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그는 늘 그랬다.
거절이 확실한 무심한 배려가
자꾸만 그에 대한 마음을 지울 수 없게 만들었다.
설사 그 답이 아니라고 한들

최근 결단이 있었고 나는 불안하지만 가능성을 선택했고
나는 자유로워진만큼 위태했다.
예전부터 그에게 사실을 말하고 홀가분해지고 싶었고
갑자기 걸려온 그의 전화는 때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한 번의 불발 속에
결국 또 먼저 다가간 건 나였다.

억울했다.
보고 싶었다.
그냥 억울해지고 보고싶었고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답지 않은 거짓말(진실을 말하지 않음.)을 하면서도 나는 괜찮았다.
달이 밝은 골목길 전화를 했고, 그는 받지 않았다.
끊으려는 순간 그가 받았다.

혹시..혹시 괜찮으면 내일 볼래?
왠지 내가 가면 네가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가 조금이라도 망설이거나 시덥잖은 말투였으면 실망했을텐데

그럼 나야 고맙지, 미안해서 어쩌지

진심어린 대답이 바로나오니 내가 널 어떻게 안 좋아할 수가 있겠어.
기쁘고 설렜다 다시...

아침에 다시 건 전화에 자다 깬 목소리에 너는 불친절했다.
나는 다시 소심해졌다.

1시간 가량의 버스 안에서 이어폰 속 소리는 그저 스쳐지나갔고
나는 의외로 덤덤했다. '그래 떨지마 굳이 떨 필요는 없잖아.'
오버할 필요도 없고 나는 그냥 나고 의식하지 말라고
다만 머릿 속에 말을 할까 말까란 생각이 잊을만하면 떠올랐고
사실 난 이미 말하기로 결정했다.

실로 오랜만에 밥을 먹고
너와 먹는 밥은 별로 맛있지가 않다.
난 산이의 밥한끼먹자 노래에 꽂혀서 꼭 맛있는거 사주려고 했건만
그냥 있는대로 대충 먹었고, 식당은 전세 낸 듯 조용했고
덕분에 꽤 진지한 얘기도 했다.

너는 너의 얘기를 했다.
너의 힘든 얘기, 죄책감, 자괴감 두려움
그리고 미래

알고 있다. 그 곳에 연애나 사랑, 이성같은거 따위 끼어들 틈이 없다.
그건 너무 벅차고 그건 네게 너무나 사치스러운 얘기다.

너의 얼굴을 본다.
넌 네 짧은 머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런건 내게 상관없다.
그냥 넌 너다. 네 첫인상이 무서웠는데 지금은 무섭진 않다.
다만 어둡고 약간 우울해보인다. 웃는게 아무리 이뻐도

넌 계속 너의 얘기를 했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이겨내려고 노력하는지, 얼마나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큰지
예전과 얼마나 변했는지, 소소한 기쁨을 느끼고 싶은지
얼마나 돌아가기가 싫은지... 복귀날은 그래 내가 회사가기 싫은 날보다 더하겠지

난 그냥 웃었다.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을 때 물었다.

-나 이상한거 물어봐도 돼? 진짜 이상한거..
-그래 물어봐
-너한테 나 꽤 의미가 있는 친구지?
-그럼 내가 왜 널 만나는데
-그래? 그럼 하고싶은 말 있었는데 하면 안되겠다.
-왜 뭔데 그래?
-나 네가 힘든 것도 알고, 네 생활만으로도 너무 벅찬거 아는데.. 너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어?
나도 너한테 좋은 친구 해주고 싶은데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깐
그냥 네가 계속 모르면 내 마음이 억울할 것 같아.

으음.. 넌 그냥 민망한듯 웃었다.

-내가 말했잖아. 내 생일 때 한번 펑펑 운적 있다고
부모님이 와서 생일 축하해주는데 나같은 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떨어졌던 자존감이 위축되었던 나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기분
지금 그런 기분이야. 정말 고마워.

-내가 널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봤는데 뭔가 조건같은거 때문에 좋아하는 건 아닌것 같아. 나도 내가 널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어쨋든 뭘 바라고 말한 건 아니야... 그리고 네가 나와 같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어.

-그래.. 지금 난 0점도 아니고 마이너스인데

-미련인지도 모르겠어. 후회 아닌 후회가 있다면 그 때 너와 만날 때 (나도 좋다고 할 걸..) 더 잘해줄걸.나도 너무 어렸고 철이 없었고, 너도 너무 어렸고

-뭘 어떻게 더 잘해줘.

그게 다 였어.
고맙다는 말...이런 날 좋아해줘서 고맙다는 말

그리고 마치 요즘 잘지내니 그냥 그렇지같은 일상적인 대화를 한 마냥 다음대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고 말하는 순간에 떨렸지만
말하고 나니 별 거 아니었다.
뭐 이런걸로 고민했지 싶었다.
마치 그냥 나의 잘못을 덤덤히 고백했고 너는 그것을 고민한 내가 미련스러울만큼 관대하게 사하여 주다.

