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과의 전쟁 (1) 축복에서 재앙으로

in #kr-story6 years ago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최근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퇴출 운동이 거셉니다. 바다 한 가운데에는 한반도의 10배 이상 크기의 플라스틱 섬이 생겨났고, 많은 해양 생물들이 플라스틱에 오염되고 있죠. 전 세계 수질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이 플라스틱에서 나온다는 보고서도 있습니다.

플라스틱은 1933년 탄생 했습니다. 한 때는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라고 불리었죠. 플라스틱의 어원은 ‘형태를 빚을 수 있는’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어원대로 플라스틱은 쉽게 형태를 변형 시킬 수 있었고, 지난 70여년 간 전 세계 산업 현장에 확산되어 왔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1957년 펴낸 플라스틱에 대한 단상에서 이렇게 평합니다.

“빠르게 변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기교는 절대적이다. 플라스틱은 양동이가 될 수도 있고, 보석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인 줄만 알았던 플라스틱은 70여년이 흘러 인간에게 다른 모습의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반론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플라스틱이란 본래 가장 대중적이며, 민주적이고, 서민적인 소재라는 것이죠.

최근 여론은 없애야 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리 간단한 문제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부터 최소 3-4회에 걸쳐서 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다뤄 볼 생각인데요. 자료를 보고, 찾고, 편집하다 보니 단순한 문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조금 시간이 걸려도 정리가 필요하겠단 생각이 듭니다.

많은 이야기들과 다양한 주장들, 상반된 이야기 속에서 플라스틱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 어떻게 해결책을 만들 수 있을지, 젊은 우리들이, 또 스팀잇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향고래 뱃속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출처 : 그린피스 필리핀)

“죽은 고래의 경고를 들으세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무슨 일을 일으키는지 가까이 와서 보세요.” - 그린피스 필리핀

지난 2018년 2월 27일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해변에서 향고래 한 마리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길이 10m, 무게 6t의 젊은 수컷의 고래였는데요. 조사 결과 사인은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향고래는 주로 오징어를 잡아먹는데, 부검 결과 뱃속에서 29kg에 이르는 어머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이 발견 되었죠. 비닐봉지, 로프, 그물 조각 등이 위장과 창자를 막고 있었고, 내부에서 세균과 곰팡이에 감염되어, 복막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출처 : EspaciosNaturalesMur 트위터)

사진에서처럼 향고래는 마치 다른 생물인 듯 놀라울 정도로 말라 있었죠.

향고래의 죽음은 사실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서 기름에 둘러 쌓인 채 발견된 새. 어느 죽은 새의 몸속에서 빼곡히 발견되었던 플라스틱들.

그린피스의 이야기처럼 죽은 고래의 경고는 바다를 끼고 사는 동물들의 생존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먹이사슬의 최고 생존자인 인간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경고를 보내는 듯 합니다.

쓰레기 섬 이야기

1997년 미국 해양 환경운동가이자 선장인 찰스 무어에 의해 발견된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는 일반적으로 ‘섬’으로 불립니다.

한국의 14배 크기(최대 16배라는 보도도 있음)의 크기에 ‘제7의 대륙’으로 불릴 정도 입니다. 이 쓰레기 더미를 공중에서 찍게 되면 정말 거대한 섬의 모습을 나타내게 되죠.

이 플라스틱 섬이 만들어지게 되는 이유는 해류 때문입니다. 거대한 태평양의 해류에 따라 쓰레기들이 한곳에 모여 갇히게 되는 것이죠.

이 태평양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10대 청년이 있었죠. 지난번에도 한 차례 다루었던 네덜란드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의 CEO인 보얀 슬랫입니다.

보얀 슬랫은 해류 소용돌이 원리를 이용한 간접적 청소로 본격 가동시 10년 이내에 태평양 쓰레기 섬 절반을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냈습니다.

보얀의 쓰레기 섬 청소를 보며, 해류에 의해 모인 쓰레기가 어쩌면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바다 한가운데에 저 정도 양의 쓰레기가 모였다는 것은 우리 바다 곳곳이 쓰레기로 덮여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네요.

더 무서운 것은 앞으로 100년 간 인간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량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 하는 점입니다. 과연 개선이 가능할까요?

미세 플라스틱 이야기

혹시 미세 플라스틱(마이크로 비즈)을 아시나요?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공산품에는 사실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이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손꼽히는 것이 미세 플라스틱 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이란 크기 5mm 이하 플라스틱 입자를 말하는데요. 생산 당시부터 작게 제작되는 ‘1차 미세 플라스틱과’ 인위적 또는 자연적 마모로 작아진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 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닌다 하네요.

