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모레]가 과학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설명하려니 귀찮다.

in #kr-science6 years ago

제목 그대로. 누군가 요즘의 기후 변화를 이 영화와 결부시키는 글을 봤는데, 물론 요즘 기후 변화는 아주 심각하지만, 이 영화 [모레]는 과학적으로 전혀, 절대, 네버, "그럴듯한 가정"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걸 주제로 글을 쓰려고 하니 여러가지 물리 법칙과 숫자들이 나와야 하고, 그러자니 출처를 검증해야 하고, 그러자니... 너무 귀찮다. 그래서...

어떤 면이 귀찮은지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먼저 이 영화의 가정은 해류대순환이 멈춘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Ocean Current Circulation]

해류 대순환 모델에서 표면의 물이 심해로 들어가는 부분은 북대서양이 유일하다. 그래서 여기가 막히면 순환이 정체되는 것은 가능하다. 어떻게 여기가 막힐 수가 있을까? 그린란드 섬 주변에서 바닷물이 침강하는 이유는 이 근처에 다다라서 밀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입구" 주변에 대량의 민물이 투입되면 밀도가 낮아져서 침강이 멈추게 된다. 그렇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많이 녹으면 이 지역 바닷물에 민물이 많이 섞여서 밀도가 낮아질 수 있다.

그러면, 비와 같은 외부 요소는 제한적이라고 봤을 때, 얼마나 많은 빙하가 녹아야 할까?
이걸 계산하자면 바닷물이 주로 침강하는 위 두 지역의 넓이를 알아야 하고, 침강하는 바다 표면 물의 유속과 부피를 알아야 하고, 현재의 밀도 또는 염분을 알아야 하고... 이건 이거대로 석사 논문 정도는 나올 것 같다.


자, 그래서 일단 어떻게든 해류 대순환이 막혔다고 치자.
그러면 지표면 온도가 얼마나 하강할 것인가?
이걸 설명하자면, 먼저 열 평형 상태를 이해해야하고, 지구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밖으로 나가는 에너지를 알아야 한다. 고등학교 물리였나, 지구과학이었나, 아무튼 거기서 나오는 태양 상수, 흑체복사, 뭐 이런 것들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대기가 없는 조건의 열 평형 상태의 온드를 대략 구할 수 있다. 하지만, 태양 빛은 직각으로 들어오는데 반하여 지구는 구형이므로, 해가 막 뜨거나 지는 지역에선 입사각이 낮아서 지표면에서 반사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지표면 반사율, 즉 Albedo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논의가 산으로 가겠지.

[IPCC Report AR4]
이제 여기에 Atmosphere대기라는 조건을 하나 추가시키면,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는 파장이 짧고, 나가는 지구 복사 에너지는 파장이 길다는 것 부터 시작하여, 대기중의 분자 구성 성분과, 어떤 성분이 어떤 파장의 빛을 잘 흡수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태양 복사는 통과하고, 지구 복사는 걸리는 온실 효과가 설명이 되니까. 그래서 온실효과로 인한 지표면 온도 상승분은 얼마인가? 지구 대기 평균 분자 분포를 적용시키면 대략적인 값은 구할 수 있는데, 문제는 물 분자, 즉 습기는 꽤 강력한 온실효과를 가지면서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양이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점. 더군다나 그 변화는 non-linear 비선형이라는 점. 그리고 수증기는 대기 중에서 구름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 구름은 높냐 낮냐, 얇냐 두껍냐에 따라 태양 복사와 지구 복사를 흡수하거나 반사시키는 양이 제각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논의는 또다른 산으로 갈터이다.
어디까지 했지...
그래서 결국 지구 전체 평균으로 보자면 어차피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는 변화가 없으므로 지표면 온도 변화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고려할 문제는 지역별 고려이다. 해양 대순환은 대기 대순환과 더불어 적도 지역의 넘치는 에너지를 극지방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에너지가 분산됨으로써 고위도 지역은 조금 더 따뜻해진다.

해양 대순환이 막히면 저위도에서 올라오는 에너지가 줄어들테니 고위도 지역이 많이 추워질 수도 있겠네...? 이걸 계산하자면 먼저 현재 해양 대순환과 대기 대순환이 분담하고 있는 에너지 수송량을 알아야 한다.

저런.. 아무래도 해양보다는 대기가 에너지 수송을 더 많이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해양 순환이 막혔을 때 태풍(허리케인) 몇 개 더 생기고, 중/고위도 지역 폭풍은 좀 더 발생할 순 있어도 기후에는 큰 문제는 없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의미있을 정도로 열 수송이 잘 안되어서 고위도 지역이 추워지면, 녹았던 빙하가 다시 얼어붙고, 조만간 해양 대순환은 원상복구되어 또 돌아가지 않을까?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고, 이런 추측으로 설득은 안될테고, 이걸 논증하고자 시뮬레이션하자면 여러 연구자들이 컴퓨터 모델도 돌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

그래서 결론은,
프레임 씌우기는 쉬워도 벗기기는 힘들다는 것.
그리고 본인은 위의 것들을 하나하나 (공부해서) 설명하기가 귀찮다는 것.
이제 잠이나 자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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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dj-on-steem, great post! I enjoyed your content. Keep up the good work! It's always nice to see good content here on Steemit! :)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dj-on-steem님 안녕하세요. 개부장 입니다. @floridasnail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상상은 쉽습니다ㅎㅎㅎ 저도 손에 ATP 에너지를 모아 장풍을 쏠 수 있을것만 같군요.

저도 조금만 노력하면 대박 홈런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은데 말이죠.. ㅋ

이런 글 좋아요 ㅎㅎ 이 영화에 제가 옛날에 일하던 캐피탈 레코드 건너편, 헐리웃 오피스가 나와요.

그래요?
LA 지역에 토네이도가 덮치는 장면에서 나오나요?
나중에 다시 보게되면 꼭 찾아봐야겠네요 ^^

네, 그런데 그 오피스는 아무 특징이 없어서 알아보실 수 없을 거에요 ㅎㅎ 캐피탈 레코드는 워낙 유명한 원형 건물이라 이런 데 자주 나오죠. 그 건너편 건물이거든요 ^^

뭐가 말이 안돼는지 알아보려고 했으나 모르겠다.

더 쉽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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