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자주 중요한 것들을 적고 읽는다

in #kr-writing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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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중요한 것을 잊는다. 식사시간에 밥 먹는 것을 잊고, 지나가는 사람을 치고도 사과하는 법을 잊고, 남의 친절을 당연하게 생각하느라 고마워하는 법도 잊는다. 상대방의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생각하느라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하는 법을 잊는다. 남의 눈치를 살피느라, 내 마음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하늘을 보는 일도 잊고, 친구를 앞에 두고도 휴대폰을 보느라 서로의 눈빛을 놓친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나는 꽤 오랫동안 악몽에 시달렸다. 나를 힘들게 하던 사람이 자꾸 꿈에 나왔고, 꿈속에서 조차도 나는 그에게 제대로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 무서워 늦게까지 잠을 청하지 못했다. 최대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서 아무 꿈도 꾸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렇게 시달리다가 홀로 침대에서 일어날 때면,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 꿈은 선명했고, 나의 상처도 더욱 선명해졌다. 커튼을 치지 않은 방 안에서 나는 어둡게 앉아있었다. 꿈속에서 조차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게 억울하여,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가 얼마나 나를 힘들게 하였는지 말했다. 하지만, 한참 그에 대해서 말을 하고 난 뒤에 홀로 된 밤이 되면 나는 어김없이 그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겨울이 더욱 깊어지는 밤이었고, 나는 혼자였다. 방을 따듯하게 만들어서 나의 마음까지는 춥게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어김없이 잠에서 깨고 난 아침이면 나의 마음은 차가워졌다. 미운 마음을 붙잡고 나는 나약하게 잠을 청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했다.

겨울이 무르익어가던 즈음에 나는 호주로 여행을 왔다. 이 곳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동네를 잠시 걸었고, 그리고 나는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났고, 자고 싶을 때 잤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는 커피를 마셨다. 글을 쓰고 싶을 때는 글을 썼고, 좋은 풍경을 마주했을 때는 사진을 찍어서 기록해두었다. 감정이 요동치는 일은 없었고, 하루하루가 평온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하나, 둘 알아가기 시작했고 날씨가 때때로 변덕스럽기는 했지만 따듯한 날씨를 마주하는 날이 더 많았다.

사람들은 작은 일에도 사과했고, 나 역시 나의 실수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설거지를 대신해주는 호스트에게는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트레인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다 내리고 나면 탔다. 사람들도 내가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그다음에 올라탔다. 사람들은 웃었고, 나도 웃었다. 거리에서 노래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도 같이 흥얼 거렸고, 길을 잃어도 괜찮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악몽을 꾸지 않았다.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내 마음을 읽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기 시작하고, 잊고 있던 많은 당연한 것들에 대해서 연습하기 시작했다. 상대방과 이야기할 때는 눈을 바라봤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하늘을 바라봤다.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았고, 밤늦게 밖에 있는 날에는 별과 달도 보았다. 노을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는 아직도 그 사람이 밉다. 하지만, 나는 그를 꿈속에서까지 만나는 일을 더 이상 하지는 않는다. 내 마음속에 그를 담아 두느라 힘겨운 날들을 보내지는 않는다. 나는 나로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연습한다.

중요한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나는 자주 중요한 것들을 적고, 읽는다.
나는 비로소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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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고맙습니다 ^^

고등학교 3학년,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이 생겼었어요. 국어선생님이셨는데, 어느 날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너희들은 입시에 치여 하늘을 보는 일을 잊더구나, 하늘이 참 아름답다. 집에 가는 길, 달을 한번씩 보는 게 정말 기쁜 일이다 하셨었죠. 정말 충격이었어요. 저는 꽤 오래전부터 하늘을 보는 방법을 까먹고있었거든요. 그 뒤로 매일 달을 보려고 노력해요. 중요한 것을 잃지 말자.. 좋은 글이네요.^^

위니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고등학교때 횡단보도 빨간불에서는 짜증을 내지말고 잠깐 하늘을 올려다 보라는 말씀을 하시던 선생님이 기억나네요. 일상속에 담겨져 있는 수많은 소중한 것들을 놓치지 않도록 마음에 담자고 생각했었는데 또 잊고 살아가고 있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하늘을 보라는 말씀을 해주셨던 선생님들이 많으셨나봐요. 정말 좋은 선생님이신 듯. ^^

하늘을 보는 일은 가끔 묘하게 평화로운 감정을 느끼게해요. 오늘 하늘은 어땠나요? ^^ 하늘을 보는 하루하루를 만드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오늘은 아쉽게도 달을 보지 못했습니다~ 구름이 많이 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날씨가 엄청 추운데 감기조심하세요 다이에나님~^^

고맙습니다. ^^ 참, 안 좋은 일을 겪으셨다고... 흠... 잘 해결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과할 기미가 안보여서.. 하하^^; 다이에나님은 이런일 안당하시길 바라고, 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군요 ㅜㅜ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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