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음식 이야기|| #2 비빔밥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in #kr-writing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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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비빔밥. 비빔밥은 밥에 여러 나물을 넣고 참기름과 고추장에 비벼 먹는 음식이다. 유래는 음복 설. 제사를 지낸 후 그 음식을 음복하기 위해 상에 올렸던 음식을 밥을 비벼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는 것이 유력하다. 안동의 헛제삿밥과 비슷하지만 헛제삿밥은 고추장이 아닌 간장으로 맛을 내며 다른 반찬을 내 온다는 점에서 차별을 보인다.
지금은 비빔밥 하면 전주만을 손에 꼽지만 예전에는 진주와 해주도 빼 놀 수 없었다.

냉면도 지역에 따라 조리방법과 맛이 다르듯 비빔밥도 지역에 따라 재료와 조리법이 조금씩 다르다. 해주비빔밥은 나물뿐만 아니라 삶은 닭고기나 돼지고기가 함께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맨밥을 사용하지 않고 밥을 기름에 한 번 볶아 내는데 이는 고열량을 섭취해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해주의 음식들이 대부분 기름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주비빔밥의 특징 중 하나는 탕국이다. 미리 고기와 채소로 삶아낸 탕국을 밥과 나물 위에 고명처럼 올렸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육회를 올렸는데 우(牛)시장이 발달한 진주만의 특징이었다. 근래에는 육회의 맛을 더하기 위해 계란 노른자를 올리기도 하는데 언뜻 보면 꽃과 비슷하다 하여 화반(花飯)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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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자료를 살펴보면 비빔밥은 전주보다는 오히려 진주가 더 유명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1929년 12월 1일에 연재된 잡지인 별건곤(別乾坤)에서는 비빔밥을 소개하면서 전주가 아닌 진주를 언급한다.

“고기를 잘게 넣어 끓인 장국을 비비기 적당할 만큼 부어 놓고 옆에 육회를 곱게 썰어 맛이 깩금한 고추장을 조금 얹습니다.”라며 진주의 육회비빔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같은 호 별건곤에는 전주의 향토음식도 함께 다루고 있지만 비빔밥이 아닌 탁백이국 즉, 전주의 또 다른 명물인 콩나물국밥을 설명하고 있다. 이로 짐작해보건대 당시에는 비빔밥보다는 콩나물국밥이 전주의 향토음식으로써의 의미가 더 컸던 것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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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연재된 잡지인 별건곤에 소개된 진주비빔밥

자료 국사편찬위원회


그럼 잡지에 소개될 정도로 명맥이 깊은 진주비빔밥은 왜 잊혔을까. 가장 유력한 건 비빔밥의 프랜차이즈화.
81년도 서울에서는 대규모 음식 박람회인 ‘국풍(國風)’이 열린다. 국풍은 향토음식이라는 새로운 유행을 불러일으킨다. 전주비빔밥, 나주곰탕, 춘천 막국수, 충무김밥 같이 지역명과 음식명을 합친 음식들이 인기 외식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아마도 이 시점에서 비빔밥은 ‘전주’라고 획일화되면서 점차 진주비빔밥은 잊힌 게 아닐까 싶다.

비빔밥은 대중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향토음식 중 하나다. 작금에는 전주나 진주가 아니더라도 쉽게 비빔밥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은 아쉽게도 향토음식만의 고유의 맛을 잃게 만들었다. 프랜차이즈화 되면서 음식 맛이 단순화됐기 때문이다. 전주에서 먹는 비빔밥이나 서울에서 먹는 비빔밥 맛이 비슷한 것도 다 이런 연유다.

어쩌면 우리 입맛도 프랜차이즈에 길들여져 점차 단순화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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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빕밥에 대해 잘 몰랐는데 감사해요~
진주 비빕밥의 잊혀짐에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진주든 어디에서든 육회 비빕밥을 먹어보지 못했어요 ㅠㅠ

헐, 이럴수가. 근데 저도 사실 한 번인가? 두 번 정도밖에 먹어본 적 없어요. :) 예전에 전주에 비빔밥을 먹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먹어보고는 기억이 없는 거 같기도 하고. ㅎㅎ
근데 또 육회비빔밥을 먹기위해 찾아 나서기도 좀 거시기한 게 세상에는 이보다 맛있는 음식이 더 많아서요.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우리나라 대표 음식중에 하나인 비빔밥이 지역마다
그 재료가 조금씩 다른 것 같고, 비빕밥의 종류들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외국인들이 비빔밥의 다채로운 색에 호기심을 갖고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빔밥의 을 보게 되었네요.ㅎㅎ

사실 비빔밥의 조리법이야 이렇다 정의 된 게 없겠지요. 말 그대로 반찬과 함께 비벼 먹는 음식이니까요. :)
외국에서는 건강식으로도 요즘 각광 받고 있다고 하네요. 예전엔 막 비벼 놓은 음식이다 보니 개밥 같다는 평도 들었었는데 말이죠. ^-^

앗!! ㅜㅜ 그런가요? ㅋㅋㅋ그런 전혀 다른 평도 받는 군요. 아 생각해보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팥빙수 섞어먹는 것도 신기하면서 그닥 좋아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친구에게 들었던 게 생각나네요.

