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교토에 대한 단상

in #kr-travel6 years ago


3박4일간의 교토여행을 마쳤다.

눈과 귀, 피부와 영혼에 가득 담아낸 교토를 이곳에 탈탈 털어내보일 예정이기 때문에 당분간 '교토 블로그'가 되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원래 계획은 교토에 가서도 스팀잇에 글을 올리고 싶었으나, 체력의 한계로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 듯 하여 포기하고 다녀와서 폭풍 업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이 포스팅은 여행 프리뷰 정도가 될 듯하고, 교토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을 적어본다.



단정 또 단정


일본은 처음이라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복잡한 도쿄보다 조용하고 정갈하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깔끔하고 정갈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도시 전체가 그저 단정하다. 애초에 도시계획을 해서 만든다고 해도 이런 형태가 나오진 않을 것 같다. 길냥이를 만나지 못해 아쉬웠다. 길에 떨어진게 없어서 길냥이가 살아남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물론 내가 이런 곳을 찾아다닌 탓도 있겠지만, 번화한 거리나 백화점에서도 한 블럭만 안으로 들어오면 진짜 교토스러운 교토의 골목길을 만날 수 있다. 




눈에 보여지는 길가의 반듯한 모습만이 단정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택시기사님은 흰 장갑을 끼고 짐을 내려주고, 직원들은 소곤소곤 이야기를 한다.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기들만의 속도를 유지한다. 자전거는 일상이다. 아이를 태우고, 장을 보러가고, 잠시 내려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아무도 자전거를 묶어두지 않고,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다.




도시도 시골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


교토는 도시일까 시골일까.

수도는 아니기에 지방이긴 한데, 도시라고 하기엔 너무나 차분하고 시골이라고 하기엔 갖출 것은 다 갖췄다. 엄밀히 말하자면 도시가 맞을 것 같은데, 어떤 도시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이곳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결코 화려한 도시가 아니다. 쇼핑이라면 도쿄가 한수 위, 온천이라면 후쿠오카, 눈은 삿뽀로, 바다는 오키나와를 선택하는게 맞다. 오사카에서 한 시간이나 열차를 타고 들어와야만 만날 수 있는 교토는 '관광'을 위한 도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교토는 '살고 싶은' 도시가 아닌가 생각했다. 스팀잇에서 두어분 정도 디지털 노매드를 실현하며 다낭이나 푸켓 등에서 몇 달간 일하며 머무른 분들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난 교토에서 디지털 노매드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가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아침에 자전거 타고 나와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일 하다가 저녁엔 서점에 들려 책 한 권 사는 일상을 꿈꾼다면 너무 로망이겠지만,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 만큼은 내 자유지.

난 이 도시의 데시벨이 너무 좋다. 




뒷뜰 정원의 여유


카페와 갤러리, 각종 상점들은 열에 일곱쯤되는 비율로 뒷뜰 정원을 갖고 있었다. 정말 작은 가게 안에 정말 작은 정원이 숨어있다. 머무르기 위한 정원이 아닌, 바라보기 위한 공간은 한 평이 안되어도 충분하다. 도쿄는 워낙 공간이 모자라 이런 식의 정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선배의 설명.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니 무언가 숨겨져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언제부터 어떻게 생겨난 문화일까. 교토를 자세하게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딘가 교토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태도와 맞닿아 있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여행 중 인상적이었던 곳들을 한 곳씩 혹은 묶어서 자세히 포스팅할 예정이니 기대해주시길

:)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카 열차를 타고 교토가는 길의 영상은 볼 건 없지만 기록용으로 링크를 남겨본다. 기껏 카메라 가져가서 핸드폰으로 찍었다; bgm은 이번 여행 내내 들었던, Moses Sumney의 Pla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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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의 데시벨이 너무 좋다"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드네요. 10년 전에 여행했었는데도 참 낯이 익고 반가운 교토 거리입니다ㅎㅎ 왠지 지나갔던 것 같은 느낌이..^^ 오늘도 여행기 잘 보고 갑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제가 공간을 이야기할때 종종 쓰는 표현인데 좋아해주시니 감사하네요.ㅎㅎ옛모습을 많이 간직한걸보면 10년전도 이런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ㅎㅎ

마지막 동영상과 음악 좋네요!
단정한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

감사합니다 :)

관광지 보다는 이런 소소한 동네 골목골목이 좋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이런 소소함이나 원주민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을 체험하는 게 좋더군요^^

저도 복잡한 관광지보다 뒷골목을 좋아해요:)

교토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였는데....
이제 프롤로그라니 기대가 되네요. ㅎㅎ ^^

미리 가보시는데 도움이 되길..ㅎㅎ기대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정겨운 분위기인듯 해요 일본 저희는 도톤보리 시끌벌쩍한곳 갔었는데 이렇게 조용한것도 낭만있는듯해요

전 교토만 선택했는데, 오사카도 궁금하네요. 다음 기회에 가볼까하고있어요 ㅎㅎ

일본 동네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왠지 관광지 같지 않은 모습이 너무 좋네요.

네 관광지같지 않아요 다른 도시들에 비해

영상보니 년 초에 오사카에서 교토 갔다가 온 기억이 새록 새록하네여.
교토는 우리나라 경주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정돈되고 고즈넉하고...
머물러서 차 한잔마시고 싶은 그런 곳이었어요~
팔로우 & 보팅하고 갑니다.

전 군산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감사합니다 반가워요:)

영상이 너무 예쁘네요~ 잘봤습니다. 여행 즐거우셨나요?

좋은 여행이었어요:)

짱짱맨 태그 사용에 감사드립니다^^
짱짱 레포트가 나왔어요^^
https://steemit.com/kr/@gudrn6677/3zzexa-and

감사합니다 짱짱맨님 읽어보겠습니다!

대도시의 느낌은 아니네요..ㅎ 그러나 나름의 정취는 느껴집니다.

네 소도시라고 할 수 있죠 인구가 150만 정도에 불과해요. 하지만 특유의 분위기때문에 요즘은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이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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