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유 #33] 하롱베이 크루즈 투어 2일차 - 떠날때야 보이는 아름다운 하롱베이

in kr-travel •  last year 

히터 33도에 맞춰놓고 전날 밤 일찍 잠들었는데, 새벽에 추워서 깼다. 내 몸 어딘가의 온도계가 고장난건가!! ㅠㅠ 자다 일어나서 주섬주섬 겉옷을 껴입고 다시 잠을 청했다. 깨어있는 그 시간동안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사각거리는 이불의 감촉과, 그래도 내 체온으로 덥혀진 따뜻한 이불속의 온도, 평온한 바다 위의 안락한 방에 있다는 느낌이 좋아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다시 잠이 들고는, 초절정 딥슬립; 다음날 아침 스케쥴에 못갈뻔했다. 겨우 시간맞춰 일어나서 고양이 세수만 대충 하고 산발머리에 안경끼고 후다닥 아침먹고 오전 투어를 하러 로비에 나갔다. 오전 투어는 7시 반이었다. 조식 시간은 고작 15분!! 하지만 쌀국수까지 알차게 다 먹음.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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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배에 타서 나룻배 선착장으로 갔다. 오늘은 에... Black cave 였나? 이름 까먹은 무슨 동굴을 가는듯 했다. 위 사진처럼 예닐곱명을 태우고 뱃사공이 노를 저어서 하롱베이 일대를 한바퀴 돌고 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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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잘챙겨준다던 직원 말로는, 원래 이 곳엔 원숭이와 이 지역에서만 사는 바다새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저 날 간 사람들은 원숭이 꼬리도 못봤다. 직원에게 듣기 전까지는 원숭이가 살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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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왔던 동굴이 살짝 보인다. 나는 내가 지금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지만, 느낌은 자꾸 제천 청평호에서 탔던 유람선 같았다. 특히 이 지역의 돌산과 나무들 풍경은 정말 유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은 단양 8경이 한 수 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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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결 흘리듯 줄무늬와 격자무늬가 조화로운 바위섬의 모양이 정말 단양같은 느낌이었다. 단지 차이는 민물 대신 짠물이라는 것과, 끝없이 이어진다는 규모의 차이 정도다. 음... 하롱베이 포스팅하면서 자꾸 제천, 단양이 예쁘다고 쓰면 안될텐데. ㅎㅎ 하여간 이 날 오전투어에 대한 내 감상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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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아침바람이 솔솔 불고, 이상하게 으슬으슬 떨리던 오한도 조금 가라앉고 있어서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가끔씩 같이 배를 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나는 새소리와 사공의 노젓는 물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깨끗한 적막함이 훨씬 더 좋았다. 사공이 노를 젓는 배에 앉아서 말 그대로 유람을 하고 다시 선착장 마을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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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떠있는 이 곳에는 사람들이 산다. 나무판자로 엮은 뗏목 아래에는 치어들이 잔뜩 있다. 여기에서 기른 치어들은 성체가 되기 전에 뭍에 가까운 큰 양식장으로 옮겨지거나 바다로 방류된다고 했다. 이 수상가옥에서는 치어양식을 하거나 카약 대여를 하거나 노를 젓는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산다. 그리고 몇마리의 개도 함께 산다. 검은 개 세마리는 주인으로 보이는 아저씨를 매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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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투어를 마치고 돌아왔다. 배는 이제 다시 바다를 가르고 뭍으로 돌아간다. 안개가 조금씩 개면서, 하롱베이의 진짜 아름다움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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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 먼 섬들의 그림자가 안개속에 살짝 가려서 한폭의 수묵화 같다. 왜 사람들이 수묵화를 그렸는지 알 것 같은 장면이다. 돌아가는 뱃길의 갑판에서는, 360도가 모두 이런 아름다운 그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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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돌아왔다. 베트남식 커피를 주문하니, 드립식 베트남 커피를 내어준다. 필터를 통해 내리는 것은 일반 드립 커피와 비슷한데, 사진을 잘 보면 바닥에 흰색 층이 있다. 저게 베트남 커피의 달콤하고 끈적한 느낌을 담당하는 연유다. 커피를 내린 다음 스푼으로 휘휘 저어주면, 우리가 익히 아는 믹스커피와 같은 갈색의 베트남 커피가 완성된다. 맛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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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것도 없이 맛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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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밖으로 이런 풍경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부페식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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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베트남식 소고기 면 요리가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 접시 더 가져다 먹었다. 이 크루즈의 식사시간에는 매끼마다 인상적으로 맛있는 메뉴가 꼭 있었다. 점심을 다 먹고는 다시 갑판으로 올라가서 끝나가는 풍경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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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이 다 되어서야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었다. 친구와 나는 갑판에서 "끝이 좋으면 다 좋다 그랬어" 라는 말을 했다. 어쩌면 가장 예쁜 길로 돌아가는 빅픽쳐일수도 있고... 사실 이 뱃길을 떠나왔어도 그 때는 실내 구경하느라 주위 볼 일이 별로 없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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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할때까지 시간이 좀 남길래 친구와 체스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결과는 폭망 ㅠㅠ 헛발질을 연속으로 해대서 패색이 짙어지자 나는 비겁하게도... 킹 대 킹의 무승부를 노렸다. 뭐, 무승부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100% 내가 진 판이었다. ㅎㅎ... 설욕전은 훗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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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쌔귿빠를 하고, 말도 안되는 점프샷 같은 기념 사진을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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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왔던 부두로 다시 돌아왔다. 크루즈 투어는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것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안내에 따라 차에 탑승하고 호텔 이름을 말하면 다시 세시간쯤 차를 달려 하노이 시내로 돌아온다.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베트남 중서부의 퐁냐케방 국립공원이었는데, 만약에 3시간 안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으면 그리 했을 것이다. 하지만 1) 하노이의 교통 체증은 예측 불가인데, 2) 공항에 가려면 도심 한복판을 통과해야 했고, 3) 택시 잡기 쉽지 않고 해서, 그냥 하노이에서 하룻밤 더 묵기로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여행을 통털어서 가장 좋았던 곳 중 하나가 하노이 시내였기 때문에, 이건 매우 잘 한 결정이었다! 여행 전까지는 하노이에 별 기대가 없었고 오히려 호치민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과적으로 하노이가 훨~~씬 더 좋을줄은 예상 못했다!

