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 무라카미 하루키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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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by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문학의 키워드는 "기묘함"이다.
하루키는 기묘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기묘한 상황을 만들어낸다. 그 기묘함은 너무도 '기묘'해서 당췌 그것에 몰입할 수가 없다. 아니 몰입하기를 거부하는 내 마음속의 자아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빠져들기를 거부하다가도, 하루키의 마법과도 같은 '서사'가 그 기묘함을 받아들이게 한다, 실로 마법과도 같이.

그렇게 그 기묘한 상황에 설득당하고, 어느새, 그것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생생하고도 '적확한' 묘사... 그렇게 그 소설을 읽어내게 하고, 그다지도 기묘한 이야기에 몰입하고, 즐기게 만든다. 그것이 바로 하루키 문학의 힘이다. 대단한 작가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이야기의 구성을 가지고서, 천부적이기 까지한 그의 화술이, 그가 가공해낸 기상천외한 스토리를 잘도, 아주 매끈하게 뒷받침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이야기한다. 하루키는 그렇게, '하루키빠'로 살아온 내 20년에 지대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기묘함을 담은 소설은 많겠지만, 그 기묘함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작가의 지적인 능력이다, 즉 똑똑해야 하다는 거. 그리고 진득해야 한다. 자기가 만들어낸 이야기에 갇혀 마지막에 가서 힘과 균형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우리는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보아왔다. 하루키도 중간중간 스스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건지, 곁가지를 과하게 덧대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그러나 진득하게 그 흐름을 이어가서 뚝심좋게 결말을 내놓는다. 정신 바짝차리지 않으면 당췌, 뭐~래는거야?? 라며 급히 책장을 앞으로 되넘기는 일이 종종 발생할 수도 있음. 즉, 독자도 부지런해야 한다는 거.

그러나 한가지 그에게 말하고 싶은것은,
"당신도 나이가 들었나요?... 말이 너무 많잖아 이건~~" 그렇다... 가끔은 짜증이 난다. 해도해도 너무 말이 많다ㅋ. 그 말을 너무도 사랑하기에 봐주지만, 그래도 1Q84에는 안해도 될말을 너무 많이 한다. 살해될 처지에 놓인 사람이 그 죽음을 기다리며 엎드려 있다가, 체호프의 글을 논하고 그 농밀한 세계에 사색을 더한다는건 너무하잖아? 그리고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지적이다ㅋ. 아는게 너무 많다. 사람이 살면서 음악에, 문학에, 그것도 그 이면의 이야기를 그렇게 잘 알고, 또 지적인 사색을 더할 수 있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걸, 하루키는 애써 방만하는 느낌이 든다. 이봐요 하루키 아저씨, 거기서도 당신은 너무 자신을 드러내요. 그거 다 자기얘기잖아요~~~! 그래도 좋아요~ 그 이야기들은 나에게도 다시 찾아보게 하는 내가 모르는 영역이고, 내 머리속에 넣어서 내 지식을 넓힐 수 있게도 하니까요~^^

이 책은 페이지 양이 어마어마하다. 총 3권으로 이루어지고 각 750여페이지로, 전체가 무려 2,300여페이지에 이른다. 다 읽고 나면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아~ 다읽었다!" ㅋㅋ

그리고 또하나, 음악에는 거의 문외한인 내가 "라흐마니노프"를 처음 알게 된것도 하루키 때문이었었다. 그의 모든 책 속에는 음악이 흐른다. 이 책에도 역시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같은 곡들이 각 인물을 통해 소개되고 이야기 전반에 걸쳐 흐른다. 마치 그 음악이 들려야 할 듯해서, 따로 그음악을 찾아 들어 머리속에 넣지 않으면 안될 거 같아서 음악을 듣고 또 들었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하루키 뮤직룸"이라고 하는 북콘서트 형식의 행사가 있기도 했다. 그만큼 그의 소설 세계에서 음악은 또하나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다.

하루키 소설을 전혀 읽은적이 없다 하더라도(특히 그의 초기 소설들), 이 소설이 크게 어렵거나 전작들에 비해 특별히 더 내용이 황당스럽지 아니하므로 충분이 즐길 수 있겠으나, 다만, 이야기의 주된 줄기가 흔히 말하는 "사이비 종교집단(그런 내용이 아님에도)"과 연계되어 있고, 때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교주들의 변태 성욕과(절대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 결과물들이 지나치게 "그럴듯"해서, 비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좋지않은 소감들을 말할 수도 있는 내용이 많긴 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하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건, 하루키가 만들어낸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다 사랑스럽다는 거... 이 책의 주인공 덴고... 내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아오마메 역시 그렇긴 하나, 하루키님은 여자를 잘 모르는듯 해서ㅜ 처음엔 그 행동들이 민망스럽기도 하지만...