돌아오는 길
어색하게 시간이 흐르는데 기다리는 버스가 안 온다.
난 먼저 가서 어머니 얼굴이나 보라고 했고
버스를 탔는데 음악이 듣고 싶었다.

스탠딩에그의 고백... 노래가 좋다.
거기선 손도 스치고 내 어깨에도 기대고 다른 사람 만나지만
넌 절대 손 한번 스친적 없고, 어깨를 친적도 없고 게다가 다른 사람 만나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날 좋아하지 않는다.

근데 뭐....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난 너의 연애 상대는 못된다.
넌 훨씬 좋은 여자, 너와 비슷한 여자 만날 자격이 되니
뭐 기다리는 것도 이상하다. 기다릴 것도 아니다.
근데 그냥 마음이 울적했다. 뭔가 좀 더 뭐라도 말해주길 바랬다.

차라리 부담스러워 해줬으면 불편해지면 좋겠는데
넌 전혀 아닌 듯 고마워만 했다.
마치 굿닥터의 문채원이 주원에게 고맙다고 말하듯이

그래도 사춘기 소녀는 아니라 눈물같은 게 나오진 않는다.
억울하지도 밉지도 않았다.
그냥 멍하다 배고프면 밥먹는다.
괜찮았다.

도착해서 공부를 했다. 열심히 한다.
네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잘 모른다.
'나 좋아해? 그래?... 근데 그게 뭐 어때서?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어...'
가 네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근데 그거 알아? 난 마음 정리하려고 말한건데..
그렇다고 그냥 유치하게
[ 이젠 만나지 말자.
널 만나면 감정이 풍부해져.. 감정의 촉진제 같은 역할을 한단 말이야.]
라는 말 따위 할 수 없어서 그냥 담담히 말하고 모른척 했다.

그래 그래도 네가 괜찮으면....
아니 그래도 내가 안 괜찮다.

공부나 하자.
나 역시 내 인생이 벅차다.

이렇게 다짐한 순간
정말 상상도 못한 순간 전화가 온다.
낯익지 않은 화면에 네 이름..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는다.

-도착했어?
-응 잘했지 너 가자마자 바로 버스 왔어.
-그래? 가는거 봤어.
-어머니는 잘 보고 갔어?
-응.
-이제 들어가는 거야?
-응 옷입고 가야지
-너 한달 후에는 있을거지?
-글쎄...
-어디 갈거면 말하고는 가야돼.
-응..문자는 된다 그랬지? 문자는 남기고 갈게
-오래 꺼놓으면 문자 오래된 건 안오던데...
-그래? 어쩌지? 편지라도 써야되나?ㅋㅋㅋㅋ설마 한달 후엔 있겠지
-잘들어가.

아무 뜻 없는 너의 호의가
여전히 No라는 대답은 알지만
자꾸만 이 감정을 이어가게 만든다.

넌 왜 그런 질문을 내게 할까?
계속 거기서 살거지? 한달 후에도 거기 있을거지 같은 아무 쓰잘떼기 없는 질문들....
절대 내가 좋아서 하는 건 아닌 질문들

그럼에도 난 너의 그런 무심한 친절이 좋다.
그래서 자꾸 곱씹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천천히 이 마음 잊어가겠지..
네가 좋은 여자 만나서 결혼하고
나도... 다른 생을 살아가면

너와의 미래를 꿈꾸지 않아도
네가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어도
네가 부담스럽거나 외면해도
나는 아직은 네가 좋다.

아직은.. 말야 오늘까지는..
네가 좋다.

자괴감을 잔뜩 느끼고 부정적인 말만 하다가
빛나는 미래에 반짝이는 눈을 가진
우울한 표정의 네가 좋다.
날 안좋아하는 네가 좋다.


(feat 5년전 나의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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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티스토리가 뭐였더라... 많이 들어봤는데... 이러다가 검색해보고선... 멍~~~
저는 바보입니다. ^^

저는... 헤어지면,,, 연락을 끊는 성격이라서... 아... 이 분과는 사귄 게 아니죠? 그러고 보니... 제가 절친과 사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싶어요. 가끔은 아내가 '오빠랑 그 언니랑 왜 안 사겼어? 완전 오빠 이상형이던데.'라고 물으면 '성격은 이상형이 아니라서.'라고... 대답한... 흠... 왜 자꾸 내 얘기만 하지? 암튼... 티스토리는 블로그죠. 왜 순간적으로 기억이 안 났을까. 티스토리 초대장 받으려고 몇 달을 구걸한 기억이...