끝없는 먹방이 이어지는 하노이 도시 기행은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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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가입인사를 한 뉴비입니다^ ^
베트남스타일 커피는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운 커피인것 같아요^^
기념품으로 자주 사오곤 했는데, 다음에 베트남 가면 또 사와야겠어용!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오홋 베트남 커피를 사왔다는 말은... 연유를 사오신건가요!? 아님 오일리한 그냥 커피콩만?
네네 반갑습니다 크루비님 ^^

옹‥!!!베트남커피 먹으러 가야겠어요!!! +-+♥

저도 이번에 처음 먹어봤는데 왜 사람들이 노래 부르는지 알겠어요! 더울때 달달한 아이스커피 일잔 뙇♥

배트 남 여행 제대로 하셨네요.

이제 겨우 시작이랍니다! 정말 제대로는 호치민 경찰서 방문기 같아요 ㅎㅎ...

하롱베이, 정말 가볼만한 멋진 곳이네요.

네네 하지만 시간이 없다면 제천 단양 여행 추천드려요! 제가
정 말 좋아하는 곳입니다 ㅋㅋ

단양8경 추천글 잘보고 갑니다ㅋㅋㅋ

포인트 잡는 능력 보소...!! 제대로 보셨습니다 ㅋㅋㅋㅋㅋ 언제 제천글 써야지 ㅋㅋㅋ

신선놀음 제대로 하셨었군여~~ G7 다람쥐똥 커피도맛있었는데~ ㅎㅎㅎ 진짜 저도 작년기록이 새록새록 나네요.

전 사실 커피엔 조예가 없슴미다 ㅋㅋㅋ 베트남 연유커피는 커피맛이 날듯말듯한 달콤한 음료쪽에 가까워요 ^^ 어디 다녀오셨어요?? 다낭?

저는 하노이 하롱베이만 다녀왔어요.. 담엔 꼭 다낭이랑 호치민도 다녀올려구요~!

아!! 그럼 지금 딱 추억이 새록새록 이시겠군요! 그땐 날씨가 좋았나요? 여름밤이 더 좋을것 같아요 저동네는 ^^ 저도 담에 가게 되면 다낭-호이안-후에 이렇게 가보고 싶어요~

  ·  last year (edited)

우왕 하롱베이다 +_+!!
베트남 음식이 또 맛있게 하는 곳은 엄청 맛있더라고요!!!
저는 런던 살 때, 베트남 음식점에서 살았어요 ㅋㅋㅋ

오늘은 그래도 덜 아파서 다행이네요
이유님
날씨는 추워보이는데, 옷 단단히 입으세요!

그것은 런던이었기 때문입니까!?? 사스가 영쿡 크라쓰!? ㅎㅎㅎ
르바님 앞으로 르바님이 좋아할만한 몇군데가 남아있어요. 거지여행에 딱맞는 하노이부터 시작해서...! 저도 완전 취향이었어용 ㅎㅎ
감사해용 절대 입을일없을줄 알았던 파카만 주구장창 등장

영국 진짜 음식...하... 베트남 음식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답니다.
오오오오 거지 여행!!
이유님도 드디어 입문하시는 겁니꽈아~~!

tip! 0.3

드더 @munhwan 님의 커피가 어떻게 된건지 알겠네요 ㅎㅎ
핸드드립했는데 안 섞이고 층져있는게 신기해요!!

네네 저 베트남 우유가 되게 찰져요.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있어요! 안 섞고 마시면 다 먹고 나서 '어? 밑에 이게 뭐지?' 할 정도로 안섞여요 ㅎㅎㅎㅎ

오오!! 제 블로그에 묶여있는 동안 여행기가 올라왔군요!!! 오예오예 +ㅁ+ 저는 호주-뉴질랜드 크루즈를 했었는데, 그 크루즈에서는 호주나 뉴질랜드의 문화는 전혀 느낄 수 없었어요. 이유님이 타신 크루즈에서는 베트남 커피도 나오고 쌀국수까지... 배 안에서도 그 나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원숭이... 동굴안에서 찍은 사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고 ㅋㅋㅋ 하롱베이의 마지막은 정말 좋군요. 정말 수묵화가 따로 없어요 ㅠㅠ 그런데 어쩐지 단양이 너무 가보고 싶어지는 건 왜일까요 ㅋㅋㅋㅋㅋ

호주-뉴질랜드 크루즈는 그냥 서양식이었을 것 같아요 (상상의 나래~) 베트남 크루즈는 베트남 문화권의 베트남 사람들의 자본이 들어가서 만든거고 세일즈 포인트가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고유의 문화까지 포함이라 그런...걸까요? (상상의 나래2~)
스프링님 마침 한국이시니, 베트남 갈 생각일랑 말구 단양부터 ㅋㅋㅋㅋ 베트남피셜에 의하면 아직도 하노이는 춥다고 함미다 ㅠㅠ 저도 올해에는 단양, 제천 요쪽으로 좀 더 길게 가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