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허물벗기.

in #kr-writing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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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바꿀 때마다 안경의 두께만큼 눈의 일부가 빠져나오는 느낌.
그래서 내 안경이 점점 두꺼워지는가보다.


지난 번 안경을 바꿀 땐, 묘한 느낌을 카카오스토리에 써 보았다. 적당한 교정시력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렌즈를 끼울 수 있는 두꺼운 안경을 쓰고 거울을 봤는데 내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기에 대충 '프랑켄슈타인'에 빗댄 글을 사진에 붙였던 것 같다. 만화의 악당 측 박사가 착용하는 그런 안경의 생김새가 마음에 들긴 했지만, 동시에 안경이 없다면 내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생각하니 좀 처량하기도 했던 것이다. 10분 후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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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약한 시력을 물려줘서 미안하다. 아들 눈 관리 못해준 내가 죄인이다."

그 말씀을 듣고 처량함에 죄송함까지 더해진 복잡한 그 감정이 한참동안 내 몸 속 어딘가를 맴돌았기에, 이번엔 대나무 숲에 대고 비밀스럽게 소곤소곤 말해본다. 사진의 초점이 맞지 않는 건 안경을 벗고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안경점을 바꿨더니 이번엔 프랑켄슈타인이 아닌 아이언맨이 되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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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였나... 시력 교정용 안구 삽입형 렌즈를 개발 중인 곳이 있었는데요.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입니다.

항상 신기술은 마음을 설레게 하는데, 설렘이 식고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때쯤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각막이 얇아서 시력교정수술도 불가한 몸이라 안정된 신기술이 보급화 될 날만 오매불망 기다립니다.

헉 저런 최첨단 기계는 처음 봐요. 저도 안경점에선 늘 그 렌즈를 잔뜩 끼우는 안경으로 맞췄어요. 저는 그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볼 때마다 제가 마치 안경태(영심이 만화의 남자 캐릭터...인데 검색해보니 진짜 이름은 왕경태였어요! 평생을 안경태인 줄 알았는데요!)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켄슈타인이라는 표현도 좋네요. 다만 어머니께서 마음 아파하셨다니 슬픕니다ㅜㅜ

저기 마지막 사진만큼 거창한 기계는 아니었지만 안경사가 누르는 버튼에 따라 렌즈가 저절로 교체된 걸 보면 비슷한 기계였을 것 같습니다. 왕경태가 바닷가에 영심이 만나러 기타들고 가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하나면 하나지 둘이겠느냐. 둘이면 둘이지 셋은 아니야. 셋이면 셋이지 넷이겠느냐...'

안경 쓰는 사람에게 안경을 바꾸는 일은 작지 않은 이벤트지요. 맘에 딱 드는 안경으로 바꿨을 땐 마음이 든든한데, 그 반대면 기분이 영 찝찝해요. 별로 어울리는 안경이 없어서 안경 바꿀 땐 늘 긴장합니다. ㅎ

ㅎㅎ공감합니다. 저는 근시와 난시 모두 심한편이라 새 안경에 적응하는 기간이 참 두렵습니다. 안경 바꾸고 나면 한동안은 바닥이 하늘로 치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도 들고 거리감각도 좀 달라져서 어지러운 느낌도 들고요. 즐거운 한 주 되세요.

헛 대구님도 눈이 많이 안 좋으시네요! 두꺼운 렌즈 끼시면 안경이 매우 무겁겠어요ㅠ

댓글이 많~~~~이 늦었죠? 죄송하게 생각합니다ㅜㅜ 안경을 맞출 때마다 결제하는 순간에 긴 고민에 빠집니다. 안경집의 표현을 빌려 `세 번 압축한, 싸고 두꺼운 렌즈'를 끼느냐, '네 번 압축한, 비싸고 얇은 렌즈'를 끼느냐. 결혼 전에는 얇은 두께를 택했지만, 배나온 애 아빠가 된 지금은 싼 가격을 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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