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프로젝트] - 국제미아 될뻔한 SSul (해외에서의 추억)

in #kr-travel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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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캣팜 입니다.

이 글은 @stylegold 님의 오마주 프로젝트 에 의해 재 탄생한 글입니다.

원문인 [해외에서의 추억]국제미아 될뻔한 SSul 에서 요약, 발췌한 글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언저리..

제가 중3이 되기 전 겨울방학이었죠. (쉽게 말해 중2 겨울방학입니다. ㅋㅋㅋ) 친구와 함께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었습니다. 말이 어학연수지, 오랜 기간동안 배우는 것도 아니고 방학 남짓, 잠깐 호주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 때는 나름 영어교육에 박차를 가하던 때였죠. 후훗

프로그램 기간 동안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호스트 분들이 굉장히 친절했었어요. 호주가 참 공기도 좋고, 홈스테이도 만족스럽고 모든 것이 행복하던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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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외국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이 운동장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달려오던 차와 충돌(?) 해서 공이 터져버렸습니다. 다행히 공이 좀 오래된 공이라 공만 터지고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어른들이 와서 막 영어로 블라블라 뭐라뭐라 하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빠른 영어는 처음 들어봤어요.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자꾸 언성은 높아지지,,, 언뜻 듣기에 Where, Where 이 나오길래 어디 사는건지 묻는건가 싶어서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드렸어요.

집 주소를 못 외워서 주소가 프린트된 종이를 가지고 다녔었거든요. 진짜 그 당시엔 너무 무섭고 아무도 내 편은 없는거 같고.. 우씽 ㅠ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되고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데리고 가고 저랑 제 친구랑 둘만 운동장에 남아있는데, 참 뭔가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하아,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며 이제 멘탈 잡고 집으로 가자고 생각한 순간.

아뿔싸 !!!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아까 줘버리고 안 돌려 받은 겁니다!!

지번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너무 당황하니까 오히려 아무 기억도 안나더라구요.
휴대폰도 없지, 돈도 없지... 그냥 노답.
친구랑 운동장에 털썩 주저앉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버스 번호가 대충 기억이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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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pixabay.com

정류장으로 뛰어가서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습니다.

우리가 아는 방향이 아닌 거에요. 그래서 2~3 정거장 간 뒤에 내렸습니다.
시작부터 꼬이는 게 느껴지죠??

자, 두 번 실수는 없다!! ☝
이제는 물어보고 타자!! 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 기사 : 아시아인? 어디로 가니 ??
나 : 음... 이 쪽 방면으로 가요.
(주소를 모르니까 방향만 대충 가리킴 ㅠㅠㅠ)
버스 기사 : 응, 내려 ~

... ???
제가 대사를 순화해서 그렇지.
기사님 울그락불그락. 버럭버럭 👿👿
뭐, 버스 기사님 입장에서야 저희가 좀 답답했겠지만... 그래도 ㅠ
꼬맹이 둘이서 버스타겠다는데 너무 매몰차게 문을 닫아버리시더라구요.


아침에 나왔는데, 날은 벌써 저물어가고.
차선책은,

걸어가보자!!!

지금 생각해보면, 길도 잘 모르는 꼬맹이 둘이서는 당연히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였어요. 어쨌든 방법이 없으니까 걸어가고 있었는데...

근데 이건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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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외국인 무리가 저희 앞으로 오더니,
니하오 니하오? 거리면서 자기들끼리 장난치더라구요.
... 인종 차별을 하는 친구들을 하필 또 만난거죠.

그때 당시에는 지금보다도차별이 좀 심했었고,한국인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배우던 호주 학교에서는 삼성이 일본 회산줄 알더라구요 ㅡ,.ㅡ, 수업시간 때 열렬히 ‘삼성은 한국꺼라고~!!!!!’ 를 외쳤죠.)

무튼, 그 나쁜 친구들은 계속해서 니하오 니하오를 연발하면서 저희를 따라오며, 자꾸 레슬링을 하자고 하더군요. 만약, 이때 홧김에 다투기라도 했으면 더 큰 일이 났을거에요.
사실, 쫄아서 다툴 리도 없었지만 ㅋㅋ

하아...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서글퍼지는게,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냥

Sorry, I'm Sorry

라고 했습니다... 말하면서 또 서글퍼지네요 ㅋㅋㅋㅋ 그 때는 힘이 없었습니다. 끄어어어

나쁜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저희를 지나쳐갔고, 저희는 그 자리에 그냥 털썩 주저앉았죠. 그 당시엔 진짜 뭐 어떻게 할 방법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정말 하늘이 노래지고 눈물이 핑 돌고. 진짜 이대로 죽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중2가 겪기엔 상황이 심각했죠.


이제 시간은 저녁도 지나서 밤이 되었습니다.
이땐 이미 울고 있었어요. ㅋㅋㅋ

거의 뭐 신생아처럼 울고 있었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아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최악의 경우, 이대로 내일 아침까지 밤을 새려고 생각했거든요. 그나마, 학교가 제일 안전할 거란 생각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저희 쪽으로 걸어 오는 게 보이는데..

우리 집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저희가 너무 안 들어오니까 주위 다 둘러보시고 학교까지 찾아오신 거였어요.
아주머니, 아저씨 보자마자 또 한 번의

Sorry, Sorry.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빠져 버려 baby

진짜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다리에 힘도 풀리고.. 이 날 하룻동안 몇 번을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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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만큼 다 울었다 생각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저희를 끌어안고 해주신 말씀이 메마른 눈물샘까지 쥐어짜내주더군요.

It's Okay, Good boy~.

하루 종일 사고치고, 무시받고 천둥벌거숭이로 다니면서, 서러움이 극에 달하다가 처음으로 ‘착한 아이’ 라는 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던지...

무튼, 저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종이가 아닌 주소를 적은 명찰을 받아 목에 걸고 다니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외우면 됐을 거 같은데...
나 좀 바본가 ??
남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도, 그 때의 서글픈 마음과 서러움과 곤란함이 느껴지네요.

이 자리를 빌어, 우리 홈스테이 식구(특히 부모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한국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Fin.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다음주에 저는 유럽여행을 하러간답니다 ~ ^^ 이번 여행에서는 국제미아가 되지 않도록 준비 단단히하고 여행 잘 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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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 정말 고생하셨어요 진짜 엄청 서럽고 무서웠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진짜 겁에 질려있었죠 ㅠ 지금이야 추억이지만..ㅎㅎ

생각만해도... 끔찍한 기억이네요. 다행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지 큰일날뻔했네요. 그 시절 기억을 이렇게 소환해서 볼수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럽도 즐겁게ㅋㅋ

넵 ㅎㅎ 오마주프로젝트덕에 예전글들도 다시 살펴볼수있어 너무 좋아요 ~ 감사합니다 !^^

유학갔다온 사람으로서... 너무 공감됩니다 ㅠ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 코리아님 포스팅으로도 인사드렸는데 유쓰 큐레이터가 되심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함께 성장해나가길 다시 한번 응원할게요 ^^

어린 나이에 많이 무서우셨을 텐데 잘 해결하셨네요.
버스기사가 아이라고 아시아인이라고 부른건가요.. 읽는데 딱 눈에 들어오는 군요 흠

넵 ㅠ ㅠ 그 말만 잘 들리더라구요. 워낙 많이 들은 질문이라.. ㅎㄷㄷ

나쁘군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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