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21. 감자와 맛동산

in #kr-pet6 years ago (edited)

고양이는 자신의 흔적을 적에게 노출하지 않기 위해 땅을 파서 배변한 후 흙으로 덮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생후 1.5개월의 조그마한 둘째를 데리고 왔던 첫날부터 고양이 화장실(작은 상자에 고양이 모래를 부어주었다.)을 이용했던 것이나 친정에 데리고 갔을 때 넓은 화분에다 실례하는 것으로 보아, 그냥 파고 덮을 수 있는 곳이면 화장실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고양이 집사는 고양이의 대소변을 맛동산과 감자라고 부르는데, 이는 고양이 화장실에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응고형 모래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모래가 묻은 건강한 대변은 땅콩 가루가 묻은 맛동산처럼 생겼고, 응고형 모래에서 파내는 소변 덩어리는 밭에서 감자를 캐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충전재 종류


화장실 충전재는 수분을 접했을 때 뭉치는 응고형 모래와 수분을 흡수하는 흡수형 모래로 나눌 수 있고, 응고형에는 벤토나이트, 두부모래, 흡수형에는 크리스털 모래(실리카겔), 우드 펠릿, 벤토나이트 등이 사용된다. 이들은 냄새, 사막화, 먼지 날림, 안전성, 가격, 사용 방법에 대한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그런데 그 모든 장단점을 제쳐두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양이가 사용하는가?”이다. 고양이는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변을 하지 않거나, 엉뚱한 곳에 배변한다. 차라리 엉뚱한 곳에 배변하면 괜찮은데, 배변을 아예 하지 않는 경우 변비 또는 하부요로감염 등의 질병에 걸릴 수 있으므로, 화장실 충전재 종류를 바꿀 땐 적응 기간을 가지고 점차 내용물을 바꾸며 대소변 횟수가 줄어들지 않는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우리는 응고형 벤토나이트, 흡수형 벤토나이트, 크리스털 모래, 우드 펠릿에 도전했는데, 우리 집 고양이의 선호도는 응고형 벤토나이트 = 흡수형 벤토나이트 > 크리스털 모래 >>> 우드 펠릿이었다.

  • 벤토나이트 : 고양이의 선호도가 높고, 냄새를 잘 잡는 편이다. 그러나 사막화(온 집에 모래가 굴러다닌다.), 먼지 날림, 고양이 발바닥이 건조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그루밍 시 발가락에 낀 벤토나이트를 먹게 되기도 한다.
    응고형 벤토나이트는 매일 감자와 맛동산을 치워주고 2~4주에 한 번씩 전체 모래를 교체해야 하는 데 비해, 흡수형 벤토나이트는 매일 맛동산만 치우고 1주일에 한 번 전체 모래를 교체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써본 결과 흡수형 벤토나이트도 마르는 데 시간이 걸려 매일 치워줘야 했다.
  • 크리스털 모래 : 흡수형 벤토나이트와 마찬가지로 매일 소변을 치우지 않아도 되고 사막화가 적으며 먼지 날림이 없다. 그러나 우리가 썼던 제품은 특유의 향이 너무 강했고, 고양이의 선호도도 높지 않아 사용을 그만두었다.
  • 우드 펠릿 : 사막화가 없고 자연 친화적이다. 하지만 우리 집 고양이가 전혀 사용하지 않아 포기했다. 먼지 날림이 적다고 들었지만, 친구의 집에서 경험한 바로는 톱밥을 버릴 때의 발생하는 먼지도 심각했다.


결국 우리는 응고형 벤토나이트로 돌아왔다. 응고형 벤토나이트에도 많은 제품이 있는데, 처음에는 에버크린을 사용했고 지금은 타이디캣을 사용한다. 타이디캣의 경우 에버크린보다 냄새를 못 잡지만, 먼지 날림과 사막화가 덜하고 에버크린을 사용할 때와 달리 갈라짐 없는 매끈한 발바닥을 유지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사막화의 경우 화장실 앞에 깔아둔 발매트도 사막화를 경감시키는 데 한몫했다.

