에 비례한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내가 스팀잇 활동을 해 가는데 있어서 철칙으로 삼는 것이다. 이 감각이 없으면 꾸준히 글을 써 나갈 수 없다. 높은 가격에 심취하여 그 것만을 쫓게되거나 낮은 가격에 실망하여 글을 계속 써 나갈 동력을 잃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요소의 존재와 그 역학관계를 차치하고 나에게 스팀잇은 여전히 글쓰기이다. '생각의 가치'라는 단어가 사람들을 낚기 위한, 마케팅적 요소가 다분한 슬로건이었다고 해도 상관없다. 나에게 장을 마련해 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행복하다. 내 글을 매 번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이 적어도 10명은 넘을 것이라고 자평한다. 행복하다. 그 10명이 누구인지와 그 분들의 면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지만 내가 실제 지인들처럼 늘 마음에 품고 있는 분들의 수도 그와 비슷하다.(양쪽이 몇 분이나 정확히 일치할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떤 글을 적을 때는 10명 중 두 세 분은 좋아하지 않을 듯 하여 내심 시무룩하고, 또 다른 종류의 글을 게시할 때 10명 중 세 네 분 정도는 흐믓하게 읽으실 듯 하여 자랑스럽다. 그 10명의 꾸준한 활동이 나에게 힘이고 나에게 스팀잇 그 자체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다시 페이스북의 내 글에 따봉이 0개 달리던 시절을 회상한다. 많이 행복해졌구나 박가든. (제 본명을 거의 다 아시는 듯 하지만 그 것은 제 본명이 아닐 수도 있음을 알립니다. 이 곳에서는 가든팍으로 활동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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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낮았다고 해서 가치가 없는 글이 아니며 가격이 우연히 높아도 그 것이 꼭 글의 가치에 비례한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이 참 좋네요. 스팀잇에서 존버하고 싶은 이유는 글의 가격보다는 내 글을 읽고 좋아요 눌러주는 사람이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렸으면 99% 무플이었을 장문의 글에도 덧글이 달리는 것을 보면 매번 신기하네요, 그래서 더 가든팍님의 행복함에 공감하게 돼요. 유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리스팀해요.

공감과 소통이 스팀잇의 가장 큰 가치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덧글이 너무나 늦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부족한 글을 감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가든 좋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박정원이 더 좋지만요 ㅎㅎ 의외로 박마당일까 하는 생각을 매우 짧게 하긴 했습니다 ㅋㅋㅋㅋ
글의 가치는 보팅 액수와 상관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전부를 대변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기 스팀잇에선 더 그렇죠. 만일 보상에 집착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빠를지도 모릅니다.
글이라는게 처음부터 잘난 글도 있지만, 한사람의 글을 자꾸 읽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져서 더많이 읽히게 되는 글도 있는 법이니까요. 뭐든 역치가 있지요. 역치를 넘어서도 여전히 가치가 없으면 가치가 정말 없을 수도 있겠지만요.
다이어트에 있어서 최대의 자극을 주는 것을 저는 만들어 두었는데요. 그것이 딱 맞는 가죽 잠바 입니다. 특정 몸무게를 넘으면 입을 수 없는 슬림한 녀석인데 제가 좋아하는 잠바거든요. 이 옷이 몸에 불편하기 시작하면... 아 찌고 있구나... 하는 경계의 기준이죠. ㅋ

ㅎㅎㅎ다른건 몰라도 #3 공감이 되면서 웃었습니다...
저도 다이어트를 해보겠다고..
한때 남자 모델 벗은 사진 했다가 친구들한테 미친거 아니냐고 듣고
같은 여자이면서도 벗은 여자 몸매의 사진을 핸폰에 설정 해두죠. ㅎㅎ
꼭 다요트 해내리라고...ㅎㅎ 근데 몸매 감상용 사진이 되어버린 핸폰이랍죠..푸훕,,, 다시 동기부여를 해서 다요트 의지를 불끈태워야겠어요

