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주 프로젝트] - 국제미아 될뻔한 SSul (해외에서의 추억)
안녕하세요. 캣팜 입니다.
이 글은 @stylegold 님의 오마주 프로젝트 에 의해 재 탄생한 글입니다.
원문인 [해외에서의 추억]국제미아 될뻔한 SSul 에서 요약, 발췌한 글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0년 언저리..
제가 중3이 되기 전 겨울방학이었죠. (쉽게 말해 중2 겨울방학입니다. ㅋㅋㅋ) 친구와 함께 호주에 어학연수를 갔었습니다. 말이 어학연수지, 오랜 기간동안 배우는 것도 아니고 방학 남짓, 잠깐 호주에 있는 초등학교를 다니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이 때는 나름 영어교육에 박차를 가하던 때였죠. 후훗
프로그램 기간 동안 홈스테이를 하면서 지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호스트 분들이 굉장히 친절했었어요. 호주가 참 공기도 좋고, 홈스테이도 만족스럽고 모든 것이 행복하던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출처 : pixabay.com
외국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다가 공이 운동장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달려오던 차와 충돌(?) 해서 공이 터져버렸습니다. 다행히 공이 좀 오래된 공이라 공만 터지고 아무런 일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어른들이 와서 막 영어로 블라블라 뭐라뭐라 하는데 태어나서 그렇게 빠른 영어는 처음 들어봤어요. 알아듣지도 못하겠는데 자꾸 언성은 높아지지,,, 언뜻 듣기에 Where, Where 이 나오길래 어디 사는건지 묻는건가 싶어서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드렸어요.
집 주소를 못 외워서 주소가 프린트된 종이를 가지고 다녔었거든요. 진짜 그 당시엔 너무 무섭고 아무도 내 편은 없는거 같고.. 우씽 ㅠ
상황이 어느 정도 종료되고 친구들은 부모님들이 오셔서 데리고 가고 저랑 제 친구랑 둘만 운동장에 남아있는데, 참 뭔가 기분이 씁쓸하더군요.
하아,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며 이제 멘탈 잡고 집으로 가자고 생각한 순간.
아뿔싸 !!!
집 주소가 적힌 종이를 아까 줘버리고 안 돌려 받은 겁니다!!
지번도 기억이 하나도 안 나고 너무 당황하니까 오히려 아무 기억도 안나더라구요.
휴대폰도 없지, 돈도 없지... 그냥 노답.
친구랑 운동장에 털썩 주저앉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문득 버스 번호가 대충 기억이 났어요.
출처 : pixabay.com
정류장으로 뛰어가서 버스를 탔는데...
잘못 탔습니다.
우리가 아는 방향이 아닌 거에요. 그래서 2~3 정거장 간 뒤에 내렸습니다.
시작부터 꼬이는 게 느껴지죠??
자, 두 번 실수는 없다!! ☝
이제는 물어보고 타자!! 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버스에 올랐는데,
버스 기사 : 아시아인? 어디로 가니 ??
나 : 음... 이 쪽 방면으로 가요.
(주소를 모르니까 방향만 대충 가리킴 ㅠㅠㅠ)
버스 기사 : 응, 내려 ~
... ???
제가 대사를 순화해서 그렇지.
기사님 울그락불그락. 버럭버럭 👿👿
뭐, 버스 기사님 입장에서야 저희가 좀 답답했겠지만... 그래도 ㅠ
꼬맹이 둘이서 버스타겠다는데 너무 매몰차게 문을 닫아버리시더라구요.
아침에 나왔는데, 날은 벌써 저물어가고.
차선책은,
걸어가보자!!!
지금 생각해보면, 길도 잘 모르는 꼬맹이 둘이서는 당연히 걸어서는 갈 수 없는 거리였어요. 어쨌든 방법이 없으니까 걸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외국인 무리가 저희 앞으로 오더니,
니하오 니하오?
거리면서 자기들끼리 장난치더라구요.... 인종 차별을 하는 친구들을 하필 또 만난거죠.
그때 당시에는 지금보다도차별이 좀 심했었고,한국인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제가 배우던 호주 학교에서는 삼성이 일본 회산줄 알더라구요 ㅡ,.ㅡ, 수업시간 때 열렬히 ‘삼성은 한국꺼라고~!!!!!’ 를 외쳤죠.)
