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게스트하우스에서 생긴 무서운 이야기] -6- 반지하

in #kr-scar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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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은 믿는 사람한테만 보인다.


그 날은 친구와 같이 부산 여행을 떠난 날이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만 보면 음침하고 어둑한 이미지로 생각하기 쉽지만, 평소의 이 친구는 밝고 선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친구입니다. 다만 피부가 하얘서 정색할 땐 무섭지요. 눈동자도 평소엔 정말 큰데, 뭔가 놀랄 일이나 경고할 일이 있을때면 파충류처럼 홍채가 확 조여져서 말을 무시할래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평소엔 좋은 친구라는 말을 하려고 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요.

하여튼 저희는 서울역에서 부산 가는 기차를 탔습니다. 내일로 패스를 끊어서 카드지갑에 딱 꽃고, 목에 대롱대롱 걸고 새마을호를 탔지요. 가는 길에 식당칸에 앉아서 육포와 오징어를 사고, 몰래 가방에 숨겨 들어온 맥주 다섯캔씩을 직원의 눈에 안 띄게 마셨습니다. 뭐 직원도 다 알았겠지요. 하지만 몰래 마시는 술이 더 맛있고 빨리 취하는 법이라, 절반도 채 안 갔을 때(대전인가요? 어딜 거쳐서 가는 지 기억이 잘 안 나네요) 다 마셔버리고 식당칸에서 더 구입해다 마셨습니다. 옆자리의 아저씨가 몰래 소주도 숨겨 오셔서, 3000원을 주고 한 병을 사려고 하자 뭘 이런걸 돈을 주냐면서 그냥 주셨죠.

술을 그렇게 마시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거나하게 취해버린 나는 친구에게 제안했습니다.
'야, 우리 여행이 어떻게 될 것 같냐. 점 한번 쳐보자.'

'그래.'

친구는 아무 망설임 없이 품에서 작은 작대기 하나를 뽑아냈습니다. 눈을 게츰스레 뜨고 괘를 확인하는 친구를 보자, 잔뜩 올라왔던 술기운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물러갔습니다. 뭔가가 우릴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옛날, 한 겨울 발을 헛디뎌 강의 얼음 구덩이에 빠진 것보다 더 추웠습니다.

'미래를 보는 순간 미래가 변할 수 없는 거다. 틈을 들여다 보면 그때 니 운명이 정해져 버린단 말이다.'

점을 쳐 달라면 입버릇처럼 하던 말입니다. 그렇게나 점 보는 것을 꺼리던 친구가 술 좀 먹었다고, 이렇게 경솔한 짓을 하다니. 아니, 경솔한 것은 저였습니다. 아무 말도 못하고 덜덜 떠는데, 친구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땅 ...밑에 ...물이 있네. 이럼 안 된다.'

그리고는 통에 괘를 넣고 섞었습니다. 짤그랑거리는 64괘의 소리가 들리고, 친구는 다시 한번 괘를 뽑았습니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습니다. 모든 점에서 결과가 안 좋다고 한번 더 뽑는 행위는 금기중의 금기입니다. 차라리, 그래. 좋은 괘라도 뽑아라. 빌고 빌었지만

그러나 마치 예정된 것처럼, 아까와 똑같은 괘를 뽑았습니다.

'아직도...땅 밑에 물이 있네. 이럼 안 되는데.'

하고 잠들었습니다. 술에 너무 취했는지 몸이 축 쳐져 있더군요. 부산까지 두시간, 한시간, 십분 오분 남은 거리는 자꾸만 줄어갔지만 친구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결국 뻗어버린 친구를 간신히 택시에 태워 예약해 둔 게스트하우스로 향했습니다.

하지만 간 곳의 시설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반지하 방을 개조해 2층침대를 잔뜩 들여다놓고, 열악하고 조식따위는 없고 지저분했습니다. 그러나 이 뻗어버린 친구를 다시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1층에서 재우고 나는 2층으로 올라가 까무룩 잠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일어나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습니다. 1층의 친구를 부르며 침대를 쾅쾅 발로 차는데, 갑자기 누가 방문을 두드렸습니다.

불도 안켜진 반지하 방의 똑똑 소리는 좀 무섭더군요. 아무도 들어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시 침대 매트리스를 차려는데, 이번엔 화장실 문이 끼익 열렸습니다.

'야, 누구 왔나보다 새끼야..."

그 때 다시 반지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장실 문이 닫히고, 열리고, 문을 두드리고, 열리고.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이 화장실과 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았습니다. 바람이 부는 걸거야. 바람이겠지. 이렇게 생각하며 열리고 닫히는 문 사이를 바라보다 기절할 뻔 했습니다.

반지하 방 창문은 전부 콘크리트로 막혀 있었습니다.

저는 짐과.친구째 끌고 나와버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은, 그 반지하가 사람이 죽은 반지하였습니다. 장마 시즌에 어린애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데, 불안하니 나가지 못하게 밖에서 문을 잠궜답니다. 그런데 장마가 유달리 심했고, 범람한 물이 반지하로 쏟아져 들어와 아이는 방 안에서 죽었습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익사한 게 아니라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던 겁니다. 부모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창문을 다 콘크리트로 막아버린 다음, 게스트하우스 업자에게 싸게 넘겨버리고 떠났다고 합니다.

그러나 나는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때의 광경을 기억합니다. 화장실 문이 열리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다시 화장실 문이 열리고,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방 안을 누군가 헤메고 있는 것 같은 그 날의 반지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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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반지...하.. 반..지.. 밴~쥐..
빌어먹을 게임광고덕에 뇌 회로에 손상이..
잘 읽었습니다. 역시 갓갓갓은 다르군요

풀보팅 조졌습니다 웃다 토할뻔했네요

이 시간에 보니 더 무섭고 좋네요 ㄷㄷㄷㄷ

한밤에 또다시 찾아갈 겁니다 누가 지금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것처럼

으어 반지하에 창문을 콘크리트로 막았다니...... 너무 무서운 곳입니다.

공기도 제대로 안 통하고 갑갑한 곳이었죠. 탁 막혀 있는 곳에 제사도 제대로 안 치뤄줬으니 아이가 아직까지 묶여있는 거겠죠?

오늘도 무서워서 글은 다 못읽고....

언제 한번 라이브로 들려드리고싶네요 스팀 모임으로 MT같은 걸 가보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ㅠㅜㅠㅜㅠㅜ 무서워요ㅠㅠㅠ

아직도 소름끼치는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뭡니까 이거
무셔..ㅠㅠ;

✈ 어흑.. 소름돋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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