화장실 관리하기


고양이 화장실을 구매하면 뚜껑이 있는데, 고양이에 따라 뚜껑에 대한 선호도가 갈린다. 우리 집 두 마리는 뚜껑이 없는 것을 선호해서 뚜껑은 사용하지 않으며, 이케아에서 넓은 플라스틱 수납통을 사서 화장실로 만들어주었다. 고양이는 2마리지만 화장실은 4개인데, 상대방이 쓴 화장실은 싫어하기도 하고, 소변과 대변도 서로 다른 곳에 누는 것을 보아 화장실은 개수가 많고 넓을수록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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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주택에 살고 있어 환기가 잘 되는 곳에 있는 화장실 하나를 내주었지만, 아파트에 살 때는 베란다에 고양이 화장실을 두었다. 베란다의 경우 환기가 잘 되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겨울에는 문제가 있었다. 외부와 내부의 온도 차로 인해 결로가 생길 경우, 응고형 모래 또한 뭉쳐버렸기 때문이다. 결로는 집 자체에도 문제를 일으키기에 겨울에도 항상 베란다 창문을 열어두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추운 겨울에 추운 베란다에서 볼일 보러 가는 게 고양이 입장에서는 아주 싫었을 것 같다. 당시에는 소변 횟수를 체크하지 않았는데, 왠지 추운 겨울 동안 화장실에 가지 않아 음수량도 줄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후회가 있다.

전체 모래의 교체 주기는 충전재 종류나 제품, 고양이 수, 화장실 크기에 따라서 다를 수 있고, 화장실 냄새는 온도와 습도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각자의 판단하에 정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자주 교체하면 좋겠지만, 비용도 많이 들뿐더러 번거롭기 때문에 우리의 경우 3주에 한 번씩 모래를 교체하며, 교체 시에는 고양이 샴푸를 이용해 용기를 씻고 잘 말려준 후 새 모래를 붓는다.

맛동산과 감자로 알아보는 건강 상태


어린 둘째를 보호 중이던 병원에 둘째의 건강을 여쭤봤을 때, “잘 먹고 잘싸요."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몰랐는데, 고양이는 아프지 않아야 잘 먹고, 배변에 관련한 장기가 건강해야 잘 싼다.

맛동산과 감자를 매일 수확하는 것은, 화장실이 깨끗해지는 것 외에도 고양이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맛동산 : 건강한 고양이는 1일 1~2회의 맛동산(굵고 길며 수분을 함유해 모래가 묻어난다.)을 생산한다. 변비에 걸린 고양이의 경우 1~2cm 정도로 끊어진 짧은 변을 누며, 이를 오래 방치할 경우 거대결장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되직한 변을 누는 경우는 장염 등에 의한 설사를 의심해볼 수 있는데, 이 두 경우 모두 동물병원에서의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 감자 : 고양이의 정상 소변횟수는 1일 2~4회이다. 이보다 적을 경우 방광염 등에 의한 배뇨 곤란을, 많을 경우 신부전증이나 당뇨를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당뇨의 경우 오줌이 끈적해지는데, 이때에는 모래가 뭉치지 않기 때문에 감자가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역시 동물병원에서의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고양이 화장실 등의 환경 변화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양이가 배변 전후로 소리를 내거나 화장실이 아닌 곳에 배변한다면 이 역시 하부요로계 질환이나 신장 이상, 또는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이때에도 동물 병원에서의 진단이 필요하다.

집에 두 마리 이상의 고양이가 있을 경우는 맛동산과 감자의 주인을 알 수 없어 건강상태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우리의 경우도 올해 초에 누군가에게 변비가 생긴 것 같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고 결국 첫째가 거대 결장 진단을 받았다. 그 이후로 모션 인식을 하는 웹캠을 달아서 매일같이 첫째와 둘째의 대소변 횟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진작 이렇게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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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깔끔한 성향의 고양이지만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들은 볼일 보고 묻을 데가 없어서 콘크리트 위에서 일을 보곤 하더라구요.^^

흠.. 그런 부분은 참 안타까워요. 인간에 의해 무분별하게 개발돼서 잡아먹을 동물이 없어지고, 배변을 할 땅이 없어진건데, 쓰레기를 뒤지거나 모래 놀이터에 배변을 한다고 싫어하시는 분도 계셔서요. 물론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지만.. 조금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 맛동산과 감자로 체크하는 건강상태 정말 신기하네요~ ㅎㅎㅎ

흥미롭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맛동산과 감자 ㅋㅋ 말미에 가서야 의미를 알고선 ㅎ

사람이든 동물이든 화장실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조오기 전용 화장실 넘 쾌적해보여서 참 좋아할 듯 해요~

처음에는 조그마한 화장실 두개로 시작했는데, 여행 다닐때 친구들에게 화장실 청소 부탁하는건 좀 심하다고 싶어서 넓혀줬어요. 예전엔 프라이버시라고 생각해서 화장실 들어가면 일부러 시선을 피했는데, 요새는 웹캠으로 찍다보니 보게 됐어요. 그런데 여기 저기 들어가봐서 제일 마음에 드는데 안착하더라고요. 넓혀준건 잘했다 싶어요.

