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여행 일기 : 그곳에서 우리의 감성의 감광판에 상처를 받기 원했다.

in #kr-pen7 years ago

1471364_671452966232263_230900357_n.jpg

어느 영화에서인가 그랬다. 가장 좋은 냄새는 흙냄새라는 것을. 그러나 축축하면서도 끈적거리지 않고 나무냄새가 섞여 있으면서도 향기의 끝에서 과거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냄새. 그 기억은 아마도 우리 한 인간의 존재를 넘어서는 과거의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 그런 냄새일 것이다. 그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생멸한다.
그러나 이 냄새가 좋은 냄새라는 것을, 이 냄새를 맡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된 일인 줄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그 냄새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면 코의 후각 세포들이 어쩔 줄 몰라하며 잠이 든다는 것을. 그런데 어느날 인가부터 이 냄새를 잃어버렸고 우린 이 냄새를 찾기로 결심했다. 이 냄새가 좋은 냄새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 좋은 방법이 하나 있다. 이 냄새가 나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여행은, 미국의 사막으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가 사는 일상생활everyday business에서 더 이상 삶의 흙 냄새를 맡지 못했을 때 우리는 어딘가에서 나는 사막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사막. 그 건조하고 아무것도 없는 곳. 코에 다가오는 건조한 냄새가 모든 냄새를 없애는 곳. 그리고 우리의 있는 그대로 만나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우리 자신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시험장.

그곳으로 가는 건 그래서 흔히 가는 여행사를 통한 여행상품의 소모품이 되는 건 맞지 않는다. 여행상품의 소모품은 되는 건 그 나라의 겉모습을 눈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나라의 체취를 맡을 수도 없고 그 나라의 땅에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소모품이 된다는 것은 여행 상품의 소비자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시각적인 방법이기 때문이고 의식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무의시적 상처를 받기 원했다. 우리 무의식적 감광판(感光板)에 여행지의 언어가 흔적을 남기길 원했다. 언어가 흔적을 남기길 원했다는 것은 명확히 말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우릴 스치고 지나간 어느 여인의 향기처럼, 공항에서 만난 그 여인의 눈빛처럼 그 여운으로 남지만 수수께끼로 남아, 화두로 남아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탐색하게 만들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로드 여행은 적절한 선택이다. 왜냐면 로드 여행은 어떤 생각에 고정되기 보다는 길을 가면서 몸이 변하고 생각이 변하기 때문이다.

여행에는 두가지가 있다. 목적지가 있는 여행과 특별한 목적지가 아니라 경유지를 지나가는 여행이다. 우리는 그곳에 어떤 목적지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목적지라는 것은 지금 우리가 있는 감성과 생각에 한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곳이 경유지로서의 여행이 되길 바랬다. 우리가 라스베가스의 Aria호텔에서 본 전시작품처럼. 우리의 로드 여행은 유목민의 여행으로 우리가 지나가는passage .그곳에서 우리의 감성의 감광판에 상처를 받기 원했다.

거기엔 모든 것이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와 고요, 그리고 쾌락뿐.

  • 여행으로의 초대, 샤를 보들레르
Sort:  

Hey @seoinseock, great post! I enjoyed your content. Keep up the good work! It's always nice to see good content here on Steemit! :)

Hey~ @exxodus, thanks for ur reading~^^

500 기념 아침은 맛배기...지금 ...오....0.1^^/송사리까지 4스팀 남으셨던데 왜 스파업 안하십니까? 안하시면 자꾸 놀립니다^^/travel for nomad 홧팅!

아 그렇습니까? 업해야깄습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19
TRX 0.15
JST 0.029
BTC 63061.76
ETH 2602.70
USDT 1.00
SBD 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