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버릴건가요?

in #kr-pet7 years ago (edited)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안녕? 안녕...

첫만남, 첫이별

어린 시절, 작은 거북이를 10년 가까이 키웠습니다.

좁은 대야에서 지내는게 안쓰럽고 지쳐가는 것 같아 방생하기로 했죠. 

근처에 양재천이 있었기 때문에 수차례 적응을 시켜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날, 막아두었던 그물을 치우고 조심스럽게 길을 열었죠. 멈칫하던 녀석은 이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사라졌다가 돌연 돌아와서는 멀뚱멀뚱 우리를 쳐다보더니 다시 물속으로 사라지더군요. 헤어진 뒤로 그 녀석이 얼마나 오래, 자유롭게 살았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퍽 카리스마가 넘쳤던 녀석이니 어디 구석에서 골목대장 정도는 하면서 지내지 않았을까 싶네요.

설레는 첫만남이었고 또 그때는 아직 실감나지 않던 첫이별이었습니다.


조건없는 마음과 한결같은 위로

반려동물이 내게 가져다주는 것

반려견을 입양하기로 한 건 가족들이 집에서 잘 모이지 않게 되면서였습니다. 다들 바쁘기도 하고, 공부나 알바를 병행하기도 하고 맞벌이를 하면서 집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상당히 적어졌죠. 그래서 구심점이 되는 새로운 가족을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원두는 아주 고맙게도 훌륭하게 그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누구나 원두를 보면 그날의 피로나 모진 마음을 허물게 되고 원두를 주제로 한 대화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관심이 가고 흐뭇했죠. 행동 하나 하나가 아슬아슬하고 소중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대체로 들리는 이야기나 길가에서 마주한 반려견들도 비슷하다고 느낍니다. 모두 아주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죠.(간혹 지옥 파수견) 말 그대로 반려로 생각하고 애정을 주시는 분들이 많았죠.


그토록 원하던 아들이나 딸, 동생이 나타난다면

반려동물이라고 쓰고 내 동생, 내 자식, 우리 오빠라고 읽는다

사람보다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반려견의 경우, 데려올 때는 동생이었다가 곧 친구가 되고 금방 나보다 나이가 많아져버립니다. 활발하고 건강하다가 전성기가 지나면서 점점 늙어가고 여기저기 아파하기도 하죠.

유기되는 반려동물을 보면 병이 들거나 늙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처음 데려올 때의 귀여움이나 활발함이 사라지면서 그들이 생각하기에 쓸모가 없어졌다고 판단한게 아닐까요? 아프거나 다친게 아니라 고장이 났다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우리 집 반려견이 고장났어요.

나는 물건이 아닌데

물건을 구매할 때는 어떤 수요가 있기 때문에 구매를 합니다. 이동수단이 필요해서 자전거를 사기도 하고, 글을 쓰기 위해 펜을 구매하죠. 그렇게 구매한 자전거나 펜이 고장이 나거나 새로운 자전거를 사거나 혹은 이사할 때 짐이 된다는 이유로 버리기도 합니다.

반려동물 유기에 대한 이유도 비슷했습니다. 이사를 가야해서(27%), 너무 짖어서 (22%)라는 통계도 있네요. 반려동물을 생명이 아닌 상품과 동일하게 취급을 한다는 의미죠. 가혹하게도.


반려

너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들

애완동물이 사업화가 되서 돈을 주고 받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져버린 탓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적어도 반려동물로 데려오기로 결정했다면, 그 순간부터 가족이 늘어난다는 책임과 인식이 필요합니다. 선물로 주고 받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선생님이자 고마운 만남으로 생각할 수 없을까요? 무조건적인 사랑과 배려심을 받고 다시 돌려주는 것 그리고 소중한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의 성숙함까지 배울 수 있으니까요.


최소한의 이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의 성숙과 제도가 마련되야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해 반려동물과 함께 할 수 없을 때도 있습니다. 오히려 요즘에는 가족과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익숙한 편이죠. 하지만 그런 상황이라고 해서 내 아이나 동생 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길가에 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보육원이나 요양원같은 시설로 보내는게 일반적이죠.

