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이 멀리서 오니-순간을 영원으로(#149)
반가운 벗이 우리 집으로 왔다.
공자 인생 삼락 가운데 하나가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
저 멀리 문경에서 왔다. 정말 오랜 벗이요, 멀리 사는 벗이다. 빈손으로 오는 것 만해도 좋은데 선물을 잔뜩 들고 왔다.
그 선물이란 다름 아닌 토종 자두나무인 녹니(녹리)다. 개량 자두는 키워서 열매를 먹기가 쉽지 않다. 붉게 익을 무렵, 벌레들이 극성으로 먹어치우기 때문에 사람 먹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농약을 뿌린다.
하지만 벗이 건네준 녹니는 약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열매도 다 익으면 붉게 바뀌는 게 아니라 연두빛에 가깝다. 과일은 좀 작지만 먹기에는 좋다. 우리 삶에 잘 맞는 과일이다.
우리는 올해 토종 과일나무 모임을 꾸린다. 이 모임에 이 나무를 보급하기로 했다. 주문을 받았더니 인기가 좋다. 그리고 마을 이웃들한테도 원하는 사람들한테 나누어주기로 했다.
벗은 오늘 자신이 키우던 녹니 가운데 어린 나무를 70그루나 캐왔다. 정말 고맙다.
벗이 온다니 아내가 먼저 나선다. 추운 겨울을 나서, 한창 맛이 나는 대파를 뽑아 전을 부친다. 봄 부추는 사위도 안 준다는 데 부추를 베고 무친다. 마침 조기도 있어 아궁이 잉걸불에 굽는다. 그리고 오래 전에 선물로 받아둔 고량주를 내어놓았다. 나는 보통 때는 거의 술을 하지 않지만 이럴 때는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다.
시골은 대부분 부부가 같이 움직인다. 벗 역시 아내와 함께 왔다. 그래서 더 반갑고 고맙다. 느긋하게 부부 동반으로 술 한 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과일 나무 돌보기, 자식 이야기, 건강,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랑에 대해....
그리고 보니 공자 인생 삼락이란 그 하나하나가 따로 나누어지는 게 아니더라. 일락은 삼락이요, 삼락은 곧 일락이기도 하다. 벗이 오는 즐거움을 제외한 나머지 이락이란 알다시피
학이시습지 불역열호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이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인부지불온 불역군자호
(人不知不慍 不亦君子乎)아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이 또한
군자가 아닌가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벗이자 교사이며 학생이기도 하다. 서로 궁금한 걸 물어서 답을 얻고, 물음에 답을 한다. 인생 이락을 자연스럽게 즐긴다.
마지막 삼락이란 그 누가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벗만은 알아주니 화를 낼 일이 없기도 하다.
이렇게 벗은 그 모든 즐거움의 모두다.
벗을 만난 흥겨움과 정다움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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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고마워요
귀한 벗과 만나 회포를 푸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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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회포를 풀었네요.
고맙습니다.
귀한 벗이 찾아와주셨군요.
하룻밤 귀한 시간보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