집사일기를 읽을때마다
역시 고양이가 주인이고 인간은 종이라는 걸 확실히 깨닫고 갑니다ㅋㅋㅋㅋ
저는 아직 길냥이에게 갑질하는 입장이라 가끔 까먹거든요-ㅅ-ㅋㅋㅋㅋ

ㅋㅋㅋ 그래서 집사일기인가 봅니다.

화장실을 큰서랍으로 잘 만들어 주셨네요.
아이들은 한마리당 한개의 화장실하고 여유분이 한개 더 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많으니까 힘들기도 하고, 우리는 두부 모래를 쓰고 있는데 광동이 때문에 관리하기가 힘드네요 ^^

저희는 두마리인데도 저녁에 애들 활발할 땐 돌아서면 화장실을 치우는 느낌인데 옐로캣님 댁은 매번 치우시려면 진짜 힘드실 것 같아요. 그래도 애들이 두부모래를 좋아하나봐요! 그런데 광동이는 두부모래를 싫어하는거예요?

아뇨~ 광동이 는 모든 곳이 화장실 이에요.
그래서 냄새도 많이 나고 청소도 어렵고 다른
아이들도 힘들어 하고 있어요

앗 ㅠㅠ 혹시 광동이는 신장이나 방광이 괜찮은가요? 저희 첫째가 어느 순간부터 여기 저기 볼일을 보고 다녔는데, 그 자리에 패드만 깔아줬었거든요. 신장이 이상할까 걱정은 했지만, 의사 선생님도 그냥 겉보기에 털 상태도 괜찮다고 하시면서 검사를 안하셨어요.
그런데 어느날 팅키님께서 신부전증 앓았던 첫째 고양이도 침대에 실수를 했다고 한번 걱정을 내비추셨고, 저희 첫째가 식욕을 완전히 잃어서 피검사를 했다가 신부전증인걸 발견하게 됐어요.
혹시 모르니 한번 검사를 받아보셔도 좋으실 것 같아요. 저희 첫째가 예전에 방광염도 잠깐 있었는데, 그 땐 치료되고 나니깐 소변 실수는 안했거든요.

그러고보니 첫째가 변비였을 때는 심지어 화장실이 아닌 곳에 대변을 떨어뜨려 놓기도 했어요.

광동이는 비만이 되고나서 그러고 있어요.
아들 말로는 낮에는 잘 있다가 우리 퇴근 시간 만 되면그런다고 하네요.
남편에게 관심 받을려고 하는것도 있고 남편이착하다고 이뻐 하거든요. 밥도 잘먹고 하고 있는데 관심을 가지고 지켜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좋은시간 보내세요 ^^

:) 그럼 다행이예요. 아이들이 건강한게 최고인 것 같아요!!!!! 즐거운 한주 되세요!

길고양이만 아는 저한테는 정말 좋는 교육자료네요.잘 봤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맛동산과 감자라 재밌네요 ㅋㅋ 저는 제목만 보고 맛동산이랑 감자를 먹이는 줄 알았어요. 고양이한테 과자를 먹여도 되나? 순간 생각했어요 ㅋㅋ
by효밥

ㅋㅋㅋㅋㅋㅋ 아마 줘도 안 먹을 것 같아요. 당근은 발로 골라서 빼더라고요.

랜선집사는 그저 즐거움만 얻어가는 것 같아 항상 마음에 걸려요.
어릴 때는 그렇게도 싫어는데 한 번 부비부비 당한 후로 마음을 온통 빼앗겨 버렸습니다...ㅎㅎㅎ

ㅋㅋㅋ 제 남편이 첫째한테 부비부비 당한 후 당장 집사가 됐어요. 저도 몆년 전까진 무서워했는데 키워보니깐 진짜 애교도 많고 완전 사랑스러워요.

아이들이 최적의 환경에서 생활하겠네요..
맛동산과 감자...ㅎㅎㅎ... 이건 전문용어인가요, 직접 만드신 용어인가요..ㅎㅎ

저희도 처음 키우는거라 환경이 좋아진지는 얼마 안됐어요. 바쁘기도 했고 잘 모르기도 했어서요.
감자와 맛동산은 집사계에서 널리 쓰이는 용어입니다.

글을 다 읽고 나니 맛동산과 감자만 머리에 남는... ㅋㅋㅋㅋ
이제 맛동산과 감자 먹을 때마다 생각날 것 같아요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그래도 남편이 맛동산 살때마다 놀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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