참 인생은 다이어트인 듯 합니다. 근데 맛있는 음식은 너무 많고.. 입맛이 없어지는 날이 언제 올지..오지도 않을 날을 기다려 봅니다 ㅜㅜㅜㅜ

입맛이 없어지는날은 슬픈겁니다.. 그런날은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ㅠㅠ

근육질의 남자 사진을 핸드폰에 깔아두고 있어도 오해 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ㅋㅋㅋ 더 웃긴 건 자기 사진을 깔아두면 나르시시스트 취급을 받죠ㅎ

와 이걸 생각 못 했네요. 근육질의 남자 사진을 배경으로 깔아두면 받을 오해가..더 심각하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만해도 다행입니다

ㅋㅋㅋㅋㅋ 박가든님!!! 의식의 흐름 글 재밌어요ㅋㅋㅋㅋㅋ
저도 스달 좀 바꾸고 스팀 추가 구매 대기중입니다 :-))) )

늘 눈호강 하게 만들어주는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올려주셔서..뉴질랜드에 대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여행을 즐기지는 않는데.. 뉴질랜드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취향이 고급지신 듯 하여 부럽습니다..!

치명적...나댐에서 조금 터짐ㅋ

ㅋㅋㅋ

박가든=빠가야로

이렇게 연상되는 저를 용서해주세요. 이름가지고 장난치다가 여러 분들한테 철퇴를 맞았지만 정원박님께서는 넓은 아량을 간직하실거라고 믿습니다. 왜냐믄 가든이니까.

드디어 투자형 창작자가 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계속 크게확장하는 garden이 되세요. 정원은 모든 사람들이 고즈넉하게 사색할 수 있는 쉼터이니까요. 스팀잇 생태계의 푸르름 아지트로 확장되시길!

음. 너무 멋지게 의미 부여를 해주셔서! 더 많이 투자하고 싶습니다. 오늘 가격을 보니.. 엄빠에게 조금 더 돈을 달라고 졸라 봐야겠습니다.... 이런 제 모습이 한심하지만.. 저도 언젠가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날을 고대하며!!!!

박가든ㅋ 부르기 좋아요ㅋㅋ
스팀 세일 시즌(?)이니 저도 좀 더 사볼까봐요ㅎ

네..오늘 아빠의 휴일 맞이 밭일을 도우며.. 저도 군자금을 조달해서 조금 더 사야겠습니다. 다른 분들이 감상평을 올리시길래 저는 올리지 않았지만..(행여 수줍으실까봐) 책은 샀던 날 바로 다 읽었습니다.

재미있다

이런 성의없는 감상평은 드리기 싫으니까 나중에 따로 적겠습니다. 하지만

재미있습니다.

ㅋㅋㅋㅋ

앗ㅋㅋㅋ 쑥쓰러운 제 맘을 어찌 아시고ㅋ
역시 여심 좀 아시는 가든님
(재미있었다니 휴...천만 다행이에요ㅋㅋ)

흑흑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서 너는 내게로 와서 꽃이 되지 않고 모든이에게 본명이 공개되는 수모를 당했구나. 책임을 통감한다만... 너의 그 닉네임이 너무 뻔했단다 ㅎㅎ 스팀을 샀다니 좋은 소식이지만 왠지 가든팍은 그냥 글로써 부딪히는 사람이어야 했는데 현질을 했다는게 약간 실망스럽지만, 스팀잇을 계속 하려면 스파업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니까 이해합니다. 10명 중 나도 한 사람이라는걸 알아주길 ㅎㅎ 많은 팬이 생긴 가든팍 님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움 ㅎㅎ 화이팅~ㅎㅎ

그리고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니... 그것도 여성의 사진을 보고 ㅎㅎ 먹는 것은 날씬한 상태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으니 잠시 넣어두셈...성공하길~

ㅋㅋㅋㅋ 치명적입니다 ㅋㅋ 늘 재밋게 잘 보고 잇어요 ㅎㅎㅎ

아 맞아 요전날 진짜 길고 정성껏 써주신 댓글에 답글부터 드려야하는데 -_-
곧 또 찾아올게요!

답글 안해주셔도 됩니다. 오래오래 소통할 건데요, 뭐든지 편하게 마음 가는대로 해주세용! 헤헤 ^^ 9월에 서울로 돌아오시면 저와 밋업을 하셔야 할 것 입니당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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