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여행] 멜버른에서 꼭 가봐야 할 <The Hardware Societe>
호주, 멜버른
Australia, Melbourne
December 2015
스무 살의 나는 지금보다 더 무모했고, 겁이 없었다. 론리플래닛을 들고 시작한 동유럽 여행은, 내가 250만 원으로 3개월을 버틸 수 있을까?라는 것에 대한 일종의 도전적인 여행이었다. 그러던 중, 연말이 다가왔고 나는 헝가리에 있었다. 아끼고 아끼던 돈이었지만, 나는 연말을 맞아 근사한 식당에서 괜찮은 식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헝가리는 한국과 다르게 '남들 놀 때, 나도 논다!'라는 영업방식을 가지고 있는 나라였다. 많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고, 호스텔 근처의 슈퍼 마저도 오후 5시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문을 닫으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부랴부랴 냉동피자 하나를 계산하여 호스텔로 돌아왔다. 그마저도 오븐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태워 버렸다. 나의 스무 살 연말 저녁식사는 주방에 있던 외국인들이 걱정하던 눈빛으로 바라보던 냉동피자였다.
호주 여행 중이기는 하지만, 나는 매일 밖으로 나가서 신나는 경험을 하거나, 맛있는 것을 먹지는 않는다. 매일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사실은 매우 피곤한 일이기도 하거니와 어떤 날은 너무 더워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더욱이 한 도시에서 한 달 이상 머무는 나의 경우에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 집을 나가지 않은 나를 보더니, 수지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얼굴이 되었다. 굳이 밖을 나갈 필요도 의무도 없기는 하지만, 나는 오늘 외출을 했다.
우선은,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수지가 추천해준 "Zomato - Restaurant Finder"어플로 평점이 괜찮은 유럽 스타일의 레스토랑을 골랐다. 하지만, 기껏 도착한 레스토랑은 문이 닫혀 있었고 그제야 많은 레스토랑들이 연말을 맞아 문을 닫은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스무 살 때처럼 냉동피자나 먹으면서 연말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브런치를 주로 하는 레스토랑의 경우, 보통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는 문을 닫는다. 오후 1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나는 지난주에 수지가 추천해줬던 The Hardware Societe를 다시 가기로 결정했다.
식당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안다. 혼자 온 손님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걸. 나의 예상대로, 나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도 혼자 와서 잘 구워진 베이컨과 스크램블 에그가 곁들여진 버거와 카페 모카를 주문했었다. 지난번에 주문한 버거도 정말 맛이 좋았지만, 오늘은 다른 메뉴도 맛보고 싶었다. 나는 맥주와 함께 오리 요리를 주문하였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요리사들을 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좁아 보이는 오픈 주방이었지만, 그들은 춤을 추듯 정해진 동선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음식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많은 사람들이 계산을 하고 나가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와서 채웠다. 신선한 야채 위에 오리 다리가 떡하니 올라가 있는 접시를, 나는 정성스럽게 비우기 시작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커플도 내가 시킨 오리 고기를 주문했다. 맥주로 목을 축여가며, 부드러운 오리 고기를 다 먹었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맥주는 아직 조금 더 남았고, 나는 맥주를 핑계 삼아 연어 요리를 하나 더 주문했다. 종업원은 친절하게 나의 추가 오더를 받아 주었지만, 내 주변에 같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나의 두 번째 접시가 내 앞에 놓이는 것을 보고 조금 술렁거렸다. 구운 연어와 반숙으로 익힌 계란 위의 연어알, 그리고 바삭한 빵 사이를 채운 샐러드는 먹는 내내 나를 즐겁게 만들었다. 두 번째 접시를 다 비운 후에야, 나는 1그램의 아쉬움도 없이 자리를 일어날 수 있었다.
아직 하루가 더 남았다. 내일은 더 많은 레스토랑이 문을 닫는다. 나의 2015년 마지막 식사는 무엇이 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냉동피자는 사지 말아야지.
안녕하세요 제가 허락 없이 새해 소망 릴레이에 지목했습니다.좋은 릴레이니 참여해주시면 감사할듯 합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ttps://steemit.com/kr/@heavenlytree/2018-3
네네 검토하고 포스팅하도록 할게요 ^^
작년 8월 멜버른 카페 투어를 했는데, 미리 알았더라면 이 곳을 방문했었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 기회가 되면 저도 저의 밀린 여행기를 공유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따스한 밤 되시길 바래요.
멜버른에 다녀오셨군요. 시간만 된다면 정말 다시 한 번 가고싶은 곳이에요.
저두요.. 한 번 쯤 살아보고 싶은 도시에요.
정말 잘 봤습니다!
호주, 정말 가고싶은 나라입니다
언젠간 저도 준비해서 함 다녀오려구=요!!
보팅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부모님과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