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문화유적: 시전동 선소와 군내 방답진선소

in #kr-travel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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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는 조선시대에 전라좌수영이 설치되어 있던 곳입니다. 전라좌수영은 호남지역의 바다를 제일 선봉에서 지키는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순신장군이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었던 것은 조선으로서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가 절단난 전쟁에서 전라좌수영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거북선이나 판옥선의 건조와 수리를 담당했던 ‘선소’가 다른 유적지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가을에는 낚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선소를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이번엔 아들이 함께한 여행이라 천천히 살펴보며 마음속에 뭐라도 남기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더 꼼꼼하게 둘러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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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방문한 곳은 시전동에 위치한 선소입니다. 좌수영의 주요시설이었던 ‘진남관’에 가까운 곳이며 여수에서 ‘선소’하면 바로 이곳을 말합니다. 바깥 바다에서는 보이지 않는 굴곡진 내만안쪽 깊숙한 곳에 이렇게 배를 건조하고 수리할 목적으로 원형의 공간을 만들어 이용했던거 같습니다.

물이 빠지면 땅이 드러나기 때문에 작업을 하기가 쉽고 물이 들어오면 배를 띄워서 바다로 내보내기 쉽도록 되어있습니다, 지형지물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받지 않는 장소에서 안전하게 제조와 수리를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현재의 선소는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을 뿐 체계적인 유적지로 복원하지 못했다고 쉽게 평가절하하는 글을 가끔 보게됩니다. 물론 아쉬움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경주 불국사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어딜 가나 느끼게 되는 그런 씁쓸함입니다. 수학여행으로 경주 불국사를 방문했을 때의 느낌과 성인이 되어 부여에 있는 ‘정림사지 석탑’을 대했을 때의 그 충격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여성미가 풍기는 불국사의 유물들에 비해 웅장한 ‘정림사지석탑’은 결코 뒤지지 않을 뿐 아니라 우리민족이 기상이 느껴지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교과서를 통해 알고 있었던 사진속의 정림사지탑은 초라한 것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잠깐 옆길로 빠졌습니다. 시전동의 선소에 대한 저의 마지막 기억은 81년으로 거슬러갑니다. 당시에 그 주변은 한쪽에는 논밭이, 한쪽에는 이제 막 저층 빌라가 들어서고 여기 저기 땅을 파는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선소는 그저 이름만 있었지요. 지역 주민들에게 '선소'는 해안가를 따라 바위에 붙어있는, 굴을 따고 고동과 소라를 잡으러 가는 그저 이름이 ‘선소’인 바닷가였을 뿐입니다. 이순신장군의 위업은 온 국민의 가슴에 남았지만 그가 활약했던 주요 활동장소와 시설을 복원하는 일에 당시까지의 독재정권은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물론 민주정부가 들어선 후에도 이충무공 유적지를 복원하는 사업은 지지부진 하며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5천년의 역사가 얼마나 많은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까? 상상만 해도 뿌듯한 일이고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요. 그러나 우리는 그 가능성을 전부 묻어버리곤 ‘여행수지적자’타령을 늘어놓으며 해외관광을 비난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는 선박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직 선소의 위치와 그 시설에 대해서만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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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묶는데 사용했다는 석주가 서 있습니다.
'계선주'라는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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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이것이 있다는 것은 이 넓은 공간이 전부 사용되었다는 뜻인데 이곳조차도 외부바다에서는 쉽게 들여 다 볼 수 없습니다. 지형이 만들어준 이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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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검정'이라는 현판이 붙어있습니다.

칼에 묻은 피를 씻던 곳일까요? 아니면,
전장에 나가기전에 마음을 씻은 곳일까요?

서울에 있는 치욕의 '세검정'과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갖고 있을 것입니다.

선소입구에는 주차장이 넓게 준비되어 있고 한시간은 무료입니다.
한시간 정도면 쉬엄쉬엄 살펴 볼 수 있으니 편합니다. 주변은 아직도 정비가 끝나지 않은거 같고 시간이 지나면 좀더 정돈된 느낌을 가질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선소옆 산중턱에 만들어진 해안 산책로를 따라 언덕을 넘어가면 웅천지구가 나옵니다. 그곳은 바닷가를 따라 캠핑을 할 수 있도록 데크도 준비되어 있으니 기회가 되면 캠핑을 즐겨보시길 빕니다.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수시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잘 활용해서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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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인 군내방답진 선소는 돌산에 위치해 있습니다. 무슬목에서 오른쪽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평사를 지나 군내마을 인근 도로에 ‘방답진선소’라는 안내판이 나옵니다. 좁은 골목을 따라 들어가서 편한곳에 차를 세우고 둘러본다. 아마도 차를 세운곳에서 선소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물론 시전동보다는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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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 바깥바다를 바라볼 때는 개방감이 있지만 앞에 있는 섬과 지형 때문에 바깥바다에서는 선소를 발견하기 힘들었겠지만요. 이곳은 표지판만 있을 뿐 관광지로 조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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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마을사람들이 작은 배를 묶어 놓았을 뿐입니다. 정자와 수 백년된 보호수가 둘레에 있지만 그 또한 시골마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정자이고 나무일 뿐입니다. 약간의 아쉬움을 갖고 선소를 둘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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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이곳을 찾았을때는 썰물이라 바닥이 드러나 있었는데 이번엔 물이 차있습니다.

찬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에서 믹스커피를 한잔 타서 마시며 바다를 바라봤습니다.전란의 와중에 이곳에서 생활하며 병선을 만들고 수리했을 조상님들의 불안과 의지가 전해지는 거 같았습니다.

아쉬움은 언제나 남네요.
시전동소재 선소는 현재보다 좀 크게 확장해서 복원하고 실물크기의 거북선을 그곳에 배치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뜬금없는 육지위 이곳저곳에 거북선을 비치해놨습니다. 크기도 꽤 크지요.
그렇다면 그 거북선을 만들었던 선소에도 당연히 실물크기의 거북선을 배치해야 겠지요.
살아있는 콘텐츠가 되는 것인데요.
조금더 신경써서 유적지를 관리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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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흘리지만 하늘이 훤히 보이니 멋있습니다 ㅠㅠ

말로만 듣던곳을 사진으로 보니까 신기하네요~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D

과연 저곳이 전란의 격변지였는가 싶을만큼 차분한 광경들입니다. 잘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아드님과 즐거운 여행기 가득 되십시오~^^

왠지 스산한 느낌이 들어요~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썼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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