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41 길을 잃음 - 이스탄불: 복귀
다시 출국 수속을 했습니다. 공항 보안 검색에 잡혀서 줄자를 뺏겼어요. 지금까지 별일 없이 들고 다닌 게 이스탄불에서도 문제없을 걸 보장하진 않지만 비행기를 놓치기 전 환승 수속에서 문제 되지 않았는데 뺏기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낯선 곳에서 투닥투닥해 보았자 좋을 거 없고 줄자 비싼 것도 아니니 잊었어요. 두꺼운 다운 점퍼까지 꾸겨 넣은 30리터도 안 되는 가방을 열어 해치고 줄자를 뺀 뒤에 다시 짐을 꾸겨 넣는 게 짜증 났을 뿐입니다.
공항 안에서 콜라가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잔돈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자판기가 카드 결제를 지원합니다. 비자와 마스터 그리고 아멕스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한 회사는 안 되고 두 회사는 쓸 수 있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도 결제가 안 됩니다. 카페에서도 콜라를 팔았는데 자판기보다 비쌌어요. 더 싼 콜라가 보이는데 비싸게 주고 사야 한다고 생각하니 오기가 생깁니다. 비행기 놓친 것도 복잡한 공한 때문인 것같은데 콜라를 비싸게 사먹어야 하는 이유도 공항 자판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카페에서 콜라를 사 먹으면 왠지 공항한테 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콜라는 비행기에 타서 마시기로 했어요. 이상하게 이렇게 몇 푼 안 되는 돈이 걸릴 때가 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기미가 보였지만 열차에서 계속 누워 있느라 몰랐다가 모스크바에서 확실히 알게 된 허리 통증이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있었습니다. 배낭 하나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몸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보니 울적했어요. 이제 몸도 신경 써야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신경 쓸 건 많아지니 노력해봐야 현상 유지도 힘들어지는 삶이 점점 다가올 겁니다.
허리가 아픈 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도 그렇고 모스크바에서도 그렇고 널널하게 구경하지 않고 빨빨거리면서 돌아다녀서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여행의 출발부터 지금까지를 반성했어요. 애초에 오로라 말곤 특별한 자극을 얻고 싶지 않았던 여행입니다. 그래서 숙소도 늘 혼자 묵었어요.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닐 줄 알았으면 출발을 좀 미루고 열심히 여행지를 공부하고 왔어야 합니다. 후회해서 뭐하나요, 이미 비행기는 아테네 공항에 도착했는데.
내용 중에 지적하고 싶은 거나 의문스러운 거 혹은 어떤 할 말이 있으면 개의치 말고 댓글 달아주세요! 특히 수정해야 할 지적 사항이 나온다면 지적해주신 분에게 이 글의 수입을 일정 부분 나누겠습니다. 이 글 수입으로 확정된 숫자에서 의도하지 않은 오·탈자의 경우는 10% 어색한 표현은 20% 내용 전개에 관한 오류는 40%에 해당하는 스팀달러를 보상이 확정된 날에 나눠 드립니다.
아 혼자서 여행을 많이 하시나 봅니다.
용감하시군요.
사진도 같이 많이 올려주세요.
알겠습니다, @alongside74님! 자주 들려주세요.
크어 저런저런 고생 많이 하셨네요...
안녕하세요, @jwsohn님. 모든 일은 마음먹은 데로 되지 않으니까요. 나름 재미있는 일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