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고등학교 추억, 선생님

in #kr-post6 years ago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을 가장 많이 상기합니다.
순수하고 낙엽만 굴러가도 웃었던, 그런 시절이라 그럴까요?
고등학교 친구가 평생 간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고등학교 시절은 우리에게 큰 기쁨이 되나 봅니다.
특히 어제는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는데 선생님들 이야기가 나왔어서 몇가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저는 나름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여러분도 재미있다고 느끼신다면 좋겠어요 :)


1학년 담임선생님

굉장히 엉뚱한 분이셨다. 어떤 면에서 엉뚱했냐면, 나는 이분의 종례 스타일을 잊을 수 없다.

”자자, 청소 끝났지? 다 앉아봐. (교실을 쭉 둘러보며) 음- 좋아. 다 있군. 오늘은 이만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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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끝이다. 믿을 수 없겠지만, 정말 끝이었다. 가정통신문이 있는 날이면 나눠주고 바로 끝났다. 종례가 빨라서 그런지 반 아이들한테 인기 만점이었다.


1학년 동아시아 선생님

이건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당시에 우리학교는 전과목 교과이동제를 시행했는데, 쉽게 말하면 선생님들이 움직이는게 아니라 학생들이 움직이는 제도였다. 예를 들어 1교시가 영어고 2교시가 음악이었으면 1교시때는 2층 교실에서, 2교시때는 4층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형식이었다. X나 힘들고 쓸데없었다. 올해부터 교과이동제 안한다더라
개인적으로 사회탐구 과목을 안좋아했어서, 사탐시간엔 무조건 뒷자리에 앉았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친구한테 장난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선생님은 날 보고 빵 터지셨고,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아마 아직도 기억하실 것 같다. 쌤 잘 지내세요? ㅜㅜ


2학년 윤리선생님

방금 사탐 과목을 안좋아한다고 했는데 윤리는 좋아했다. 철학에 관심이 좀 많아서 좋아했다.
게다가 윤리선생님은 우리학교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남이었다.
잘생겨서가 아니라 사람이 좋아서 인기가 많으셨다
당시에 쌤 번호를 알고 싶었는데 직접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어서 결국 2학년이 다 끝나갈때서야 번호를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내가 고3이 되던 해에 다른 학교로 전근가셨다. 하지만 요즘도 연락하고, 친구 중에 윤리쌤을 엄청 좋아하는 애가 하나 있어서 3~4달에 한 번씩 윤리쌤 소식을 듣는다. 고맙다 친구야


2학년 체육 쌤

지금 유행하는 말로 치자면 욜로인 것 같다. 하고싶은 대로 사는 사람이고 유쾌한 일상을 즐기는 것 같다.
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두가지 있다.

(교실에 들어오며) ”어우- 야 전 수업시간때 이교실 누가 썼어?”
”남자애들 수업 있었어요”
”하여튼 그XX들은 데오드란트 공동 구매 해야해. 진짜 진지하다. 걔들 안씻냐?”
여름철 냄새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긴 했다.

(우리학교는 예체능 시험은 30분만 친다. 다른 과목들보다 시험 문제가 쉬워서 그렇다)
”뭐야 30분밖에 안됐는데 종이 왜 지금 쳐?”
”예체능은 30분만 봐요 쌤”
”난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 뭐야 무시당한거같아 X나 기분나쁘잖아?!?!?”


2학년 담임쌤

사실 첫 인상이 그닥 좋지 않았다.
2학년 담임선생님과의 첫 만남은 2학년때가 아니라 1학년 때였다.
당시에 좋아하는 영어 선생님이 있었어서 영어과 교무실에 자주 갔었는데 그 때 교무실에서 2학년 담임쌤은 처음 봤었다. 매우 카리스마 넘치셨고, 사실 그때당시에는 그냥 무서웠다.
선생님은 우리반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치셨다. 2학년 마지막 날에는 3색볼펜과 간식거리들을 주셨다. 3색볼펜은 부적으로 여기고 가지고 다니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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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음악선생님
선생님 별명이 라푼젤 계모 마녀다. 진짜 똑같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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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국어선생님

내 인생선생님이다. 진짜 교육자를 만났었다.
하늘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주신 분도, 시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신 분도, 인생을 가르쳐 주신 분도 선생님이다.