무튼, 그 나쁜 친구들은 계속해서 니하오 니하오를 연발하면서 저희를 따라오며, 자꾸 레슬링을 하자고 하더군요. 만약, 이때 홧김에 다투기라도 했으면 더 큰 일이 났을거에요.
사실, 쫄아서 다툴 리도 없었지만 ㅋㅋ
하아... 지금 생각해봐도 진짜 서글퍼지는게,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냥
Sorry, I'm Sorry
라고 했습니다... 말하면서 또 서글퍼지네요 ㅋㅋㅋㅋ 그 때는 힘이 없었습니다. 끄어어어
나쁜 아이들은 자기네들끼리 낄낄거리면서 저희를 지나쳐갔고, 저희는 그 자리에 그냥 털썩 주저앉았죠. 그 당시엔 진짜 뭐 어떻게 할 방법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정말 하늘이 노래지고 눈물이 핑 돌고. 진짜 이대로 죽는 건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중2가 겪기엔 상황이 심각했죠.
이제 시간은 저녁도 지나서 밤이 되었습니다.
이땐 이미 울고 있었어요. ㅋㅋㅋ
거의 뭐 신생아처럼 울고 있었죠.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다시 학교로 돌아가 아는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최악의 경우, 이대로 내일 아침까지 밤을 새려고 생각했거든요. 그나마, 학교가 제일 안전할 거란 생각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저희 쪽으로 걸어 오는 게 보이는데..
우리 집 주인 아저씨랑 아주머니.
ㅠㅠㅠㅠㅠㅠㅠㅠ
저희가 너무 안 들어오니까 주위 다 둘러보시고 학교까지 찾아오신 거였어요.
아주머니, 아저씨 보자마자 또 한 번의
Sorry, Sorry.
내가 내가 내가 먼저 네게 빠져 버려 baby
진짜 온 몸에 긴장이 풀리고, 다리에 힘도 풀리고.. 이 날 하룻동안 몇 번을 주저앉았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울 만큼 다 울었다 생각했는데, 주인아주머니께서 저희를 끌어안고 해주신 말씀이 메마른 눈물샘까지 쥐어짜내주더군요.
It's Okay, Good boy~.
하루 종일 사고치고, 무시받고 천둥벌거숭이로 다니면서, 서러움이 극에 달하다가 처음으로 ‘착한 아이’ 라는 소리를 들으니. 어찌나 눈시울이 뜨거워지던지...
무튼, 저희는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종이가 아닌 주소를 적은 명찰
을 받아 목에 걸고 다니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외우면 됐을 거 같은데...
나 좀 바본가 ??
남은 기간 동안 안전하게 프로그램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포스팅을 하면서도, 그 때의 서글픈 마음과 서러움과 곤란함이 느껴지네요.
이 자리를 빌어, 우리 홈스테이 식구(특히 부모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덕분에, 이렇게 한국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
Fin.
[오마주]프로젝트로 재 발굴한 글입니다
다음주에 저는 유럽여행을 하러간답니다 ~ ^^ 이번 여행에서는 국제미아가 되지 않도록 준비 단단히하고 여행 잘 하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 ㅎㅎ
아고 정말 고생하셨어요 진짜 엄청 서럽고 무서웠을 것 같아요
당시에는 진짜 겁에 질려있었죠 ㅠ 지금이야 추억이지만..ㅎㅎ
생각만해도... 끔찍한 기억이네요. 다행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지 큰일날뻔했네요. 그 시절 기억을 이렇게 소환해서 볼수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럽도 즐겁게ㅋㅋ
넵 ㅎㅎ 오마주프로젝트덕에 예전글들도 다시 살펴볼수있어 너무 좋아요 ~ 감사합니다 !^^
유학갔다온 사람으로서... 너무 공감됩니다 ㅠ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 코리아님 포스팅으로도 인사드렸는데 유쓰 큐레이터가 되심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함께 성장해나가길 다시 한번 응원할게요 ^^
어린 나이에 많이 무서우셨을 텐데 잘 해결하셨네요.
버스기사가 아이라고 아시아인이라고 부른건가요.. 읽는데 딱 눈에 들어오는 군요 흠
넵 ㅠ ㅠ 그 말만 잘 들리더라구요. 워낙 많이 들은 질문이라.. ㅎㄷㄷ
나쁘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