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날한시 #12] “사랑스런 추억” / 윤동주

in #kr-po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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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추억(追憶)

윤동주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停車場)에서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기차(汽車)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汽車)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下宿房)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汽車)는 몇 번이나 무의미(無意味)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停車場)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창작일자: 19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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