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원' REVIEW @Redsign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가장 외로운 사람이 가장 친절하고, 가장 슬픈 사람이 가장 밝게 웃는다. 그리고 상처 입은 사람이 가장 현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남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작품 속에서 소원이의 아버지역으로 나오는 설경구씨의 대사 중 하나입니다. 그 어떤 사건보다도 끔찍하고, 그렇기에 당시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엄청난 분노를 끌어냈던 ‘조두순 사건’. 영화 [소원]은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리뷰에 앞서 시놉시스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아빠 ‘동훈’과 문구점을 운영하는 엄마 ‘미희’의 딸 ‘소원’은 비가 오던 어느 날 혼자 등교를 하던 중 잠시 우산을 씌워달라는 아저씨를 만나게 된다. 잠시 주저하지만 비를 맞고 있는 아저씨를 도와주려던 소원이는 학교를 코앞에 둔 공사장에서 변을 당한다. 그 어떤 아이도 경험해보지 못했을 끔찍한 일을 당한 소원은 장기의 괴사로 인해 결국 인공항문을 연결해 목숨을 부지하게 되고,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고 그 사건 이후 말을 하지 않게 된다. 소원이는 남자라는 이유로 범죄자와 똑같아 보이는 아빠의 손길마저 두려움에 거부한다. 동훈은 인형 옷을 입고 소원이의 근처를 맴돌며 인사를 하고 춤을 추는 등 소원이의 상처를 덜어주고, 다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소원이에게 해를 가했던 범죄자는 끝까지 주취상태로 인한 기억 상실,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하며 범행 일체를 부인한다.」

일전에 저는 [소원]과 비슷한 부류의 영화였던 [도가니]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도가니]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광주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한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영화화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두 작품에서 어른에게 희생당하고 유린당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이 두 작품은 모두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고 해당 사건에 대해 관심과 경각심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감성팔이를 하는 상업적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 안에서 선연하게 드러나는 슬픔은 실제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슬픔이며, 분노는 이 영화를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하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변화가 일어나도록 사람들의 마음과 발걸음을 움직입니다. 이것이 이 두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입니다. 또한, 남들이 다 무시하고 외면한 피해자들의 슬픔을 온전히 전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영화 [소원]을 관람하는 내내 저는 충격으로 입이 안 다물어지고, 분노로 몸이 계속해서 부들거림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영화 속의 사건이 화가 나 그런 것이 아닙니다. 영화라고 해도 못믿을 이 사건이 실제로 한 어린이에게 일어난 실제의 사건이고 가해자는 아직도 정당한 벌을 받지 않고 짧디 짧은 형을 지내고 출소할 것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영화 [소원]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인 ‘조두순 사건’을 소재로 삼아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당시 교회 목사였던 조두순은 초등생 여아를 잔혹하고 끔찍한 방법으로 성폭행해 아이의 신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결국 한 아이의 인생 전부를 망쳐놓았습니다. 그럼에도 조두순은 검거가 된 이후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내세우는 등 범행에 대해 반성하는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우리의 사법부가 그 피도 눈물도 없는 악마에게 내린 판결은 겨우 12년 형. 사형을 선고해 즉결 심판해도 모자를 판국에, 분노한 사람들의 손에 돌로 쳐 맞아서 죽어도 모자랄 살인마가 단지 술에 취해 있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심신미약 감경까지 내려 12년 형을 받았습니다.

모든 것이 피해자였던 아이에게 불합리했습니다. 사형을 받아 마땅한 범죄자는 고작 12년 형을 받고, 초기에 피해자의 이름을 걸고 난 기사로 인해 이름마저 알려집니다. 사건에 대해서 떠오르기도 싫을 것이건만 주위에 성폭행 범죄의 피해자로 알려지는 것, 이것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포커스를 맞추어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절대로 그럴 수가 없었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소위 기레기들은 그 단순한 생각조차 않았습니다. 이것은 영화 속에서도 드러납니다. 영화 속에서 소원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비단 범죄자만이 아니었습니다. 눈앞의 특종과 단독에 기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아이의 병원으로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그 과정에서 소원이가 있는 병원과 얼굴, 아이의 신상이 외부로 노출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영화 [소원]은 사람들이 사건이 터진 직후 사람들이 제일 주목하던 사건의 경과와 실상, 가해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가 아닌 사건 직후 피해자가 어떤 상태인 지에 대해 초점을 두었습니다. 저는 이 점이 대한민국 사람들과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가해자에만 관심을 두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그러다 사람들의 관심이 하나 둘 떠나게 되면 사후 피해자의 치료에 대해서는 그들에게 안중에 없는 일이 되고 결국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을 도울 후원조차 끊깁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그 경제적인 부담은 모두 피해자의 가족이 떠안고 고통을 받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안 그래도 마음 아픈 사람들한테 그걸 알아서 수습하라고까지 한다니요.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해서 향해주었다면, 그들을 도울 의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입니다. 하지만 마치 양은 냄비 같은 대한민국 사람들은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온 감정을 불태워 팔팔 끓어오르다 또 다른 가십거리가 나타나면 그것을 금세 몰려가 그 아래 남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것은 언론 또한 한 몫 합니다. 대중의 요구에 맞추어 쓰던 기사글들은 어느새 대중이 양은 냄비처럼 사건에 반응하고 넘어가도록 하는 원인이 됩니다. 사건의 사실을 알린다는 명목으로 단독, 특종을 확보하기 위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중요시하는 모습이 영화 속의 소원이에게든 아니면 실제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들에게든 상처가 되었으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영화 속에서 ‘소원’이는 말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할머니가 ‘아이고 죽겠다. 아이고 죽겠다.’ 하는 게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어요.’ (무슨 뜻인 것 같은데?) ‘왜 태어났을까.’"

저는 이 부분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이가 할 만한 말입니다. 아이는 몰라야할 뜻입니다. 겨우 초등학생의 아이가 자신이 태어난 것에 후회를 하고, 절망을 하는 것이 저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피해자는 이만큼이나 상처를 받았고,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가지고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데 어떻게 그토록 관심을 가져주질 않는 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영화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범인의 처벌에 초점을 둔 결말이 아닌 소원이가 자신의 상황을 이겨내는 것을 그린 결말이 좋았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피해자는 배제되고 가해자에게만 주목되는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또한, 이 영화는 조두순 사건의 사실과 피해자의 아픔을 알리기 위한 영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해, 실화와 똑같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완벽하게 끝나면 사람들의 영화를 본 뒤의 생각은 달라집니다. 행동으로 이어지는 분노가 줄어들고 사건은 왜곡됩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속의 결말이 저는 맘에 들었습니다. 이미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버린 아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 소원이처럼 아동성범죄로 고통을 당한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 제2의, 제3의 소원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사건에 주목해야 한다는 듯한 결말이 저는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두순 사건의 실상을 다룬 영화 [소원]. 한 번쯤 관람하시길 꼭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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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후 저 악마가 출소하죠. 진짜 형량 미친듯..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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