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제도] 현재의 입시제도에 대한 생각

in #kr-policy6 years ago

현재의 입시제도에 대한 고등부 강사로 일한지 12년 정도 된 강사의 의견입니다.
@armdown 님 글을 보고 적게 되었으며 마침 오늘이 휴일인데 직전대비 2명과 보강 1명이 예정되어 시간이 좀 남아서 적습니다.(할일은 많은데 왜 시간이 남지??)

1현재의 대입제도는 크게는 수시와 정시로 구분이 됩니다.
수시는 다시 학종, 논술, 적성 등으로 나누어 집니다.
여기서 적성은 대부분 중하위권 대학이라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크지않고 그 내용도 수학은 1학년 정도의 수준을 요하므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2논술은 전체 학생선발 비중에서는 2.4프로 정도이지만 중상위권 대학으로 좁히면 실제 선발 비율은 15프로 정도까지 올라가므로 대부분의 중상위권 학생들은 관심을 가져야 하므로 포함시키겠습니다.

3정시부터 살펴보면 실제 정시는 백프로 수능입니다. 형식적인 내신반영비율이 있으나 여기에는 기본점수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모르십니다. 그래서 내신은 정말 하필이면 딱 커트라인 아니면 거의 소용이 없습니다. 차라리 언어나 수학을 한문제 더 맞으면 모든게 해결됩니다.

4논술은 기본적으로 논술시험이 당락을 좌우합니다. 논술에서는 내신이나 수능이 아예 반영 안되는 대학도 있고(한양대가 대표적입니다.) 반영하더라도 정시처럼 기본점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기다가 논술시험에서의 학생들의 편차가 워낙 심하여 논술만 잘쳐도 됩니다. 단, 의대같은 경우는 수능 최저가 1인 경우가 많아서(즉 1등급만 받겠다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수능점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5이제 말씀하신 학종인데요, 이건 정말 할말이 많은 전형입니다.
이전에 있던 교과, 특기자 등으로 분류되던 것이 MB시절에 입학사정관 전형이라는 제목으로 바뀌고 503시절에 학종이라는 이름으로 바뀐겁니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도 그 이후 많이 변했으나 전형의 구체적인 방식이나 내용이 하나도 공개가 안된다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학종에 대해 잘못 아실만한 것에 대한 반론으로 제 생각을 적겠습니다.

(1) 학종은 종합적으로 학생의 기록을 보고 평가한다.
학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신입니다. 이건 설명회 가보시면 바로 들을 수 있는데 비중을 70프로 이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역별로 같은 내신 등급이라도 당락이 바뀝니다. 물론 학교별로도 다릅니다. 평균등급 3인 학생이 합격하는데 1.7인 학생은 떨어집니다. 비교과가 다르니 당연한것 같지만 전자는 강남권의 좋은 학교 후자는 비강남권 학생일 확률이 대단히 높습니다.
실제로 모대학교 입학처장이 대치동 설명회에서 4등급만 받으면 올 수있다고 한적도 있습니다.

(2) 비교과에 대한 평가를 통해 뽑기 때문에 (1)의 사례는 당연하다.
위에서 적었듯이 비강남권 학생이 저렇게 뽑히면 언론에서 보도되겠지요. 강남권 학생이거나 특목고 학생이라면 보도 안합니다. 실제 수시에서 낮은 등급으로 붙은 학생이 여러분 주변의 평범한 학교에 다니는 비범한 학생일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영화를 너무 많이 보신겁니다.
실제 그런학생은 거의 없고 있어도 생기부로 가려낼 수 없습니다.(생기부에는 대부분 좋은 말만 적혀있습니다.)

(3) 학교 선생님이 지켜보면서 평가한 것이니 가장 정확하다.
이것도 저는 지나치게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봅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대부분 본인의 학생을 정말 사랑하고 하나하나 깊이있는 관찰을 통해 학생의 성취도와 노력을 판단하고 생기부에 객관적이고 상세한 기록을 할까요?
제가 본 학생중에는 잘못된 생기부 고치러 갔다가 담당선생님과 교장선생님에게 나댄다고 혼나기만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경험상 지역별로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이 선생님역량입니다.
열심히 하시는 선생님들은 여러분이 잘 알고 계시는 그 동네에 제일 많습니다. 왜냐하면 학생들이 워낙 사교육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시험지를 출제하지 않으면 내신 등급이 가려지지 않는 경우가 워낙 많습니다. 또한 교육과정을 줄줄 읊을 수 있는 학부모와 수시로 상담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무시당하기 쉽습니다.
정리하면 이 부분 때문에 학종이 로또가 되는 겁니다. 운좋으면 좋은 생기부를 들고가고 운나쁘면 별로인 생기부를 들고가는 겁니다.