하루키 소설을 한번 도 읽지 않았다면(특히 그의 초기 작품들),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를 사랑하는 나와같은 독자라면

추천****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은, 설명을 해줘도 모르는거야" [1Q8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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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 마지막 말은 저한테 하는 말 같군요. 하루키의 매력을 누가 설명해줘도 모르겠더라고요. -_-;; 그냥 나와 맞지 않나보다 하고 있어요. ^^;
워낙 유명하고 인기도 많아서 읽어보려 했는데.. ㅠ.ㅠ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는 소설이지요. 저도 가끔은 읽다가 덮어버릴까 ㅋ 하는 순간이 있지요 하하. 그만큼 딴 세계 사람들 딴 세계 이야기들 같아서 잘 흡수되지가 않을 때가 많아요.

1Q84군요! 부끄럽게도 하루키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멈춰있네요! 저는 하루키빠까지는 아니지만, 기묘함에는 공감합니다!^^

해변의 카프카... 내용도 생각이 안난다는ㅜ 제가 책리뷰를 쓰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기억하기 위해서였어여. 하루키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기묘해요 진심으로 기억이 안난다는 ㅋㅋ

굉장히 재미있게 본 소설입니다.... 저도 두께에 맨처음에 뜨악하긴 했지만.... 빠져들다 본 생각보다는 빨리 읽어내었어요./ 2주 걸렸네요..... ㅎㅎㅎ 이야기를 풀어내고 소재를 잡는면이 독특한 면이 있는것 같습니다.

맞아요. 그래서 한 번 빠지면 멈출 수가 없다는... 지금도 기사단장죽이기 읽고닜는데 한숨 쉬면서 읽어요. 뭐야~ 뭐야 이게~~~ 그러다가도 설득이 되는 지점이 있어요 ㅎㅎ

역시 책 리뷰는 북키퍼님이 짱! ㅎㅎㅎ 저도 하루키 좋아해요. 최근 작품들을 못 읽어서 그렇지 하루키 책 들고 있음 아~ 내가 살아 있음이 기쁘지요 ㅎㅎㅎ 기묘함속에 빠진 희열이랄까!

하하 그거 어디가서 소문 좀 내주세요~ 언제나 응원해주시는 에너자이저 님 감사해요^^

책을 읽고 나서의 쾌감을 느낄 수가 있네요~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은, 설명을 해줘도 모르는거야" 라는 말은
정말 맘에 드는 구절이군요 ^^

책이 끝나도 계속 맴도는 구절

예전에 곧잘 하루키 책 보려고 노력했는었는데 저랑은 너무 안 맞더라고요. ㅠ
이 책도 1권만 보고 포기했었거든요. 그래도 요즘에는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조금씩 하루키에게 다가가고 있는 중이랍니다.
언젠가 이 책도 다시 볼 날이 있을 거 같아요. ㅎㅎ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이해해요~~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작가라서요. 나이가 들더니 작가가 자꾸 산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요 ㅋ

하루끼...저도 좋아합니다

그렇군요~ 반갑습니다^^

하루키 소설 좋아하지만 이 책은 아직 읽지 않았는데 북키퍼님 리뷰보고 나니깐 살짝 변태력이 발동하면서 도전 욕구가 생기네요!(변태성욕의 그 변태력은 아니예요;;;) 그리고 너무나 기묘해서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는 부분 완전 동의해요!!!ㅎㅎㅎㅎ한마디로 너무 잘표현해 주신거 같아서 반가웠어요~^^

변태력이 발동해야지 읽을 수 있어요 하루키 소설은. 안그럼 변태같아서 못읽는다는 ㅋㅋ

기묘함이라...기묘함에 설득 당하시고 생생하고 적확한 묘사는 또 어떤건지 너무 궁금하군요. 이름을 기억했다가 꼭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기묘함... 그말 아니고는 찾기힘든 하루키의 세계... 다가서기 힘든 소설이나 한번 빠지면 못 헤어나오는 하루키의 마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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