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서 없는 글|| 10년 만의 외출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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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 표를 끊었다. 회사에서 갑작스레 휴가 날짜를 통보하는 바람에 떠밀리 듯 예매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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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지막 해외여행은 대학 졸업하기 직전에 갔던 일본이었다. 한참 취업준비다 뭐다 정신없었을 때였는데 한 친구 녀석이 내게 일본 여행을 제안했다. 모아 놓은 돈도 없고, 심적 여유도 없어 거절하려 했는데 친구는 비행기 값과 숙박비를 자기가 낼 테니 꼭 함께 가자고 했다. 그 친구는 몇 달 뒤 호주로 이민을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마지막 추억 쌓기로 나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한 것이었다. 난 결국 단돈 20만 원만을 들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후로 외국에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근 10년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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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출국.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헛말이 아닌 게 여행 준비를 하는 동안 너무 많은 것이 새로웠고 신문물의 편리함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날짜만 입력하면 싼 비행기 표를 알아서 검색해주는 사이트, 원하는 숙박시설 검색은 물론 원화로 결제까지 가능한 앱이며, 한글로 써도 길을 다 알려주는 지도까지. 흡사 내 인생에 개화기가 온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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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물이 들어와 개화기가 왔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개화기 이전 인물이니 준비할 것도, 알아봐야 할 것도 많았다. 우선 만료된 여권부터 다시 만들어야 했다. 시청에 가서 여권을 신청해 놓고 집에 와 항공권을 먼저 예매했다. 근데 예매를 다 하고 결제를 하려고 보니 여권이 있어야만 결제가 가능하단다. 1시간 동안이나 땀 흘려가며 알아본 표였는데. 하는 수 없이 취소를 하고 여권이 나온 날 다시 예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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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와이파이도 미리 예약했다. 로밍보다 포켓와이파이를 대여하는 게 싸다는 걸 어디서 주어 들었던 모양인지 불현듯 떠올랐다. 근데 문제는 이 ‘포켓와이파이’라는 명칭이 생각이 나질 않으니 어찌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 결국 인터넷에 ‘해외에서 와이파이 연결해주는 기계’로 검색해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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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에는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없었다. 그래서 출국장에서 휴대폰을 꺼놓고 여행지에서는 종이 지도를 보며 돌아다녔다. 마음 같아선 이번 여행도 스마트폰은 꺼놓은 체 돌아다니고 싶지만 이미 난 스마트폰에 너무 길들여져 있었다. 스마트폰 없이는 숙소도 못 찾아갈 것 같다. 예전에는 어찌 지도만 보고도 그리 잘도 돌아다녔는지. 문명은 인간을 편리하게 만들지만 지능은 점점 퇴화시키는 것 같다. 음, 전화기에 있는 전화번호 열개도 못 외우는 걸 보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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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큰 문제없이 잘 진행됐다. 이제 남은 것은 환전. 근데 연일 미친듯한 폭염이 계속되니 은행에 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지금 밖에 나갔다간 환전은 고사하고 은행 문턱도 못 갈 판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으로는 환전을 못하나 싶어 검색했더니 아니, 이게 웬걸? 요즘은 거래 은행의 모바일 앱에서 환전을 신청하면 공항에서 찾을 수 있단다. 허허. 세상 참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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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먹어봐야 하는 것이며 가봐야 할 곳도 추천받고 나니 이제는 모든 준비가 끝난 듯싶다. 여권과 정신머리만 잘 챙기면 될 거 같다.
예전에는 해외에 한 번 나가려면 많은 발품을 팔았어야 했다. 은행에 가서 한참을 기다렸다 환전도 해야 했고 서점에 들러 책자도 들쳐봐야 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도 없으니 책이나 노트에 일일이 갈 곳을 정리하기도 했고, 더 싼 숙박 시설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인터넷을 헤매기도 했다. 근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이 집 안에서 해결된다니. 어쩐지 너무 쉽게 끝난 거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여행은 언제나 준비할 때가 가장 설레는 법인데 말이다. 그렇지만 다시 예전처럼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다. 난 이미 신문물에 길들여져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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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의 행선지는 일본 후쿠오카입니다. 일본도 많이 덥다고는 하는데 뭐, 서울만 할까요. 도착해서 편지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평안하시길. :)

*일본 덥다며 휴대용 선풍기를 선물해준 친구 김과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D


두서 없는 글 | 10년 만의 외출
written by @chocolate1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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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님 건강히 즐겁게 다녀오세요
여행의 묘미는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 라고 하지요
누리고 오십시오!!^-^

여행 잘 다녀오세요~ 한 번 맛들리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여행이 되시길 ㅋ 가즈앗!!!

후꼭까!! 열심히 갔다오시고 경기방에서도 정보 많이 얻어가시길 ㅋㅋㅋㅋㅋㅋ

쵸코님 ㅜㅜ 가서 길 잃었다구 울지말구요 당황하지말구요 ㅜㅜ정말 걱정이네요!!!

일본이 더덥다는데 건강한 여행되시길 바래 봅니다

건강히 잘 다녀오셔용~!

저는 아날로그 시대에
해외에 있었던거 같아용~! ㅋㅋㅋㅋ

bluengel_i_g.jpg Created by : mipha thanks :)항상 행복한 하루 보내셔용^^ 감사합니다 ^^
'스파'시바(Спасибо스빠씨-바)~!

포켓와이파이 저한테 물어보시죠!
제가 항상 대기하고있겠습니다

초코 녹아서 사라질듯

개화기.ㅋㅋㅋ 몸 건강히 잘 다녀오세요! :D

초코님 잘다녀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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