”얘들아, 너희 야자 끝나고 집에 갈 때 하늘 본 적 있니? 나는 그게 안타까워. 이 학교에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학생들이 하늘을 안 봐. 달이 참 예쁘단다. 나는 매일 하늘을 보는데 날마다 하늘의 모습이 다르단다.”

"너희들에게 수능 스킬을 알려주는 내가 쪽팔려. 사실 이 시의 작가가 누구고 시대상이 어떻고 그런거랑 수능 문제 어렵게 나오는거랑 무슨 상관이니. 읽고 감동을 받으면 그걸로 된 거 아니니.”


3학년 국어 선생님 이야기는 나중에 포스팅을 따로 하겠다.
어쨌든, 오랜만에 친구들과 선생님 이야기를 하니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몇 달 뒤에 3학년 국어선생님을 따로 찾아뵐건데, 뵙고 나서 후기도 쓰고 싶다.

이상, 그냥 추억팔이 포스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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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고등학교라니 너무나도 오래된 이야긴데...덕분에 추억해봅니다.
위니님 7데이챌린지 제가 지명드렸는데 실례가 아니기를요 ㅠㅠㅠ

앗! 7데이챌린지 다른분께 지목받아서 하다가 중간에 까먹고 안해버렸는디.. 어쩌죠 ?! :0 포스팅할때 kokyu님 아이디도 써드릴게요! :) 지목 감사합니다♡ 블로그 찾아뵐게요 :>

앗 제가 확인을 못하고 지명드렸군요 ㅠㅠㅠ에고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kokyu님 굿밤되시길 ㅎㅎ

굿밤되셔용:-)

으아아ㅠㅠㅠㅠ이렁 포스팅 넘므 조아여.. 저도 지금 제 선생님들 회상하는 중.. ㅠㅠ

앗..윤지님♡♡ 오랜만이에요 :D 선생님들 보고싶어요 ㅠㅠ 윤지님도 보고싶어요 XD

저희 진짜 봐요!! 오늘은 넘 늦었고 제가 내일쯤 톡할게요..❤️

좋아요!!XD~~ 윤지님 잘자용 ㅎㅎ

앗 너무 공감가는 글이네요! 스팀잇에 처음 입성한 뉴비예요 잘부탁드립니다아(๑>◡<๑)

안녕하세요 망망(?)님 :) 즐거운 스팀잇 활동 되세요!

저도 고등학교때 제가 스승이라 부를만한 분이 계셨죠.... 바로 수학선생님입니다.... 질문하러 가도 읏으시면서 받아주시고 고3때 제가 힘들어할때도 격려해 주신 유일한 분이시죠.... 지금도 찾아 뵙습니다 근데 연세가 고희넘으시면서 많이 아프신거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더 한분정도 인생 선생님이 있는거 같아요 다들 고등학교때 지나다 보면 ^^

멋진 스승님을 두셨나보네요 kaine님 :) 선생님은 아이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존재인 것 같아요!

이런 이야기 읽으니 마음이 따순따순해지네요.😊
전 학창시절 어떤선생님이 기억에 남는지 가만히 생각해봤는데
중학교 처음 입학해서 체육시간이였는데
운동장에서 좌우정렬 시키면서 줄을 맞추고 있는데
갑자기 체육선생님이 저한테 다가와 뺨을 때리더라구요.
똑바로 줄 맞추라면서...
맞춰가는 중이였는데 ...(훌쩍) 괜히 군기잡으려고 그러신건지...
사춘기때라 그런지 맞은 뺨보다 마음에 상처가 크게 남았어요 ㅠ_ㅠ
그 후로는 체육시간만 되면 심장이 쿵쿵...! 이런 상처는 얼른 아물어야될텐데 충격받은건지 지금생각해도 상처는 여전하네요 😨

뺨을 때렸다구요??????? 미친놈이네 아주; 시대가 어느시댄데 ㅡㅡ.. 찌니님 사춘기때라서 상처받은게 아니라 누구나 상처받는 일이었을거예요 진짜 미친놈 다보겠네;;; ㅡㅡ 인성 진짜 장난아니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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