저 평가 받는 한식들이 생각보다 많았죠. 김치도 그렇고요. :) 팥빙수도 한 번 먹어보면 절대 안 좋아할 수 없을 텐데. ^-^

돌솥 비빔밥 먹고 싶네요. ㅎㅎ 그러고 보니 돌솥 비빔밥은 어디서 유래된걸까 궁금하네요.

전주중앙회관이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곱돌비빔밥을 선보였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금의 돌솥비빔밥과는 조금 다르지만 돌로 만든 식기를 데워 사용했던 게 비슷하지요.
이곳이 아직도 운영 하고 있는데 원조 돌솥비빔밥이라고 간판에 걸려 있더라고요.. :) 물론 정확한 역사적 사료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와 예전에는 전주보다 진주가 비빔밥이 더 유명했었다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육회가 올라가는 것도 우시장이 발달해서라니 ㅎㅎ 신기해용!~

진주가 소랑 관련된 게 좀 유명한 거 같아요. 지금도 민속 소 싸움 같은 것도 열리고 있죠. :)
지금은 육회를 쉽게 먹을 수 있지만 예전에는 유통이 힘들었기 때문에 우시장이 가까운 곳에서나 육회를 먹을 수 있었을 거 같아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한 하루 되셔요! ^0^

바쁠 땐 비빔밥~ ^^ 간혹 집에서 잡은 먹어야 하고, 시간은 애매하고 할 땐, 비빔밥만들어 먹는 1인입니다. ^^ 계란도 날계란 하나 툭~.
고급지게 먹자면 또 한없이 손이 많이가는 스팩이 넓어 접근이 용이한 음식인듯 하네요~ ^^

안녕하시요. 하니님. :)
말씀대로 비빔밥은 비빈 밥이기 때문에 그 범위를 한정지을 수 없지요. 저 역시 집에서는 대충 먹고자 할 때도 비빔밥, 나가서 외식으로도 비빔밥을 먹고는 하죠. ^-^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되셔요! ^0^

요리하기, 밥해먹기 귀찮을 때 반찬사서 한번에 비벼먹으면 짱 좋습니다 ^^ ㅋㅋㅋ금방 사라져 버린다는 게 문제.... ㅜㅜ....

저도 귀찮을 때 그냥 계란 후라이 하나 해서 냉장고에 있는 반찬 다 때려 놓고 비벼 먹고는 합니다. 역시 귀찮을 땐 비빔밥이죠. :)

오늘 저녁은 비빔밥으로 ^^ ㅎㅎㅎ유익한 비빔밥 정보 감사히 잘봤습니다 초코님 ㅎㅎ남은 오후 힘내세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햇쌀님도 행복 가득한 오후 되시고 칼퇴근하시길. ^-^

전에 TV에서 본 것 같은데 전두환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사태 덮으려고 다른쪽에 눈길을 돌리고자 음식박람회를 열었는데 그때 참여한 음식들이 유명세를 타게 된거라고 얼핏 본 것 같아요.ㅇㅅㅇ;;

맞아요. 지금에 국풍의 평가는 민중을 학살한 추억 마저도 음식을 사려 했다는 평을 받고 있지요.
울곰님 말씀대로 그때 많은 음식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프랜차이즈화 된 거 같아요. 비빔밥도 함께요. :)

비빔밥이 깔끔하고 엄청 고급스러워 보이네요~씁..맛있겠습니다!!ㅎㅎ비빔밥 넘 좋아요^^

일제강점기만 해도 외식음식으로 많은 인기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외식으로 비빔밥을 따로 먹으러 가고 그러진 않지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와우~ 비빔밥에 대한 자세한 포스팅..
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참 유익하군요...
이런 음식에 대한 포스팅 글.. 앞으로도 많이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파파님.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조금씩 써 내려갈 생각이니 재밌게 봐주셔요. ^-^
즐거운 추석되세요!^0^

향토 맛도 유지하면서
프랜차이즈도 잘되면 좋겠네요
한국 음식은 프랜차이즈화가 힘들어서
그걸 포기하기도 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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