(4) 학생이 점점 노력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 등 여러가지 요소가 반영된다.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6-4-3인 학생과 2-3-3인 학생이 있으면 앞의 학생이 붙을까요?
대학은 그런 수고를 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에게 입시제도는 잘하고 성실한 학생을 최대한 뽑으면서 정부지원금을 많이 받기 위한 수단입니다. 애초에 조금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을 잘 가르쳐서 인재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있지 않다고 봅니다. 문과는 제가 잘 모르겠고 이공계 교수님들은 학생들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 의향이 있으신 분은 거의 없습니다. 어차피 평가는 대부분 논문으로 이루어지니 구태여 번거롭게 몇개하는 수업에서 저런 노력이 필요없는거죠. 물론 훌륭한 교수님들도 많습니다. 저도 몇분 겪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아닙니다.

(5) 학종으로 사교육보다 학생의 역량이 더 중요해진다.
학종의 가장 큰 비중이 내신이라고 했습니다. 1,2 학년 학생들은 학원에 왜 다닐까요. 내신입니다. 수능때문에 3년간 다니는게 아니고 1년에 네번있는 중간/기말고사 때문에 다니는 겁니다. 그럼 사교육비 많이 써서 1대1 내신 수업하는 학생과 아닌 학생 누가 더 유리할까요.
비교과도 학원들 많습니다. 3년간 로드맵을 짜주고 중간점검 및 앞으로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컨설팅을 해줍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저정도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6) 수능 등급제는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학종과는 무관할 수 있지만)
영어 등급제로 가장 혜택을 많이보는 학생들은 누굴까요.
대치동, 외고 등의 특목고 학생들입니다.
등급제 이후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이전 수능 9등급 체계에서 대치동 학교들은 학교의 모의고사 영어 평균이 90점이 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등급제가 되었으니 이제 90점 넘으면 별다른 공부가 필요없어져서 다들 수학, 국어, 탐구에 더 시간을 씁니다. 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이외에도 선생님들이나 학교의 개별적 역량에 따라서 생기부 내용이 너무 차이가 난다거나, 악의적으로 생기부를 안좋게 적어서 피해를 주는 등의 부작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처음에도 적었지만 대학이 정보공개를 하지 않습니다.
대학들에게 정보공개를 강요하지 못합니다. 소송하면 몇년 걸리고 벌금내고 흐지부지 됩니다.
예전에 고려대에서 고교 서열별로 내신 차별한게 밝혀져서 보도되고 했었는데 후속보도는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인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도 못들었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그저 대학들이 공정하게 학생들을 평가할 거라는 기대만 할 뿐입니다.

그럼 왜 수능을 옹호할까요.
최소한 수능은 대학들이 임의대로 학생들을 선발할 수 없게 합니다.
수능이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으니까요.
최고 난이도 문제는 이미 충분히 어렵습니다. (수학 21번, 30번 문제를 보시면 압니다.) 그러니 중상위 난이도 문제를 늘이고 변별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서술형 문제를 도입해서 편법이나 암기로 풀 수 없게 해야합니다.

수능이 너무 한번의 시험에 모든 것이 결정되서 불만이라면 그에 따른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의 학종은 단순히 대학이 임의로 뽑던 시절의 수시의 연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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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대부분 저도 알고 있는 내용입니다(저도 과거 대치동에서 10년 넘게 논술 및 입시를 강의했습니다). 문과를 담당했고요. 이과하고 다른 점이 많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본문에 쓰지는 않았지만, '학종'이라 불리는 복잡한 제도를 단순화하고 일정한 지표를 공개하는 쪽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능 시험 개선에는 100% 동의하고요.)

결국 학교가 교사를 얼마나 신뢰하느냐 문제로 귀결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단점들이 현존하는 건 사실이지만, 긍정적 변화가 있었느냐 자체가 조사되어야 할 것입니다. 근데 자료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료부터 확보하고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입니다.

제 글에 선생님 글 링크를 달아 독자에게 참고가 되게끔 하시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링크 거시는 건 좋습니다. ^^

그리고 제 의견은 입시제도의 개선을 이야기 하려면 입시제도가 결과를 낼때까지 말씀하신대로 투명성을 보장하면서 관리 및 보완을 해야한다 입니다.
그게 어떤 제도라도 장단점은 존재할테니까요.
현재 입시제도의 평균수명이 3년 내외라고 알고 있는데 이래서야 제대로 된 입시제도를 찾는게 가능할지 의심스럽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아, 링크는 선생님께서 달아주시는 것이.
혹시 제가 달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서요^^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이시군요.
저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교육제도, 입시제도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를 키우고 학교에 보내고 있지만 매년 눈쌀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일이 생기곤 합니다.
부디 우리 교육이 좀더 합리적이고 공평하게 변해보길 기대하지만 그게 과연 실현가능한 것일지 걱정이네요..ㅠㅠ

중요한 것은 문제 인식과 개선과정의 합의가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몇달만에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개정으로는 불가능 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렵네요 ㅎㅎ잘보고 갑니다. 보팅드려요

현재 입시구조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서 제대로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그래서 의심이 난무하고 당사자들은 힘들어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필승! 상병 크립토 @hellocrypto입니다 :) 보팅 이벤트 참여해주셔서 보팅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감사 풀보팅 인사 왔습니다~ 3/5]

감사합니다

공룡 이벤트 보팅 완료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거운 일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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