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나를 찾아서 - 후쿠오카, 유후인 #3

in #kr-travel3 years ago (edited)

여행 셋째날 드디어 유후인을 들어간다.

일어나서 짐을 챙기고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하카타역으로 걸어갔다. 다행히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아서 쨍한 하늘을 느끼며 걸어가는데 평일이라 길도 한가하다. 역시 남들 다 일할 때 노는게 진짜 재미다.ㅋㅋ

기차는 유후인으로 출발한다. 기차 밖 풍경을 보며 미리 구입한 도시락을 먹다보니 2시간이 금방이다.



유후인으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하카타 역에서


기차역에서 구입한 도시락


유후인에 도착했을 때는 체크인 시간이 두시간 정도 남은터라 숙소에 들러 트렁크만 맡겨놓고 근처 상점가를 돌아봤다.



창가에 전시한 고양이 인형들이 귀엽다


B-speak의 롤케잌


아기자기한 기념품이나 소품들을 파는 곳,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내공있어 보이는 맛집들이 많다. 동네 자체가 그리 크지않아 구경하면서 천천히 다녀도 두세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는데 얼추 둘러본 나는 날이 너무 더워서 오는길에 예약한 맛있다는 롤케잌을 찾아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했다.

일본하면 생각나는 것이 워낙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온천, 특히나 일본의 전통 숙박시설인 료칸에 묵으면서 겨울이면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김이 올라오는 노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는 모습이 많이 연상될 것인데 내가 간 때는 6월 중순, 딱 이맘때 였다. 고로 날씨는 덥고 일본은 더 더웠다. 아마도 온천의 최대 비수기가 이때이지 않을까 싶은데 덕분에 나는 꽤 괜찮은 료칸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료칸 내부의 정원


창밖으로 흔들리는 나뭇잎의 그림자가 운치있다


방 안에서 내다본 풍경



지금보다 어릴 적 나에게 여행은 약간 숙제같은 느낌이었다. 일행들이 좋아할만한 곳이나 먹을만한 곳을 찾다보니 그닥 내키지 않아도 일정에 넣고 피곤해도 내색하지 않고 함께했다.

물론 그 나름도 의미가 있고 즐거웠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함께 하면서 얻는 기쁨은 각자의 경험을 말로만 공유하는 것과는 꽤나 다른 것이니까.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내키지 않는 맛집을 가서 줄을 설 필요도 없고, 하고 싶으면 온천을 몇시간이고 들락날락 할 수 있고, 무엇보다 원하는 만큼 침묵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갑작스럽게 떠나느라 혼자 하게 된 것인데 난 그 묘미를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료칸에서 준비해둔 유카타를 시원하게 입고(가운처럼 둘러서 끈으로 묶는 형식이라 입고 벗기가 쉽다.) 야외에 마련된 단독탕에 물을 받았다. 물이 받아지는 동안 녹차를 한잔 마시고 쉬다가 시원한 맥주 한캔과 간단한 안주를 들고 탕에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그고 앉아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잔은 혼자 다녀서 느낄수 있는 약간의 심심함과 뻘줌함을 다 상쇄시키고도 남음이 있는 훌륭한 상이었다.

한바탕 온천을 즐긴 후 더위가 한풀 꺾이자 저녁 산책을 나갔다. 말이 저녁이지 해가 길어져서 밖은 아직 환했고 사람들은 들어간 시간이라 한적한 시골길을 걸어 킨린 호수를 둘러보았다.



킨린 호수, 둘레를 한바퀴 돌아 산책을 할 수 있다


산책을 마치고 간단히 장을 봐와서 저녁식사를 했다. 신기하게도 료칸에서 일하는 직원이 한국 청년이었는데 반갑다며 저녁에 퇴근하면 괜찮은 맥주집을 안내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혼자인 저녁을 택했다. 슈퍼에서 사온 회와 간단한 안주들이라 딱히 맛있진 않았지만 나에겐 집에서의 혼술과는 또 다르게 무척이나 근사한 시간이었다.

낮에 아무리 더워서 땀을 한바가지 흘렸더라도 시골의 밤은 서늘했다. 밤이 깊어지고 다시 노천탕에 들어앉아 하늘을 보았다. 하늘을 덮고있는 수많은 별과 개구리 울음소리를 들으며 오래도록 앉아 그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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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감사합니다^^

유후인 가족끼리 놀러가려고 몇 달 전에 좀 알아봤던 적이 있어요. 도시락, 맥주, 호수, 창밖 풍경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네요. 완벽하다는 표현을 붙여도 좋을 것 같아요.

