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나의 지난 여행 이야기(제주도)

in #kr-travel7 years ago

여행 관련된 포스팅을 많이 보다가 문득 나의 옛날 여행을 떠올리게 되었다.
난 여행을 많이 다닌 편은 아니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여행은 몇몇이 있다.
해외도 몇 번 가보았고, 좋은 사람들과도 여행을 좀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20대 중반 때 혼자 떠났던 제주도였다.

(ㅎㄷㄷ 벌써 10년 전이라니...)

무슨 계획을 세우고 떠났던 것도 아니었고,
대단한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했던 여름의 어느 날

'제주도를 가고 싶다.'
'제주도를 자전거로 달리고 싶다.'

는 생각을 하였고 그 다음날 새벽 바로 제주도로 향했다.
부모님은 내가 제주도를 가는 줄도 모르고
"일찍일찍 들어오고, 밥 잘 챙겨먹고..."
라고 하시면서 날 배웅하셨다.

007.jpg
<배 위에서 찍은 남해 바다 위 햇빛>

완도까지 약 5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3시간 가량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갔다.
제주에 대한 간단한 정보도 없이, 지도도 없이, 자전거도 없이...
그렇게 걸어서 제주시내로 갔고 하룻밤을 묵었다.

010.jpg
<제주에서의 첫째 날 석양>

다음날 아침 다시 발걸음을 옮겨 자전거를 대여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식했던 것이
자전거를 어디서 빌리는지도,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건물 많은 곳으로 걸어다녔다. 여행을 온건지 맨땅에 헤딩을 한건지...
그 당시에도 계획 없이 왔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어이가 없긴 했는데
'인생도 계획 없이 시작했는데, 여행도 한번쯤은 계획없이 시작해보는 것도 괜찮아, 뭐 어때?' 라고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 같다.

012.jpg
<제주 해안도로에서 하이킹 시작 >

그렇게 시작한 제주도의 하이킹은 내게 낭만을 선물했지만
뜨거운 햇살까지 선물해주어서 고생을 좀 했다.
난 피부가 굉장히 하얀 편인데 이 때는 정말 시커멓게 변했었다. 얼굴도 까맣게 타고 다리는 완전 불에 구운 듯이...

022.jpg
<발갛게 익어가고 있는 나의 다리>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면서 낭만에 빠지기 보다는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나의 이 도전이 웃기기도 했고 조금은 대견하기도 했고...
그렇게 웃음이 날 때쯤이면 너무 덥거나 오르막길이 짜잔! 하고 나타나서
웃음을 사라지게 해주었다.

037.jpg
<몸은 덥지만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었던 천제연폭포>

060.jpg
<관광지보다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던 섭지코지>

그렇게 3박 4일간의 자전거 여행을 끝내고 자전거를 반납하고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했다.
이 아름다운 제주도를 자전거로 직접 돌아보았다는 후련함과
좀더 꼼꼼히 살펴보고 구석구석 다녀볼걸 이라는 아쉬움.

이 제주도 여행이 내게 가르쳐주었던 것은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일은 일단 시작하라는 것이었다.

시작하고 나서 '아! 괜히 했다'는 후회를 하는 것과
결국 하지 않고 나서 '아! 해볼걸' 이라는 후회를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비록 지금도 선택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하고싶은 일이 있어도 우물쭈물 망설이기도 하지만
이때의 경험은 그 망설임을 조금은 줄여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고생한 만큼이나 기억에 많이 남는 제주도 여행이었다.
오늘 이렇게 스티밋 포스팅을 위해 옛 여행 사진을 살펴보니
감회가 새롭고, 이 때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Sort: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여행은 종종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 같아요.
진솔한 글 잘읽었습니다. 팔로우누르고갈게요

감사합니다.
^^ 민후님도 여행기를 쓰시던제 관심있게 보겠습니다. 자주 소통해요

스스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여행을 자주 가야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

20대에 정말 멋진 여행을 하셨네요.
혼자 다니시면서 아마 인생에 대한 좋은 생각을 많이 하셨을듯...^^

네 인생에 대해서 여러 생각을 하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
이래서 여행은 자주 가야하나봐요 ㅎㅎ

스스로의 욕구로 시작한 일은, 성패와 상관없이 좋은 결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기대에 못 미쳤다면 중간과정을 점검하여 개선할 수 있고,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왔다면 자기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거죠.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스스로의 욕구로 시작할 일들을 더욱 찾아야겠네요 ^^

하늘이 참 파랗고 투명하네요. 상쾌한 마음에 오늘 하루도 좀 더 즐겁게 지낼 수 있는 기분입니다. 편안한 글 잘 읽었습니다.

편안하다고 평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때가 매우 더운 날씨였는데 파란 하늘은 엄청 시원하게 보이더라구요 ^^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일은 일단 시작하라는 것

깊은 공감합니다.
그때 할껄이라고 후회할때는 이미 늦었으니깐요.
계획하지 않고 갔던 제주도에서 크게 느끼는바가 많았을거 같아요 ^^
좋은글 감사합니다. ^^

흠님 깊은 공감 감사드립니다 ^^ 흠님 말씀대로 많은 것을 크게 느낀 여행이었습니다 ㅎㅎㅎ

이벤트당청되셔서 보팅하구가요 ㅎㅎㅎㅎ

효리님 감사합니다 ^^

앗. 저도 10년전에 20대 중반이었는데 ㅋㅋㅋㅋㅋ 방금 이벤트 댓글 보고 감동 받았어요. 당첨 안돼도 realin 님께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네요. (하트) ㅋㅋㅋㅋㅋ

ㅎㅎㅎ 이벤트 꼭 당첨됐으면 좋겠네요 살룬님 늘 좋은 포스팅과 활약 기대할게요

와 하늘이 정말 파랗고 맑네요 ㅠㅠ 지금은 미세먼지때문에 저런날이 흔지는 않는데 10년전으로 돌아가고싶네요~20대의 청춘의 시절로^^

그렇죠 그 시절은 저 파란 하늘만큼이나 아름다운 청춘이었어요ㅎ 그립네요 ^^

Coin Marketplace

STEEM 0.22
TRX 0.20
JST 0.034
BTC 98713.95
ETH 3352.77
USDT 1.00
SBD 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