제가 소설 퇴고하느라고 정신이 멀쩡하질 못해요. 역시나,,, 퇴고하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고,,, 중반 넘어가면 더 크게 흔들릴 것 같네요. 질질 울고나 있고. ㅋㅋㅋㅋㅋ

오늘은 씐나는 월요일입니다. 별로 안 씐나면 5일 후에 씐나집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남녀사이에 진짜 친한 친구가 되긴 어렵다고 보는 주의라 나하님 같은 분들 보면 신기해요. 잠재적으로 누구 하나는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끼기에 보통 친구 사이가 이어지죠. 보통의 경우...말이죠.. 서로 오랜 꽤 괜찮은 친구로 지내려면 엄청난 노력과 신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나는 화요일 되시길!

음... 그 부분에 대해선... 왜 가능했는지... 그 친구를 제가 여기 가입시켜놔서 공개는 못하고... ^^ 나중에 만나면 알려드리지요. ㅎㅎㅎㅎㅎ 어쩌면 제 소설에서 발견할 수도 있고요. ^^

다음 스토리 너무 궁금한데 궁금해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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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 글을 쓸 시점이 절정이였고 그 뒤에는 사실 별 일 없었어요ㅋㅋ
TMI로 막 알려드리고 싶은데 써도 될 지 모르겠어요.

예전이야기군요. 담담하게 써주셔서 감정선이 공감이 되네요

너무 오래 두고 조심스럽게 간직했던 감정이라 이렇게 정리를 했던 것 같아요. 몰입해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도 네가 좋았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랬으면 진짜 여행 안갔을지도 몰라요..ㅋㅋㅋㅋ 인생이 바뀌었을듯 (이렇게 보면 사랑꾼인데 말이죠) 안타깝게도 그건 아니였습니다. ㅠ 어쩌면 여행 가기 전 마지막 확인같은거였을지도 모르겠어요. ㅋ

5년전 얘기였네요.^^;

최근 결단이 있었고 나는 불안하지만 가능성을 선택했고
나는 자유로워진만큼 위태했다.
예전부터 그에게 사실을 말하고 홀가분해지고 싶었고
갑자기 걸려온 그의 전화는 때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초반 이부분 읽으면서 자발적 은퇴를 남편될 사람한테 안한줄 알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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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일을 그만두었죠. (퇴사 이유가 같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저도 그 부분 읽으면서 흠칫 놀랐어요;; 생이 그저 반복되고 있나 싶어서 ㅋㅋ

앗 정말 그렇게 읽힐 수도 있겠어요.ㅋㅋㅋㅋ 남편될 남친님은 모든 걸 다 알고 있습니다. 결정하기 전 상의를 아주 많이 했고 제가 흔들릴 때마다 잡아주고 제 부족한 현실감각을 채워주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사는게 힘들어서/바빠서 그리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좋아하는 마음은 있지만) 당장 해줄 수 있는게 없으니 미안한 마음에 그렇게밖에 말하지/행동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그냥 좋아하지 않는 것일까.. 저도 그 사람의 마음이 궁금합니다.

오오... 드라마 장면 같습니다. 혹시 이분 과 결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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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 아니에요 제 추억 속에 있는 예쁜 추억 중 하나에요!ㅋ

저도 그 문제로 엄청 고심 고민하고 몇 날 밤을 샜었는지..ㅎㅎㅎ 아마 제가 좋아했기 때문에 믿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를 절대 헷갈리게 만들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ㅎㅎㅎㅎ 그는 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ㅋ

확실한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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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5년 후...

2편은 언제 올라오나요??ㅎㅎㅎ

2편 이야기가 없는데 급 소설이라도 써봐야하나 고민이 되네여 ㅋㅋㅋ

농담아니고 진심으로 그 친구에게 수신거부 당한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ㅎㅎ

^^ 그 때도 지금 같으셨네요. 아니면 저는 늘 고물님의 과거만 보고 있는 걸까요?😁

최근에 예전 글 보다가 지금이랑 여전히 비슷해서 놀랐어요.
달라진 부분도 물론 있지만 사람이 쉽게 안 변하더라고요....ㅋㅋㅋㅋㅋ 그래서 아마 과거이자 현재를 바로 보고 계신 겁니다!ㅋ

5년 전 이야기였군요~
친구로선 좋지만 여자로선 좋아할 수 없다는 거였나요~ ㅎㅎ
왜 자꾸 미련 생기게 무심한 친절을 베푸는 걸까요~?
그냥 여자사람친구일 뿐이라는 거였을까요~
왜 자꾸 의문문으로 댓글이 달아지는지...ㅋㅋㅋ

그 친구랑은 20살때 만나고 7년 정도 친구로 지냈죠. 아마 제가 계속 좋은 친구로 남아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에겐 제 마음 충분히 솔직히 원하는 만큼 다 말했는데 그 사람한테는 묻지도 말하지도 못했어요-ㅎㅎ.. 글로만 적었죠. 이 날이 그나마 유일해요 제 속마음 조금 드러냈던 날. 아마 제가 조금 더 절제했으면 지금도 친구로 잘 지내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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