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 부다페스트 - 빈 - 프라하 and 헬싱키] 미지보다 조금 더 알려진 미지_Day9

in #kr-travel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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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여행 : 부다페스트 - 빈 - 프라하 and 헬싱키]

미지보다 조금 더 알려진 미지_Day9


이번 글은 커버 사진 고르기부터 만만치 않다

어떤 사진이 오늘 하루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떤 사진이 프라하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프라하성도 있고 카를교도 있다.

그러다 결국 붉은 지붕이 가득한 프라하 시내 전경을 선택한다.

왕족들이 살았던 성보다, 관광 명소인 카를교보다,

보통의 프라하 시민들이 살고 있는 보통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더 잘 담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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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프라하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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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골목 하나를 두고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나뉜다.

일정은 신시가지의 국립 박물관(Národní Muzeum)에서 시작한다.

1890년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져 크게 역사관과 자연사관으로 나뉘어있는데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배경으로 나오면서 더 유명해졌다.

무엇보다 매달 첫째 주 목요일은 무료입장이라는 중요한 팁.

우리는 이를 모른 채 한국에 돌아와서야 알았다.

프라하는 매달 첫째 주에 여행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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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박물관 계단을 올라서서 앞을 바라보면 긴 거리가 펼쳐진다.

그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Václavské náměstí)이다.

1918년 체코 슬로바키아 공화국이 이곳에서 선포되었고, 1968년 체코 민주화 운동 '프라하의 봄', 1989년 벨벳 혁명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체코 국민들에게는 자랑보다는 아픔의 크기가 큰 장소.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픔을 겪었겠구나 생각한다

3.1 만세운동,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10 민주 항쟁 등 민감하고 그 생채기가 아물지 않을 아픈 우리나라의 역사가 바츨라프 광장 긴 대로 위에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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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느낌이 미묘하다.

바츨라프 광장의 시작에는 성 바츨라프 기마상(St. Václavské)이 서있다.

10세기 체코 건국의 아버지다.

이곳에서 일어난 모든 아픔과 통한의 역사들을 지켜봤으리라.

광장보다는 대로에 가까운 현대의 바츨라프 광장 양 옆에는 호텔, 은행, 레스토랑, 카페, 백화점, 클럽이 자리 잡고 있어 프라하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임을 보여준다.

역사의 시간이 한 군데 응집되어 있는 이 곳의 느낌은 미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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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생각이 무거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기억력이 좋지 않아 금세 프라하의 풍경에 다시 젖어든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구분하는 골목길에 옛 전투용 화약탑이 우뚝 서있다.

그 옆에는 말 그대로 시민들을 위해 지어진 시민회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시민회관은 본래 군사학교와 신학교로 사용되었으나 1900년대 초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다시 건축되었고 현재는 콘서트장, 전시장, 회의장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유명한 알폰스 무하(Alfons Mucha)가 참여해 다시 지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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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보는 콘서트와 전시회는 어떨까 궁금해지다가도

가격을 보고 나서 원래 가던 길로 발걸음을 돌린다.

가난한 여행자임을 잠시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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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어딜 가나 화보다

구시가 광장(Staroměstské náměstí)으로 가는 골목은 소위 막 찍어도 화보다.

다시 느낀다.

사진으로는 눈으로 직접 본 감동을 다 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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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높은 골목을 빠져나오면 저 멀리 구시청사 건물이 서있다.

처음 가도 단번에 그 건물이구나 알 수 있다.

천문시계(Orloj)가 달려 있어 유독 사람들이 그 건물만 쳐다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체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얀 후스 동상이 있다.

얀 후스는 15세기 신학자로서 종교개혁을 주창했고 이후 여러 개혁 활동을 펼치다가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한다.

후스의 사상과 이념은 훗날 체코의 계몽과 독립운동의 기초가 되어 지금까지도 가장 존경받는 위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동상 아래는 '진리는 승리한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프라하는 이래저래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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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후스 동상과 마주 보고 있는 틴 성모 교회(Kostel Panny Marie před Týnem)가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있다.

본래 후스파의 본거지로 사용되다가 1600년대 가톨릭과의 종교전쟁에서 패한 후 첨탑 사이에 있던 황금성배 조각상은 녹여져서 마리아 조각상으로 다시 새겨져 있다.

신학적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실까.

사람의 감정과 혈기가 앞서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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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천문시계에 다다랐다.

역시나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작 천문시계보다도 더 눈길을 끄는 장면.

나중에 찾아보니 천문시계는 웨딩 화보 촬영 장소로 유명하단다.

예쁘게 차려입은 두 부부가 영화에나 나올법한 웨딩카까지 대령하고 웨딩 사진을 찍고 있다.

이를 보며 드는 감정은 한 가지.

부럽다.

한참 눈길을 떼지 못하고 지켜보다가 억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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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가 광장에서 설렁설렁 발길 닫는 대로 걷다 보니 자그마한 뒷골목에 펼쳐진 노천 시장이 나온다.

손뼉을 치면 깔깔깔 웃는 마귀할멈 인형이 제일 먼저 반겨주고,

싱싱한 제철 과일들과 꽃들도 물기를 한껏 머금은 채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는 관광객들보다 외려 현지인들이 더 많다.

현지인들만 찾는 뒷골목 시장이 그 도시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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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를 가로지르는 블타바 강(Vltava River)의 강변 산책로도 참 고즈넉하다.

강과 다리, 배와 주변의 나무들.

강을 품고 있는 도시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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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성으로 올라가자 마음먹고 있던 차에 갑자기 비가 억수로 쏟아진다.

성이 눈에는 가까워도 꽤 걸어야 하기에 근처 카페로 들어가 비를 피한다.

예상치 못한 따뜻한 커피가 들떠있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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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날의 프라하도 운치가 있고 좋네요. 정성스런 사진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프라하는 분위기만으로도 꼭 다시 가보고싶어요~!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프라하인데~제가 보고 싶던 동유럽의 모습을 사진에 넘 잘 담아주셨네요!!!동유럽 여행 총 며칠 잡고 가셨나요~?저도 가고 싶은데 휴가를 얼마나 내는게 좋을지 궁금해서요!

저는 총 10박 11일로 다녀왔어요~
주말을 끼면 약 일주일정도 휴가 냈는데, 부다페스트 / 빈 / 프라하 충분하게 둘러볼 수 있었어요! : )

점점 보는사람이 늘어나는건가~? 흥해라~

그런가봐요, 형 포스팅도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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