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26. 고양이가 아플 때 보이는 행동

in #kr-pet6 years ago (edited)

작년 겨울부터 올해 여름까지 첫째 고양이가 많이 아팠다. 12월 초 어느 날 침대 위에서 커다란 발톱을 하나 발견했는데, 처음 보는 것이면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첫째의 발에서 피가 흘렀고, 그날은 하필 대부분 병원이 문을 닫는 금요일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평이 좋지 않던 동물 병원에 가야 했다. 결국 그곳에서 급하게 봉합 수술을 한 후, 10일간 항생제를 먹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 봉합 수술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었다.

1월 어느 날 똑같은 자리에서 또 피가 흘렀고, 기존에 다니던 병원으로 데려갔지만, 그간 조직 괴사가 발생해 결국 마취를 한 후 발가락 끝마디 하나를 잘라내고 입원을 하고, 또 항생제를 먹어야 했다. 몇 번의 병원행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항생제 투여는 다른 부작용을 일으켰고, 그렇게 피부병, 장염, 변비, 거대 결장, 치주염, 신부전을 진단받았다.


고양이가 사람에게 아프다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자신이 아픈 것을 숨기려 들어 아픈 것을 적시에 알기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아픈 고양이는 평소와 조금 다른 행동을 하기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병을 일찍 발견하고 처치할 수 있다.



<아플 때 보이는 행동>


1. 침대 밑, 커튼 뒤 등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지낸다.

고양이는 높은 곳에 있는 것을 좋아한다. 때문에 보통은 소파, 침대, 캣타워 등 어딘가 위에 올라가 있거나, 또는 편안해 하는 상자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픈 고양이의 경우 좀처럼 밖에 나오질 않는다.

올여름, 좀처럼 침대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던 첫째 때문에, 둘째도 줄곧 침대 밑에 들어가 있었다. 잠도 이곳에서 자고, 밥도 침대 밑으로 넣어줘야 먹던 그런 힘든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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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한 건강한 냥이들


2. 집에 돌아왔을 때 문 앞에서 반겨주지 않는다.

집에 오면 항상 문 앞에서 나를 기다렸던 첫째가, 아픈 몇 달간은 어딘가에 숨어 있느라 마중조차 나와주지 않았다. 몸이 회복된 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문 앞에 쪼르르 달려와서 앉아있다.


엄마 왔냐옹?


3. 집안을 활기차게 뛰어다니지 않는다.

건강한 고양이는 우다다 뛰어다닐 때가 많지만, 아픈 고양이는 좀처럼 뛰지 않는다. 또한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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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리고 있는 첫째


고양이가 자주 취하는 식빵 굽는 자세는 발이 몸 안쪽으로 들어와 있지만, 아플 때는 표정도 불편하거니와 발도 밖으로 나온 채로 웅크려있다. 또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때가 많다.



올바른 식빵의 예


4. 깜짝깜짝 놀란다.

작년, 처음 첫째가 아프기 시작했을 때 보였던 행동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갑자기 깜짝 놀라서 뛰어가거나, 과하게 그루밍을 하는 것이었다. 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5. 식욕이 떨어진다.

새로운 음식이 아닌, 기존에 잘 먹던 음식조차 거부하거나 덜먹는다. 식욕은 가벼운 설사, 장염에 의해서도 떨어지지만, 신부전 등의 질환에서도 식욕부진이 발생하므로 병원에서 검진하는 것이 좋다.


6. 구토를 한다.

그루밍을 해서 먹은 헤어볼이 함유된 토는 많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또한 음식물 원형이 거의 그대로 보존된 토의 경우는 과식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액체로 된 토를 일주일에 2회 이상 한다면, 병원에서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만약 토의 색깔이 무색이 아닌 붉은색, 녹색 등일 경우에는 바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7. 설사 또는 혈변을 본다.

설사하는 동안은 식욕도 함께 떨어진다. 가벼운 설사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슬리퍼리 엘름바크(Slippery Elm Bark, 유근피)로도 멎게 할 수 있지만, 설사가 심할 경우 탈수의 위험도 있으며 설사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병원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변비의 경우에는 대변에 피가 묻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장 출혈로 인한 혈변은 까만색 변을 본다.


8. 소변 횟수가 늘어난다.

신장병의 증상 중 하나는 물을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누는 것이다. 정상적인 소변 횟수는 1일 2~4회인데 만약 5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는 병원에서의 검진이 필요하다.


9. 침을 흘린다.

침을 흘리는 이유도 참 다양하다. 치주염이 발생했을 수도 있고, 신장이 좋지 않아도 침을 흘릴 수 있으며, 또는 고양이에게 독성이 있는 것을 먹었을 때에도 침을 흘린다. 첫째는 평소에는 괜찮아 보였지만, 자고 일어나면 자리에 침이 흘려져있는 경우가 있었다. 병원에 방문하고 보니 치주염이 생긴 상태였다.


10. 체중이 줄어든다.