이런 상황에 놓인 반려동물이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커뮤니티는 꽤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나 작은 집단이 조직적으로 운영하는건 한계가 오긴 마련입니다. 돈이 되지 않으니까요. 적어도 공식 입양기관을 지정해서 어느정도 지원을 해주면 지금보다 훨씬 원활하게 진행이 될 것 같네요. 물론 그 전에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이 퍼져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정리하자면,

1.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문제

2. 주고받는 선물이 아닌 새로운 가족

3. 이별을 가볍게 생각하지 말기

기약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짜릿하거나 즐거운 분은 없으시겠죠?
세상의 모든 것이었던 가족에게 버림받고도 그 기억 한 조각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유기동물이 조금이라도 사라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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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키우는 거북이랑 같네요.


생명을 오락으로 취급해서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카메스쿠이'

작년 여름에 같이 살던 아이가 축제에서 건져온 아이인데, 세계일주 한다고 떠나면서 집에 두고 가서 어쩌다보니 제가 키우고 있습니다. 좁은 곳에 갇힌 삶을 이녀석은 어떻게 생각하려나.. 하면서 열심히 새우를 줍니다. 근처 강에다가 풀어주는 게 이녀석을 위한 일인지, 밥달라고 나와있어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새우를 주는 것이 이녀석을 위한 일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너무 작아서 걱정되네요 ㅜㅜ
밥 잘먹고 그래도 잘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래도 여러면에서 많이 위해주시는 것 같아요!

나름 배불러서 행복하길 바랍니다...ㅠ

엊그제 나혼자산다에서 전현무씨와 또또를 보게되었는데요
방금 게시글을 읽으면서도 뭉클해지네요 또또와 게시글이 스크랩되며
저또한 반려견을 데리고올 생각을 하고있는데 좋은 글읽고 좋은생각 많이 하구 갑니다 ㅎㅎ

또또 이야기를 할까 말까...하다가 다른 포스팅에서 다뤄보려고 아껴두었네요.
저도 그 편을 보면서 짠하더라구요.
내용 중에 짤막한 인터뷰가 있는데,

"또또에게 현무는 어떤 오빠일지?"

"이제야 찾아와 반성하는 오빠로 기억할 것 같아"

이 말을 듣는데 저희 집 댕댕이한테 미안하더라구요.
꼭 이쁜 친구와 소중한 만남을 하시길 바랍니다!
입양으로 찾아보면 착한 친구들이 많이 보이더라구요 : )

아직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동물이 가족처럼 느껴진 다는 기분을 못느껴봤습니다.. 언젠가 동물을 키울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키워보고 싶네요.

동물을 좋아한다고 하시던 분들이 오히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고,
끔찍하다고 반대하던 분들이 나중에는 자식보다 더(?) 반려동물을 아끼시는 것도 봤네요 ㅎㅎ
(강아지 깨니까 밤에 조용히 들어오라던가...장마를 뚫고 간식을 사오라든가...)

말씀해주신대로 시간의 여유가 충분할 때, 또 심적으로도 충분히 여유가 있을 때 만나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

공감합니다...ㅠ 반려동물이란 것은 그만큼의 책임감을 품고 데려와야 하는 문제죠.
그래서 혼자 살때는 자주 못놀아줘서 외로움을 느끼게 할까봐..
본가에 내려와 살때는 부모님이 싫어하셔서 이런저런 이유로 못키우고 있어요 ㅠ.. 흡.. 나만 없어..

ㅠㅠ 부모님도 막상 데려다 놓으면 곧 이뻐해주실텐데...(자식 키우는 부모님 마음이 다 비슷..?!)
그저 고통받는 동물이 많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팔면 돈이 되니까 공장처럼 번식이 이루어지니까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출동! ㅋㅋ 늘 감사합니다 !

잘보고 갑니다. 보팅드려요.

강아지가 한 식구가 되고 나서 1년이 넘어가니
딱딱했던 집안 분위기가 얼마나 생기있어 졌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어찌보면 가족 그 이상의 존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분위기 하나는 엄청 밝아지죠!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뭔지 확실하게 알려주는 존재...ㅜㅜ

나도 버릴건가요?...
이 문장이 너무 맘이 아프네요. 반려동물 유기하시는 분들, 이 예쁜 아이들이 애절한 눈으로 "나도 버릴건가요?" 라고 묻는 그 애절함을 아시기릴..

본인이 직접 그 감정을 느껴볼 수 있는게 가장 확실할텐데 말이죠...ㅜㅜ

인간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지요.

좋은 분들도 많은데... 안타까운 사건이 눈에 너무 많이 밟히네요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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