해수면 뿐만 아니라, 해수층, 퇴적물, 해빙 등 모든 영역에서 발견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종국적 피해자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바다의 플랑크톤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나면, 먹이사슬에 의해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점이죠.

실제 그린피스가 검토한 내용을 보면 홍합, 굴, 게, 다랑어 등 인간이 즐기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한편에서는 인류의 종말은 전쟁이나 화산 폭발, 운석 충돌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미세 플라스틱의 축적에 의해 100년 안에 멸종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결코 무시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된 것이죠.

현실과 앞으로의 미래

세계 경제 포럼에 따르면 최근 50년간 플라스틱 사용이 20배 가량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20년 안에 그 수치가 다시 두 배로 늘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앞으로 2050년이 되면 바다에 있는 물고기의 총 중량보다 플라스틱의 중량이 더 많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온타리오공과대학의 대니얼 훈웨그 교수에 따르면 2100년까지 쓰레기는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 말합니다. OECD 국가들이 그동안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후발 주자들이 개도국들의 도시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죠.

훈웨그 교수에 따르면 공격적으로 친환경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할 경우 빠르면 2075년 경에 쓰레기 배출량이 정점에 달하고, 이후 최대 80여년 간을 쓰레기와의 사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게 최선이란 겁니다.

축복에서 재양으로

(출처 : 안투안트 르피세의 ‘#365 Unpacked’ 프로젝트, 2016/ 작가 웹사이트)

분명 처음 플라스틱을 발명했을 당시 인간에게 주어진 혜택이 현실과 같은 재앙으로 돌아올 것을 예측한 이는 드물 것입니다. 그것이 지난 70여년간 무분별한 사용의 이유이겠죠.

우리가 아직은 정확히 이 문제를 삶 속에서 피부로 경험하기 어렵지만 점차 사회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쓰레기 수거가 되지 않아 문제가 생겼던 일 역시, 중국에서 더 이상 쓰레기 수입을 하지 않게 된 것에 원인이 있었죠. 또한 폐 플라스틱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매연은 공기의 오염이 되고, 바다로 흘러가 수질 오염과 해양 동물의 오염이 되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급격하게 오염된 우리의 생활 환경이 사실은 플라스틱의 재앙과 다른 문제가 아닌 것이죠.

쓰레기를 줄여야 하는 이유,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알아야 할 겁니다. 물론 플라스틱은 부정적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내용은 추후에 다시 다룰 예정입니다.

좀 더 정확히 문제를 인지하고,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게 중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료 참고

https://www.huffingtonpost.kr/2016/01/22/story_n_9047430.html

http://m.hani.co.kr/arti/animalpeople/human_animal/840062.html?_fr=gg#cb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2/2018050200467.html

http://slownews.kr/56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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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하죠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문제.. 일회용품부터 줄이는 운동을 해야합니다

그렇죠 할 수 있는것들부터 해 나가야겠죠^^

넘 좋은 글입니다. 작지만 풀보팅하고 갑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뒤의 이야기들도 내일 오전 중에 올릴 생각입니다. 부족하지만 생각 나누는 글이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으면서도 실천을 잘 못했는데, 이제라도 모두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제는 생존의 문제라 고민을 해야죠.

플라스틱을 대체할게 어서
나와야 할텐데요...

그런 노력들이나 시도들이 있더라고요. 3-4번째 포스팅에서 다룰 생각이에요.

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부네요^^

오치님 감사합니다:)

플라스틱이 편하지만 환경문제 때문에 걱정입니다.
대안이 빨리 구해져야될텐데요;;
@홍보해

글쓰려고 들어왔다가 피드 맨 위에 이 글이 있어서 뭔가 싶어서 한참 쳐다봤네요.ㅎㅎ 감사합니다:) 대안에 대한 부분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더군요. 마지막 포스팅에서 다루려고요. 괜찮은 시도들이 이미 많이 있는듯 합니다.

^^
괜찮은 시도들이 많이 있다니 기대됩니다.

@likersh7님 안녕하세요. 별이 입니다. @feelsogood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좋은 글이네요. 사실 플라스틱은 식료품을 담는 용도로도 많이 쓰이는데 유전적 변이 등 인간의 몸에 실질적인 문제를 주는 성분도 포함된다고 들었어요.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플라스틱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서는 많이 동의를 하시지만, 글을 통해 당위성을 좀 더 이해하고 나누면 좋겠단 생각이 드네요. 다음 글에서도 생각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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