고양이의 무게는 보통 3.5kg~6kg 정도이다. 작년 여름의 건강 검진 시 4kg였던 첫째는, 올해 2월 3.8kg가 되었고, 신부전 진단을 받았던 7월 초에는 3.5kg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시 3.9kg로 돌아왔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100g이지만, 가벼운 고양이에게는 엄청난 무게 차이이다. 아픈 고양이의 경우 식욕 부진 등에 의해 의해 몸무게가 줄어드는데, 두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키우는 경우 한 마리의 식욕 부진은 알아차리기 힘들어도 체중은 각각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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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의 몸무게를 공개하다닛!


일반 체중계에 고양이를 들고 무게를 재는 것은 정확한 측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으며 성인을 위한 체중계는 100g 단위임에 반해, 신생아 용으로 나온 체중계는 최소 측정 단위가 1g이므로 신생아 용 체중계를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체중계 위에 좀처럼 앉아있길 싫어한다면(둘째는 꼭 발 하나를 밖으로 꺼낸다.), 좋아하는 상자에 들어가 있을 때 상자 채로 무게를 잰 후 상자 무게를 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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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빵들이 이제 올바르게 자고 있겠죠... ㅎㅎ
디클릭도 함께 응원하고 싶은데 잘못 연결되네요..

으으.. 저는 디클릭이 너무나 어렵습니다. ㅠㅠ
식빵은 아닌데 이쁘게 잘 퍼질러져서 자요. ㅋㅋㅋ 흐뭇하네요.

이런 걸 보면 사람, 특히 아이 아플 때와 비슷한 것 같아요. 활동량도 줄어들고,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그렇고...물론 사람과는 다른 증상들도 알아야 하기에 고양이 키우기가 쉽지 않은 거겠죠- 정말 자세히 써주셨네요.^^

애기는 아프면 울거나 말이라도 할텐데 고양이는 말을 안해줘서, 처음에 모를때는 참 서로 고생했어요. 저희가 몰라줘서 고양이도 답답했을 것 같아요.

초보 집사님들이 이 글을 봄다면 냥이들이 아플 때 빨리 눈치채고 조치를 취할 수 있겠네용 ㅜㅜ 아가가 이제 안 아파서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몇년 전 처음 웅크리고 앉아있을는 걸 봤을 때는 아파서 그런건지 잘 몰라서 며칠을 그냥 보고 있은 적도 있었어요 :( 육아처럼, 고양이를 키울때 알아야할 점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어쩌다 발톱이.. 마이 아팠겠다... T^T

ㅠㅠ 그니까요. 게다가 재수술까지 ㅠ

예전에는 반려동물 한마리 들이는게 사람만큼 손이 간다고 생각했지만...
순이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바뀌네요.
사람보다 훨씬 섬세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군요.
아프다고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역시 항상 애정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평소의 행동과 다르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겠지요.
쾌유를 기원합니다.

말이 안통하는 부분이나 약먹이면 토하고 이런건 어린아이 키우는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는 항상 데리고 다녀야 하는데, 고양이는 물과 밥을 놓고 나가면 알아서 먹는다는 편한점도 있긴 합니다.

사람 아픈것도 맘아프지만 애들아플때는 더 맘이 아프더라구요 말과표현을 못하니 더그런거 같아요 그저 건강한것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쵝오! 인거 같습니다 .

아프지 말자 이눔들~~ ㅎㅎ

ㅎㅎ 사실 제가 직접 아픈거 아니면 참 알아주기 힘든 것 같아요. 그래도 사람은 말이라도 하니까 ㅠ
여튼 안아픈게 최고입니다. 깜지랑 부인님과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발톱이 빠진 자리가 아물지 안나보군요. ㅠㅠ

네. ㅠㅠ 뭘로 막았던데 그게 상처 아무는데 전혀 도움이 안됐나보더라고요. 거기서 첫 치료만 잘 했어도 올 한해 이만큼 고생하자 않았을 것 같아서 화나요 :(

써니님 덕분에 첫째 고양이가 건강을 되찾아 다행입니다~
주인을 참 잘만난 듯.

냥이 집사들에겐 참고로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막상 키워보시면 넘나 귀여워서 @mistytruth님도 정성을 쏟게 되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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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공개를 싫어합니다. 숙녀의 몸무게를 지켜주세요~
ㅎㅎㅎ 고양이가 침대밑에 들어가는거 좋아하는줄알았는데
아니었네요~~고양이까페가면 아픈애들이었어요 ㅠㅠ

ㅋㅋㅋㅋㅋㅋ 몸무게 늘은게 넘 좋아서 그만.
너무 밝은게 싫어서 침대 밑에 들어가기도 하지만, 평소엔 그냥 적당히 어두운데 있지 계속 침대 밑에만 있진 않아요. 고양이 카페 저는 안 가봤는데, ㅠ. ㅠ 그냥 식빵 자세는 괜찮아요. 그래도 사람을 많이 좋아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는 받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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