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번의 아침]과 그 안에 숨어 있는 밤
어느 호스텔에는 와이파이가 없는 시간이 있다고 했다. 그때가 되면 여행자들은 와이파이를 찾아 밖으로 나가거나, 어색한 정적을 견디다 못해 서로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했다. 권태가 절정에 달했을 때, 더 이상 내 안에 새로운 게 없을 때,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타심과 이기심은 맞닿아 있었다.
@thewriting님의 여행기, [52번의 아침]이 도착했다. 매일 조금씩 읽으려고 주문했는데, 2일차 아카로아까지 가는 길부터 42일차 코너스 헛 벽난로 앞 널어둔 빨래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시간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 때 남은 페이지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자전거 여행을 하다 보면 푹신한 침대가 있는 곳이, 비가 올 때 물이 새지 않는 곳이 낙원이었다. 매번 강이나 호수에서 물을 길어다 수돗물을 마실 때면 그것이야말로 문명의 정점이었다. 만족은 상대적인 것이고 이러한 상대적인 원리야말로 절대적인 것임을 생각했다.
책을 읽은 후 읽은 책과 함께 공원을 산책했다. 길 위에서 52번의 아침과 52번의 밤을 보내는 건 어떤 느낌일까? 밤에 텐트 밖에 나와 시린 뺨을 들고 쏟아지는 별을 보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진창에 빠진 자전거와 찢어진 텐트 위에 쏟아지는 비를 보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시 한 번 뉴질랜드 길 위에 난 자전거 궤적을 마음속으로 따라가 보았고, 그가 책 속에서 했던 질문을 나 자신에게 퍼부어 보았다. 그의 말처럼 우리의 강박은 측정된 숫자를 확인하는 습관에서 시작된 것일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상상의 반대말은 확인인 것 같다.
비가 그렇게 문제인가? 젖은 옷이? 오르막이? 추위가? 역풍이? 통장의 잔액을 헤아리던 건 무얼 그토록 위함인가? 돈, 시간, 날짜, 거리. 이제까지. 측량할 수 있는 것만 헤아리지 않았는가?
어딘가에 도착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릴 때, 의미는 그것에 이르기까지의 순간에 있다는 걸 받아들일 때,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는 것임을.
모두 다른 이유로 정상에 오르고 내려갔다. 한때는 패키지 여행자들을 한 수 아래로 봤다. 그러나 모든 여행은 특별했다.
저는 @thewriting님의 포스팅으로 뉴질랜드 자전거 여행을 보았습니다.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도 들었고요.(봤고요.ㅋ)
책 표지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을 했는데, 산책길에서 본 책 표지는 더 멋지네요.^^
와아 보얀님 :-) @thewriting 님의 책과 보얀님의 감성이 닿으니 이렇게 예쁜 순간이 만들어지네요 :-))) 한국 가면 꼭 읽고 싶은 책 중 한 권입니다 ㅎㅎㅎㅎ
보얀님, 소중한 후기 감사합니다^^
표지가 참 예쁘네요 :)
한 문장 한 문장이 여유로워요. 왠지 눈을 감으면 여행을 떠나온 기분이 들 것 같아요.
이런 느낌의 책이군요! 사진에 꽂혀서 저도 텀블벅으로 후원했는데, @thewriting님이 글도 감각적으로 잘쓰시네요! 아직 책을 받지 못했는데, 기대됩니다!:-)
"상상의 반대말은 확인" , 정말 맞는 말이네요.
여행에서 얻은 통찰들~~ 멋집니다ㅎ 역시 몸으로 겪은 체험은 생생한 감정을 만들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