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산사 이야기) 화순 운주사 초입에서

in #kr-travel5 years ago (edited)

운주사 가는 길은 멀다. 한번 가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그래도 가는 길이 아름다워서 지루하지는 않다. 천태산 주변의 풍광은 다른 곳과 조금 다르다. 남도의 향취가 이렇구나 하고 느끼게 한다. 가는 길에 있는 조그만 마을들은 향수를 느끼게 한다. 마치 1970년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도 있다. 언제 다시 와서 사진을 찍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들게 만든다.

운주사에 들어섰다. 지금의 운주사는 새로 지은 절이다. 과거의 절은 폐사가 되었다. 예전의 절터는 지금 절입구에 들어가는 곳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논이 되어 버렸다. 발굴작업도 한 모양인데 절터만 확인했고 특이한 유물은 찾지 못한 모양이었다.

운주사는 천불천탑으로 유명한 곳이다.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탑이 있다는 이야기다. 원래 천불천탑은 운주사 뒷편에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다. 지금의 운주사는 불상과 탑의 뒷편지역에 자리하고 있다. 마치 절집을 불상과 탑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과거의 운주사가 지니는 맛과는 상당히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운주사는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탑과 석불들도 모두 계곡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과거에는 천개의 불상과 천개의 석탑이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석탑이 21기 불상이 93개 정도 있다고 한다. 운주사 일주문을 지나서 조금 걸으면 금방 어! 뭔가 다른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탑이 매우 높고 크게 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이제껏 우리가 흔히 보던 석탑과 조금 다르다. 9층석탑인데 균형이 뭔가 다르다. 좀 길쭉하고 마치 휘어질 것 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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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느낌을 가지고 조금 더 가다 보면 계곡사이의 넓은 터 왼쪽에 불상들이 여럿이 놓여 있다. 가서 보면 어라!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까지 우리가 흔히 보아왔던 그런 엄숙하고 자비로운 신성을 지닌 불상이 아니다. 마치 아무렇게나 깍아 놓은 듯 하고, 석공이 장난을 친 것 같기도 한 불상들이 있다. 자세도 이상하다. 누워있는 불상의 형상이 마치 힌두교의 어떤 상과 같은 느낌이 들게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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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한 것은 그 얼굴이다. 원래 어떤 조각이든 제일 중요한 부분은 얼굴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거기에 놓인 불상의 얼굴들은 익살스럽게 생기기도 하고 장난을 친 것 같기도 한 느낌도 든다. 혹시 그당시 석공의 실험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하고 짐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매우 모던한 느낌도 들게 만든다. 간혹 옛날의 작품들을 보면서 지금의 미술작품에 못지않게 실험적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아마 그때 운주사에서 불탑과 석불을 조각했던 석공들도 그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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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로 보면 석공의 정신 세계가 아주 특별했을 거 같네요

선조님들의 기술은 놀랍네요

지금 것이 옛것보다 못한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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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불상인가요? 세월의 풍파에 많이 마모되었지만 인자한 표정이 고스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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