아아닛~이런 찬사를!! 감사합니다^^
제가 있던 방 옆이 료칸에 따로 마련된 대욕탕이었는데 가족들끼리 놀러와서 어린아이까지 조잘조잘 얘기하는 소리도 듣기 좋더라구요. 기차여행까지 함께 하실 수 있으니 가족여행으로도 좋으실거에요~^^

예 내년 6월 비수기를 노려봐야겠어요

@miniestate님 안녕하세요. 겨울이 입니다. @travelwalker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도시락이 저렇게 이뿌면 어떻게 먹나요!! 유후인 갔을때 너무더워서 구경못하고 커피숍에 박혀있었네요 ㅜㅠ 다시가봐야겠어요~

도시락 젤 왼쪽 윗칸에 검은 병 보이시나요? 저게 간장이었다는....ㅋㅋㅋㅋ 저는 잘 몰라서 종류가 많고 비싼 도시락을 샀지만 맛으로는 반찬 수가 더 적은 도시락이 더 낫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이뻐도 먹을건 먹습니다!!ㅋㅋㅋ

저도 더워서 우산 겸용 양산쓰고 돌아다녔는데 다음번엔 아침이나 초저녁때 산책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생각보다 더 좋았습니다.^^

다음에 다시가볼여행지로~ 끄적끄적해놓겠습니다.~~ㅋ

저도 후쿠오카 갔다왔는데 시간이 없어서 유후인을 못보고 왔어요 ㅠ.ㅠ!
나중에 온천여행으로 유후인만 가보려구요!!!
온천하면서 맥주...!! 으헝 완전 부럽네영

저도 그때의 제가 부럽습니다.ㅋㅋㅋㅋ 혼자라 놀다가 온천하고 쉬다가 온천하고...
지민님도 꼭 한번 해보세요. 적극 추천!!^^

유후인... 좋네요. 비스피크 롤케익은 정말 대단한 맛이죠 ㅎㅎ
킨린코 가는길에 금상고로케도 먹을만 한데요.ㅋ
료칸의 정취를 제대로 즐기신것 같습니다. 아... 온천가고싶네요 ^^

롤케잌~~~다시 먹고싶습니다. 그리고 맥주도요!!ㅋㅋㅋ같은 것을 먹어도 여기서는 그맛이 안나더라구요. 여행의 정취라는게 그런건가 봅니다.
국내 온천도 좋다던데 알아봐서 다녀올까 싶어요.

트워님의 스케일이 다른 미국 여행기도 잘 보고있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해요~^^

일본을, 특히 혼자서 여행하셨다니 대단하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혼자여서 더 좋았던것 같아요.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맥주와 항상 함께 하는 기분?ㅋㅋ 열차 타면 에키벤이죠!
료칸이름은 뭔가요?ㅎ

맥주 사진만 따로 찍어서 안들어간것도 있는데 어떻게 아시고...ㅋㅋ 제가 묵었던 료칸 이름은 노기쿠 입니다. 역에서 걸어서 10~15분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구요. 다른 곳에 가지를 않아서 비교는 할수 없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열차 도시락에서부터 역시 먹거리의 갓본!이다 싶습니다ㅋㅋ
지금같은 시기에 료칸이면 확실히 괜찮은 전략이군요.

도시락은 기본이죠!!ㅋㅋ
제가 틈새를 잘 노린것 같습니다. 날이 더워도 시골이라 저녁은 좀 쌀쌀해서 온천하는 운치가 있어요. ^^

기차역에서 산 도시락... 비쥬얼이... 장난아닌데요

그렇죠?ㅋㅋ 도시락 전문점이 있는데 파는 종류가 30가지도 넘는거 같아요. 도시락도 도시락인데 하카다 역에 가시면 꼭 크로아상 파는곳을 가세요!! 진짜 맛나답니다.

오 꿀팁이네요! 크라아상 파는 곳으로! ㅎㅎ

조금만 일찍 올 걸, 페이아웃이 지나 속상합니다. 그래도 보팅은 누르고 가요. @miniestate님 글을 왜 못 보고 지나쳤을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팔로우가 안돼있더라고요. (흑흑) 앞으로 자주 와서 읽겠습니다.

도시락이 참 맛있어 보여요. 유후인을 갔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 롤케잌을 먹었던 것도 같고요.

저는 웬만하면 여행을 무조건 혼자 간답니다. 타인과 함께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해서요. 글을 보니 혼자 하는 여행을 맘껏 즐기신 것 같군요. 이제 일본은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도, 킨린호수를 보니 마음이 동하네요. 이른 아침 한 바퀴 돌고 싶은 그런 풍경입니다.

ㅋㅋㅋ나루님도 저랑 비슷하신데가 있네요..다니느라 눈이 멀어 정확한 지명을 기억 못해요. 그래서 내가 거길 간건지 안간건지 구체적인걸 보지않으면 잘 모르겠다는...ㅋㅋㅋㅋ

킨린호수 아침 안개가 자욱하니 꽤 운치있어요. 말씀하신대로 이른 아침 한바퀴 돌면 좋을만한 곳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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